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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대의 삶의 질곡과 무게를 예단한다”
2023년 04월 05일 (수) 14:42:25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예술의 아름다움은 생명성에 대한 경외가 소위 말하는 미적 도덕적 인간적 판단, 즉 과학 기준과 달라도 인간 본성에 동인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의 위대성은 여기에 있다. 미학은 사태와 사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반성을 넘어서 무심한 인간 본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물질문명의 발달로 오늘날 현대인들은 깊은 공허감, 그리고 소외감에 빠져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인들은 주변에의 ‘무관심’으로 표출된다.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즐거운 것을 보아도, 안타까운 일을 보아도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더 없이 냉랭해진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세계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고난을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언어예술로 형상화 하다
시인 박무웅의 행보가 화제다. 지난 1995년 시 월간지 <심상>을 통해 등단한 박무웅 시인은 고난을 삶의 활력으로 승화시키고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언어예술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 마음의 UFO>, <공중국가>, <지상의 붕새>, <끼, 라는 날개>, <패스 브레이킹> 등 시집을 출간한 그는 2014-2017년 세종우수도서 3회에 선정된 바 있으며, 2015년 한국예술상을 수상했다.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사업가로서 성공한 박무웅 시인은 문학이 자신을 새롭게 하고 깨우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뒤늦게 시의 문을 열었다.

 

▲ 박무웅 회장

박무웅 시인은 2007년 화성예총회장을 역임하면서 제부도 해변시인학교를 개설했으며 2011년 시 계간지 <시와 표현>를 창간, 2015년 월간지로 전환했다. 박무웅 시인은 “전통을 자랑하는 우수 문예지들이 속속 폐간하는 현실에서 월간지로 전환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결정이었다”며 “그러나 문단의 한 축으로 쓰임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하고 보람 있게 생각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영국시인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교보생명 회장은 ‘광화문 글판’에 계절마다 시를 새기고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함축적인 의미로 대중들과 공감대를 넓히곤 했던 것처럼, 박무웅 시인도 35년간 제조업을 경영하며 시의 복을 듬뿍 받았다고 말한다.

“길 없는 곳에 있다는 빛나는 곳들을 찾아 상상과 모색에 심지를 밝히고 그 불빛에 일렁이는 문자로 시를 쓰는 시인들! 그 길은 하루에도 수없이 우주를 돌아오는 무수한 다짐들이 으르렁거리는 몸짓들이 존재한다”고 표현할 정도다. 박무웅 시인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은 좋은 선택이다. 나는 시를 선택했고 시를 통하여 서로 안부를 묻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시인은 시대의 삶의 질곡과 무게를 예단한다. 시인은 모두 각양각색을 모아 보다 향기롭고 튼튼한 숲을 가꾸어 나간다”고 강조한다.

‘사석(捨石)’은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것들이다
“시(poetry)는 ‘만들다’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 했다고 한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만물의 경영법도 기업의 경영방식도 다 시의 영감을 포착하듯 섬세하게 설계할 때에 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희박한 가능성에서 영혼이 담긴 제품으로 탄생할 것이다.” 박무웅 시 ‘사석(捨石)’을 감상해보자

“ 할아버지에게서 처음 바둑을 배웠다. 할아버지의 바둑돌엔 흰 수염이 날렸다
나는 까만 눈동자 같은 돌을 들고 눈을 깜박거렸다.
바둑은 두 집을 지어야 산다고 하셨다. 이리저리 고단한 대마를 끌고 다녀도
한 집 밖에 남지 않으면 끝이라 하셨다.
한 집만 있는 곳은 마을이 아니라고 하셨다.
대마불사에 목을 걸고 집과 집, 길과 길을 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오궁도화가 만발하여 보기 좋아도 한순간 낙화하면 끝이라 하셨다.
세상에는 버릴 게 없다는 할아버지 말씀대로 사석을 모아들이며
한 집 한 집 키워 나갔다. 길과 길을 만들다보면 거기 집이 생겼다.
판이 끝날 때마다 모아들이는 사석이.
당신이 버린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사석이 바로 나의 묘수였다.
죽은 돌을 골라낸 밭에 봄이 가득하다.”                     -「사석捨石」전문

 

위 작품을 통해 박 시인은 큰 것을 지키는 일에 작은 것들을 회생시키는 일은 어리석다. 또 큰일을 도모하는 데 있어 작은 것들을 사사로이 움직여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절정은 곧 그 끝이 한곳에 모여든 것이라는 것이다. 쌓는 마음과 허무는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묘수란 순간을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밟고 또는 열고 다른 곳으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승리는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패배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배는 또 누구의 것이며 승리는 또 누구의 것인가. 패배와 승리는 공평하다. 다만 그 주인이 서로 바뀔 뿐이다.

박무웅 시인은 “패인을 모아들이고 죽은 것들을 모아들이는 일의 끝에는 모든 승부처가 있고 승리의 열쇠가 있다”면서 “남이 버리는 것은 그 남에게서 소용이 끝났다는 뜻이지 나에게서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진 이유가 내가 승리할 수 있는 묘수 중의 묘수인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석은 끝난 것들이 아니다. 다만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것들이다. 천지 만물이 그것들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이 첨단의 시대의 에너지는 다 오래전에 죽고 썩고 쓸모없이 고여 있던 것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 없인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세상의 역동적 동력들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무웅 시인은 현재 한국시인협회 이사, 충남시인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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