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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 녹색파괴?
녹색성장은 결국 녹색파괴로 이어지나
2008년 12월 13일 (토) 12:20:54 황태일 기자 hti@

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녹색성장’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 된 9월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위해 그린벨트의 해제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일 전문기자 hti@

그 후 9월 19일 국토해양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대책 안에는 해제되는 그린벨트를 공업지역 및 주택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정부의 녹색성장은 도대체 어떠한 성장이기에 녹지를 파괴하면서 녹색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가 구가하는 녹색성장은 녹지의 훼손이었나?
이미 수도권은 포화상태에 직면해 있다. 비롯 모든 행정, 문화, 사회의 기능들이 집중되어 있기도 하다. 교통문제는 심각하며, 당연히 대기 상태는 최악이다. 여기에 새로운 주거단지가 들어서게 된다면 교통량의 증가는 물론 그에 따른 환경오염은 불 보듯 뻔하다.
지금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공급부족’이 아니라 ‘고분양가’와 ‘과잉공급’에 있다. 그런데도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주택 건설에 열을 올린다면, 이러한 무분별하고 대책 없는 주택 공급방안은 지역 경제를 더욱 더 암흑으로 몰아갈 것이며,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 역시 낙후시킬 것이다.
유엔에서 정의하는 녹색성장은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생태효율성을 제고하여 환경에 주는 부담은 최소화하는 경제성장 방식으로 통한다. 즉, 녹색성장은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생태적 수용력을 확대시키기 위해 경제와 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개발의 개념을 담고 있다. 내용상 작게는 오염통제를 위한 환경관리에서부터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생태적 효율화와 오염물질의 배출이 없는 생산단계 그리고 크게는 지속가능한 경제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 범위가 넓다. 즉, 환경문제 해결의 사후처리 단계부터 생태적 현대화에 이르는 모든 발전단계가 녹색성장의 대상이다. 그래서 이 개념은 주로 저개발 또는 개발도상국가의 무분별한 개발편향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저탄소·녹색성장의 기본은 생존·환경 문제이며, 그 취지는 기후변화가 몰고 올 재앙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잿빛요소를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다. 따라서 저탄소·녹색성장을 실현하려면 튼실한 기본 위에 추가대책을 덧씌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원리를 무시하고 여의도 면적의 무려 12배에 달하는 100㎢의 면적을 그린벨트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이미 확보된 녹색성장의 기틀을 스스로 허무는 것과 진배없다. 저탄소·녹색성장을 ‘신국가 발전 패러다임’으로 내세운 지 불과 한 달 만에 녹색이 잿빛으로 변한 것이다.
기초적인 환경 인프라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장 위주의 개발정책은 환경의 수용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오염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한다. 게다가 급변하는 국제환경규제로 인해 ‘선 성장, 후 환경처리’라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통해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렵다.

밥그릇도 못 챙기며 군침만 질질!~
지난 4월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대북 식량 지원 등 미래 식량 확보에 대비해 옌하이저우(沿海州·연해주)나 동남아 등지의 농지를 장기 임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집 앞에 드넓은 논밭을 조성해 놓고 굳이 남의 땅에 돈 주고 찾아가려는 발상이다.
우리 집 앞 논밭인 새만금 간석지의 크기는 무려 4만ha에 이른다. 하지만 72%의 땅을 농업용지로 쓰겠다는 계획을 뒤집고 30%만 농업용지로 쓰기로 했다. 나머지 땅은 산업·관광·유보용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고서 “해외 식량기지 확보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다.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지만 아직 보랏빛 꿈을 얹은 구호 수준에 불과하다. 그 예로 새만금보다 지리적 여건이나 배후 인프라 면에서 월등한 송도국제도시조차 입주기관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이런 현실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도 장밋빛 환상과 개발 효과에 눈이 멀어 거대한 식량기지, 광활한 산소공급기지를 버리려고 한다. 
 
   
▲ 송도신도시건설현장

사실 그린벨트와 공장의 탄소 저감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는 현재 에너지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고, 자주개발률을 높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관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저탄소 사회의 기본은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화에 있다.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 규모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유지하면서 저탄소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산업·교통·물류·건축 전반에 저탄소 사회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달성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에너지 세제와 가격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룰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에너지수요를 과다 예측하고 공급을 늘리는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해 왔다. 공급을 늘린 후 가격을 낮추어 다시 수요를 늘리고 이에 따라 과다하게 예측된 에너지의 공급을 다시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해 온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선진국들은 1차, 2차 오일쇼크 이후 공급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했다. 나아가 공급 부문에서 녹색에너지,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기술투자와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제성장은 하더라도 에너지 수요는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사회, 고효율 고부가가치로 산업구조를 비롯한 사회 전체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녹색성장’이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은 어떨까? 기후변화 4차 종합대책에서 밝히겠지만 2020년까지 지금보다 20%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기후변화당사국 회의에서 결정한 온실가스 감축방안은 1990년 대비 2020년에 5.2%이며, EU는 25~40%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그런데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는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나와 있다. 1인당 GDP 세계 23위이지만 세계 에너지 소비 10위를 달리고 있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의 이런 계획이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질까? ‘저탄소’ 선언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해제되는 그린벨트는 무늬만 그린벨트
해제되는 그린벨트의 대상은 이미 그린벨트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무늬만 그린벨트인 지역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린벨트와 공장의 탄소 저감은 별개의 문제다. 녹색 산소를 생성하는 건 잘 조성된 숲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잡초나 논두렁에 벼들도 잘 생성한다. 그린벨트의 기준이 무엇이기에 무늬만 그린벨트라는 말이 나올까. 정부가 운운한 ‘무늬만 그린벨트’인 지역에도 이런 녹색 식물이 대부분의 면적을 점하고 있다.
국민이 만일 ‘무늬만 그린벨트’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를 수용한다고 하면 현실론을 앞세운 개발정책은 또 다른 그린벨트를 훼손할 것이다. 
광복절 축사에서 “우리가 먼저 결단하고 행동에 나선다면 녹색성장을 이끌고 새로운 문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했던 그 녹색성장의 뜻이 궁금하다.
‘토건적 환경관’에 입각한 이 같은 녹색성장은 녹색성장이라 할 수 없다. 녹색성장은 단순히 환경을 배려하거나 이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정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경영, 산업구조, 공공정책, 권력구조 등에 대한 전반이 친환경적으로 재편되어야만 진정한 녹색성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을 위해서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 기술 혁신력 향상, 에너지 효율성 제고, 대외 경쟁력 강화, 민주적 정치시스템의 강화 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녹색성장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그린벨트의 해제는 연일 개발패러다임을 부채질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과 일맥상통한다. 도심을 약간만 벗어나면 짓다만 아파트의 흉물스러운 몰골과 불 꺼진 아파트 단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주택 200만호 건설의 후유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500만호를 짓고 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무리한 재개발과 그에 따른 대출이 불러온 미국의 경제난을 보면서도 이를 간과한다면 제 무덤을 파는 꼴밖에 나지 않는다. 녹색성장을 운운하며 국민의 숨통인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터무니없이 많은 집을 지을 일이 아니다. 땅을 파서 경제 살리기 할 생각은 지나친 토건적 발상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결코 녹색성장이 아니다! ‘녹색성장’ 비전에서 밝힌 ‘그린홈’ 백만호 프로젝트가 ‘태양광 10만호 보급사업’과 다른 건 전혀 없다. 녹색가면을 벗고 진짜 녹색을 추구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국민의 설득을 들었었던 정부가 또 한 번 실수를 자행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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