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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상대로 계속되는 잔혹사
성범죄 예방 법률안, 실질적인 논의 없어
2010년 04월 01일 (목) 17:27:4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해 조두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자, 정부·정치권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대안과 처방을 쏟아냈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성폭행범에 대해 음주감경을 없애는 것 이외에 달라진 것은 사실상 없다. 국회에는 성범죄 예방을 위한 법률안이 쌓여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유기징역 상한을 50년으로 올리는 등 성범죄 예방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유전자은행법 단 1건이었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종전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일명 ‘전자발찌법’ 등 관련 법안들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세종시 등 정쟁에 휘말려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법사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도입하자는 법률안도 제출됐지만 역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또 아동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이웃 주민에게 우편으로 통보하고 성범죄 피해자가 성년(만 20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법안은 해당 상임위만 통과한 채 본회의에는 상정도 되지 않았다.

성범죄자 관리에 사각지대 커
나영이 성폭행범 조두순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2009년 9월24일)이 있은 지 6개월도 채 안 돼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김길태 사건이 터지자 정부와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전에 했던 것처럼 경쟁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김씨는 지난 1997년 성폭행 미수로 3년을 복역한 데 이어, 2001년 30대 부녀자를 10일간 감금하고 성폭행해 8년을 수감생활 한 뒤 작년 6월 출소한 상습 성범죄자였다. 또 지난 1월에도 다시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다. 하지만 김씨는 전자발찌 등 어떤 조치도 받지 않았다. 경찰은 “김길태는 전자발찌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수감됐고 만기출소자였기 때문에 전자발찌를 채우는 특별관리 대상이 아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성범죄자 관리에 사각지대가 컸던 것 아니냐는 비난을 정부가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8년 아동 성범죄에 대한 통계자료를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추진해 왔다. 이유리 양의 나이 또래인 14세 여아에 대해 강간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고, 재발 비율 또한 높다는 조사 또한 나왔다. 결국 대안으로 아동 성범죄자의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전자발찌 등의 대책을 추진해 왔지만 또 다시 발생한 이 같은 범죄에 경찰과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전자발찌법) 제도 도입 이전에 범죄를 저질러 소급적용이 안 되는 사각지대의 성폭력 전력자들이 사회에 쏟아질 것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면서 “법사위에 묶여 있는 성범죄 예방 및 처벌, 피해아동 지원에 관한 법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나영이 아빠 송씨는 “사후약방문”이라면서 “조두순 사건처럼 시간이 지나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또다시 잊혀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물론 성폭력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예방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성폭력 범죄 발생, 재범 실태, 형량 등에 대한 검증 등 지속적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도 “단순히 발찌를 채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성범죄자들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교화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성범죄자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도 법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아동 사건을 전담하는 전문수사관 등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영이 아빠 송씨는 “형을 살고 나온 뒤 성폭행범의 신상을 공개하면 뭐하느냐”면서 “시간이 한참 지나 얼굴을 공개하면 다 잊혀진 뒤라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심도 있는 대책 마련 논의 필요해
   
▲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부산 실종 여중생이 숨진 채로 발견되는 등 아이들에 대한 ‘잔혹사’는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여중생 실종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김길태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부산 실종 여중생이 숨진 채로 발견되는 등 아이들에 대한 ‘잔혹사’는 반복되고 있다. 2006년 서울 용산 초등생 피살, 2007년 제주 초등생 피살, 2008년 혜진·예슬양 실종·피살 등 해마다 끔찍한 사건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여덟 살 난 나영이가 성폭행으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참혹한 일마저 벌어졌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었지만 지난 2월 24일 부산에서 실종됐던 여중생 이양은 결국 11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소년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와 동향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성범죄 피해 아동과 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14세다. 이 가운데 13세 미만의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27%에서 2007년 32.7%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 대부분이 이웃인 가해자의 집이나 집 근처 등에서 벌어지고 있어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용의자들이 잘 아는 곳에서 범행 장소와 범행 대상을 고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 사상구의 다세대주택가에서 실종됐던 이 양은 이웃집 물탱크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이 양 납치·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김길태의 경우 11년간의 교도소 생활을 제외하면 줄곧 인근에서 생활을 해왔다. 동네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는데다 경찰의 수색을 비웃듯 이웃집에 이 양의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했다. 또 재개발로 인해 빈집이 많은데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길이 많다는 지역적 특색도 김 씨에게는 좋은 은신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도주로까지 만들어 놓는데 안성맞춤이다. 조두순의 경우, 자신의 집에서 불과 600여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혜진이·예슬이 사건’의 범인 역시 아이들의 집에서 200여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이웃이었다. 때문에 올해부터는 인터넷에서도 아동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을 보면서 되풀이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범죄 예방을 위한 심도 있는 대책 마련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 법 개정안 추진
   
검찰이 ‘전자발찌법’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소급 적용, 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기소된 성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검찰은 수감 중인 성범죄자 가운데 재범(再犯)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들에게 관련 법률을 소급 적용, 출소 이전에 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지난 3월 9일 전국 성폭력 전담 부장검사와 공판부장검사 60여명과 화상 회의를 열어 전자발찌 소급 적용 법안을 제안했다. 대검 관계자는 “회의 주제는 ‘피해자 중심의 성폭력 수사 패러다임 변화’이며,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조만간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법무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법 개정안이 실현되면 현재 314명에 불과한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률의 소급 적용은 일반적인 법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전자발찌법의 경우 범행이 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검찰이 기소한 범죄자에게 재판에서 구형(求刑)을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상당 부분 소급적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한편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성범죄자는 ‘걸어 다니는 흉기’”라며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모든 성범죄자를 1대 1로 전담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그동안 아동의 피해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어른 성범죄에 대해서는 관리가 소홀했다”면서 “성범죄자를 등급별로 분류하고 등급에 따라 석 달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동향을 철저히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전자발찌법을 소급 적용하는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성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악랄해지는 데다 현행법상 전자발찌 착용 대상이 제한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수만명의 성범죄자들에 대한 감시 불완전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거나 착용 예정인 성범죄자는 314명(3월 5일 기준)이다. 이 가운데 194명은 아직 교도소에 있어 형기 만료 후에 전자발찌를 차게 되며, 출소 후 전자발찌를 차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120명이다. 그러나 현재 강간·추행 등 성범죄 혐의로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성범죄자는 총 5072명(전체 수감자의 10.5%)으로 이들 대부분은 법 시행 이전에 검찰에 기소돼 현행법상으론 이들이 출소하더라도 전자발찌를 채울 방법이 없다.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와도 마땅히 감시할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현재 수감 중인 성범죄자가 출소하기 전에 재범 위험을 따져서 전자발찌를 채울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 같은 법이 처음부터 시행됐다면 작년 6월 출소한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역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길태는 1997년 9살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려다 붙잡혀 이듬해 1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고, 이어 2001년 특수강간죄로 기소돼 징역 8년을 복역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행법은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기를 기다렸다가 처벌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반인륜적 흉악 범죄에 대해선 사회 방위 차원에서 소급 입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추진 중인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미 출소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수만명의 성범죄자들에 대한 감시는 여전히 불완전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경찰의 우범자 관리제도나 성범죄자 신상 공개제도 역시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김길태는 성폭력 전과 2범이었지만 경찰 감시망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경찰청 예규에 따라 경찰이 집중 관리하는 ‘첩보 수집 대상자’가 아니라 단순한 ‘자료 보관 대상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경찰 예규는 살인·강도·절도·강간·강제추행 등 강력 범죄로 ‘3회 이상’ 금고형 이상을 받고 출소한 자의 범죄 관련 첩보를 2년간 수집하도록 하고 있다. 김길태는 두번의 범죄로 11년의 형을 살았지만 세 번이 안 됐다는 이유로 감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법도 2000년 7월부터 시행돼 관할 경찰서에서 정보 확인이 가능하고, 경찰이 현재 342명의 열람 대상자를 1대1로 관리하며 동향을 체크하고 있지만, 김길태는 여기서도 빠져나갔다. 김길태가 아동강간미수 확정 판결을 받은 시점이 1997년이었고, 2001년 강간 범죄는 피해자가 아동이나 청소년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상 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성폭력 범죄 가운데 상당수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대응만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범죄라는 지적을 받았다. 2007년 4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실종 4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양지승(당시 9세)양을 성추행한 뒤 살해한 범인 송모(49)씨는 1997년 두 살짜리 어린이를 납치한 적도 있는 전과 21범이었다.

성범죄 예방 위한 현행 법제도는 여전히 미흡
   
▲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인터넷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현재 효율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예방을 위한 현행 법제도가 미흡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듭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소관 부처인 법무부와 국회는 작년 말부터 추진 중인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 다시는 이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3월 8일 법무부와 국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29일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올해 2월 1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개정안은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 및 관리를 강화하고 편법으로 형량을 낮출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일명 ‘전자발찌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강력 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종전 10년 이내에서 30년 이내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부착 기간의 하한은 1년이지만 최근 희생된 부산 여중생 이양과 마찬가지로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범죄는 하한 기간을 2배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현재로서는 형기를 마친 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부착하더라도 이동경로 확인 외에는 별도의 관리를 받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부착 기간 내내 의무적으로 보호관찰 대상이 돼 현장 방문지도, 조사, 밀착 감독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성폭력 범죄에만 적용되는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살인, 강도, 방화 등 재범 위험이 큰 강력범죄 전반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성년(만 20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키고, DNA 등의 확실한 화학적 증거가 있다면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술이나 마약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내세워 가벼운 형을 선고받는 일을 막기 위해 법원이 의무적으로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 심신미약 상태 여부를 확실히 가리도록 했다. 정부 입법안 외에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2008년 9월8일 발의한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야 의원 31명이 서명한 이 법안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습적 성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을 가진 성도착증 환자에게 주기적으로 화학적 호르몬을 투입해 일정기간 성적 욕구를 감소시키는 일명 ‘화학적 거세 치료요법’의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중생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김길태처럼 2008년 9월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에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최근 출소한 범죄자들은 법률의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여전히 당국의 관리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맹점도 있다.

성범죄자 인터넷 신상정보 공개제도 허점 많아
1월부터 시행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인터넷 신상정보 공개제도에 허점이 적지 않은데다 성범죄자 사후 관리를 맡는 부처 및 기관이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어 효율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에 연결된 ‘성범죄자 알림e’에는 ‘현재 등록된 열람대상자가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덩그러니 떠 있다. 지난해 6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복지부는 이 사이트를 개설해 성범죄자의 성명, 나이, 실제 거주지, 키와 몸무게, 사진 등을 등록하고 20세 이상 일반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셈. 이는 법 개정안이 2010년 1월 1일 이후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앞으로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형이 확정된 사람이 나와도 지난해 12월 이전에 범죄를 저질렀다면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등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기 동네에 성범죄자가 사는지 확인하려면 인터넷을 검색하는 동시에 경찰서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당초 인터넷 공개 제도가 도입된 것은 학부모나 교육기관의 장이 관할 경찰서에 직접 가야만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범죄자만 볼 수 있는 등 지나친 제한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급입법을 막기 위해 범죄기준 시점을 올 1월 이후로 정하면서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인터넷 열람을 위해 성인인증에 공인인증까지 거쳐야 해 인터넷에 서툰 사람은 열람이 쉽지 않다. 다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성범죄자의 주변에 사는 아동 양육가정에 범죄사실을 우편으로 보내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어 국회를 통과하면 어느 정도 허점이 개선될 수 있다.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관리는 거주지 해당 경찰서에서 맡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대상자는 지난해 4월 147명에서 올 2월 말 현재 328명으로 1년도 안 돼 2배 이상 늘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64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44명 △전남 34명 △부산 30명 등이다. 서울 노원구가 열람대상자 6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북구, 동대문구와 경기 안산시 상록구가 각각 4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성범죄자 인터넷열람시스템은 복지부가 운영하고 있고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은 법무부 보호관찰소에서 담당하는 등 성범죄자 사후 관리가 정부기관 곳곳에 흩어져 있다. 또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복지부 소관이지만 일반적인 성폭력 범죄의 처벌을 규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법무부가 맡고 있는 점도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씨가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길태는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도 아니었고 아동성범죄자 신상열람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출소 이후 수사기관의 관리를 전혀 받지 않은 것이다. 현재 법무부와 경찰 등의 성폭행범 관리는 크게 ‘전자발찌 착용’ ‘아동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 ‘1 대 1 전담관리’ 등으로 나뉜다. 김길태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김길태는 1997년 9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2001년 3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 경찰에 본인의 신상정보를 제출하는 아동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은 13세 이하 아동을 성폭행한 범죄자만 해당된다. 김 씨는 이 법안이 시행된 2000년 이전에 범행을 저질러 열람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신상정보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매달 동향을 파악하는 ‘1 대 1 전담관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전자발찌 역시 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범죄를 저질러 김 씨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성범죄자가 성인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골랐다가 서서히 아동·청소년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범죄자의 신원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 씨도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전력이 있는 만큼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년 여성 대상 상습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해외 입법사례 등을 살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소병철 검사장)는 9일 오전 전국 18개 일선 검찰청의 성폭력·아동범죄 전담 부장검사들을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아동성범죄자 책임담당제’를 도입해 경찰관 1명이 상습 아동 성범죄자 1명꼴로 맡아 관리해 왔다. 경찰은 성범죄자를 등급별로 분류해 1∼3개월에 한 번씩 동향을 조사할 방침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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