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2010 밴쿠버 동계 장애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밴쿠버 패럴림픽 센터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전에서 세계최강으로 꼽히는 주최국 캐나다에 맞서 접전을 벌인 끝에 역대 두 번째 동계 패럴림픽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그러한 환호성도 잠깐, 그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하면 그들은 영락없는 장애인일 뿐이다. 그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사회가 그들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장애인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
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이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고통은 크기만 하다. 특히 신체적, 경제적 사회구조적 환경으로 인해 많은 제약이 뒤따르는 장애인 문화예술인들은 창작활동을 위한 법적 지원정책이 없어 안정적인 예술 활동을 할 수 없다며 호소한다.
(사)한국장애인미술협회의 김충현 회장은 “장애인 미술작가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미술작가들이 각종 공모전에서 최상의 입상을 하고 대학, 대학원에서 전공을 해도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각각의 시설 특수학교, 초등학교, 장애인교육기관, 문화원, 문화센터, 복지관 등에서도 채용을 하지 않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말한다.
지난 1995년 설립된 (사)한국장애인미술협회는 본의 아닌 장애를 입고 방황하던 중 예술세계에 참여하여 활동했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마음 아파하던 중증 장애인, 뇌병변, 근육적, 청각장애인 미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장애인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장애인 미술가들의 권익 옹호를 대변하고 있다. 이에 사회적으로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유망 장애인 미술가들에게 문화예술분야로의 진출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창작활동의 촉진과 장애인 문화예술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 오는 4월 20일 '장애인한마당'행사에서 구필, 족필 등의 시연회를 할 계획이라고.

김충현 회장은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예술적 편견을 제거하고 장애인의 사회 및 문화예술 분야 참여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을 향상시킴으로써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통합의 기회를 제공하여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 건설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협회에서는 매년 1회 정기전을 통해 회원들의 창작작품발표회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인의 날 기념전, 장애인기능 경기대회 초대전, 실비장애인 박람회, 국회초대전 등의 기획전을 준비, 추진해왔다. 또 장애인 문화예술 창작활동 활성화 세미나와 장애인문화예술 발전 정책을 제안하고 서울 장애인 미술 창작스튜디오 운영을 통해 장애인 미술 작가들에게 창작활동 공간제공, 전시 공간 제공, 교육장, 세미나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행사 프로그램으로 서울시에서 주최, 100여 개 단체가 연합하는 ‘장애인 한마당’ 행사에서 협회는 서양화, 한국화, 서예, 공예작품 50점과 5점의 구필, 족필, 중증장애인 작가 작품 시연회를 할 계획이다.

장애인의 예술성을 순수가치 표현으로 인정해야

▲ 有志者 事意成(뜻을 세우는 자는 반드시 그 끝을 이루니라) 김충현 회장 書

지난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한국장애인미술협회의 김충현 회장은 15년째 장애인 서예가로 활동하면서 각종 서예, 미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등을 150여 회 수상 및 초대전 200여 회, 붓사랑 회원전 13회, 개인전을 통해 그의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김충현 회장은 “그 국가의 문화, 예술을 보면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할 수 있다.”면서 “선진국가의 장애인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우리나라의 특급호텔 수준으로, 경제적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장애인 예술가들을 키워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장애인 미술가들의 경우 창작활동을 하는 데 있어 경제적으로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회장은 “미술가로서의 재능을 위해서는 시간과 재료를 투자해야 하나 우리나라 장애인 미술가들은 직업을 갖고 생계를 책임져야만 한다.”면서 “장애인 작가들에게 협회에서 창작활동을 위한 경제적인 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사실상 그만큼의 재정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 때문에 국가에서 장애인 예술인과 단체를 위한 지원 정책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충현 회장은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불행한 것은 아니며 또 다른 능력의 시작일 수 있다.”면서 “장애인 예술가들은 장애를 가진다는 것이 절망과 좌절이 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삶의 도전과 개척을 통해서 장애를 딛고 일어나 인간승리의 결실을 일구어낸 장한 예술인들이다. 장애인 미술가들이 창작하여 표현되는 예술성을 편견 없이 ‘장애인의 예술성을 순수가치 표현’으로 인정되기를 바란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