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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비리 근본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교육감과 교장에 대한 권한 견제장치 없어
2010년 04월 01일 (목) 15:42:21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정부는 최근 잇따른 교육계 비리와 관련, 범정부적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교육공무원 인사·예산 등 교육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3월 12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 비리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조만간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교육비리 근절·제도 개선 정부지원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될 예정이다. TF는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으로 꾸려지며 교육공무원 인사와 예산 등 전체 업무추진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비리척결 방안 등도 마련하게 된다.

각종 교육계 비리 의혹 터져 나와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과 토착, 권력형 비리 엄단을 밝히면서 그동안 묻혀 있던 각종 교육계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교육비리 엄정 대처를 촉구하는 한편 교육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과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공교육살리기연석회의’가 지난달 10일 참여연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교육계 비리는 충격적이다. 전교조는 지난해 말 임시직 A교사가 뇌물을 달라는 교장의 요구에 지쳐 100만원을 전달했고, B학교 교장은 ‘연구학교’ 지정을 위해 장학사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강요해 교사 7명이 100만원을 모아 전달했다는 제보를 공개했다. ‘방과 후 학교’ 업체 선정도 문제다. 업체는 강사 수당에서 30∼40%을 착복해 학교 관리자에게 상납하고, 운동장 등 학교 시설물 사용에도 리베이트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K대는 회계조작으로 국고 6억300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 다른 K대는 2005년 국고 4억원을 횡령했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돼 환수당한 뒤 2006년에도 1억4000만원을 목적외로 사용했다. 대구 모 학원 강모 교사는 보충수업비 불법 수납, 이사장과 특수 관계인이 운영하는 매점을 통한 불법 강제 급식, 매점 불법 수의계약 등 많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학원은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 강 교사를 2006년 이후 세 번이나 파면했다. 서울 모 고교 김모 교사는 교사 임금 1900여만원을 허위로 타내고,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내세워 급식업체를 운영하며, 동창회비 3300여만원을 횡령하는 등 이사장의 각종 의혹을 교육청에 제기했지만 신원이 누설돼 지난해 3월 파면됐다. 교육부는 2006년 전남 대불대 종합감사에서 법인 임원 전원에 대해 승인 취소하고 총장과 부총장 등 5명을 중징계 조치했다. 교육부는 또 대불대 학교법인 영신학원에 대해 부당 집행된 111억원을 교비 회계에 보전하고, 대불대가 부당 집행한 교비 29억원을 회수토록 했다. 이사장 이모씨와 총장인 아들은 실형을 받았지만, 이들은 8·15특별사면을 받았다. 연석회의는 “이명박 정부 들어 시행된 ‘4·15 교육자율화 조치’ 이후 교육감과 교장에 대한 권한이 견제장치 없이 확대되면서 교육비리가 더욱 심화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과 토착, 권력형 비리 엄단을 밝히면서 그동안 묻혀 있던 각종 교육계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비리의 축소판 조리 전문 특성화고
입학생 바꿔치기, 지원금 횡령 등 각종 교육비리로 얼룩졌던 한 조리전문 특성화고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3월 11일 입학점수를 조작해 합격생을 탈락시키고 기숙사비를 비롯한 교내 예산을 빼돌리는 등의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경기 시흥시 소재 사립 한국조리과학고 교장 진모 씨(73)와 교무부장 이모 씨(45)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교감 정모 씨(54) 등 학교 관계자 20명, 경기도의원과 납품업체 관련자 1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0학년도 신입생 전형을 진행해 228명의 최종합격자를 선정한 상태였는데도 ‘같은 재단 중학교 출신과 남학생 등을 우대하라’는 교장의 지시가 내려지자 점수를 조작해 합격자를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합격한 학생 15명의 면접 점수(30점 만점)를 1∼7점씩 깎아내리고 불합격한 15명의 면접·적성·목적의식 점수를 1∼13점 높인 것. 이에 따라 118등으로 여유 있게 합격했던 학생은 정작 불합격 통지를 받은 반면 462등으로 합격권에서 한참 떨어져 있었던 학생이 195등으로 이 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렇게 합격한 학생들이 그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건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 추적을 하고 있다. 또 이들은 납품업체 리베이트, 국고보조금, 기숙사 운영비 등 3억1700여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교장 진 씨는 2003∼2008년 교사채용 과정에서 8명으로부터 2억3000만 원을 받기까지 했다. 교사들은 “채용해주겠다”거나 “기간제에서 정규교사로 전환해주겠다”는 교장의 말에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 원을 건넸다. 그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지난해 2월 경기도의원 황모 씨(50)에게 400만 원의 뇌물을 건네는 한편 학교 근처의 용지를 매입하고 아들의 미국 유학자금을 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 교장이 부인을 이사장에, 조카를 사무국장에 앉히는 등 친인척 5명을 주요 보직에 임명해 수년간 부정한 돈을 축적했다”며 “보조금 횡령에 채용 장사, 부정입학, 공직자 매수 등 최근 문제가 된 교육비리의 축소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진 씨 등이 비리로 마련한 자산을 함부로 빼돌리지 못하도록 재산몰수 보전 신청을 하고 수사 결과를 경기도교육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2008년 학교운영비 횡령을 적발해 한 번 징계조치했을 뿐 이 학교의 조직적인 비리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교육비리 엄정 대처를 촉구하는 한편 교육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과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원인으로부터 금품 받지 않은 교육청 없어
한편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민원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지 않은 교육청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교육청을 찾은 민원인 중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이들은 1년간 평균 5.5차례에 걸쳐 507만원, 서울교육청은 평균 6.5차례 430만원 상당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금품은 주로 공사 계약 같은 민원이 있는 사업자가 돈·상품권·선물 등으로 건넸다. 교육비리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교육청의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진(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11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교육청의 청렴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각 교육청에서 일을 본 민원인의 성명과 전화번호가 적힌 명부를 제출받은 뒤 기관별로 200명을 표본 추출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대구·서울·충북·강원·인천교육청 순으로 민원인들이 공무원에게 건넨 액수가 많았다. 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주로 공사 계약이나 학교용품·급식재료 등 기자재 공급과 관련된 사업자들이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은 “가장 청렴해야 할 교육공무원들의 비위 실태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강도 높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는 “사회에서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지는데 대해 한편으로는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자 출신으로서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권한 축소 및 행정 절차 공개해야
   
서울시교육청 예산 집행 업무를 맡은 교육행정주사(6급) A씨는 2007년 3월 창호업체 J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특정 고교의 창호공사 신청이 오면 예산 배정을 먼저 받을 수 있게 잘 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A씨는 이듬해 6월 김씨로부터 시가 2600만원짜리 중형 승용차를 뇌물로 받았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창호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서울시교육청 직원 8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지난 3월 11일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민원인 상대 청렴도 조사에서도 이 같은 교육계의 뇌물 관행이 확인됐다. 권익위는 지난해 9~11월 시·도교육청에서 일을 본 민원인들에게 ‘돈·상품권·선물 등 금품이나 식사·술 대접 같은 향응, 골프장 이용이나 숙박시설 등 편의를 제공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1년간 모두 몇 번 정도 제공했는지, 액수로는 얼마나 되는지도 조사했다. 권익위는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위법이지만 국가 차원의 청렴도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해당 민원인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고 수사기관에도 고발하지 않는다. 비리 공무원도 색출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구체적인 비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를 찾아내 처벌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별 세부 자료는 해당 기관에만 통보되는데 외부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6개 시·도교육청 한 곳도 빼지 않고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공무원이 있는 것으로 나온 이번 조사 결과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일선 교육청의 청렴도가 낮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같은 조사가 진행된 474개 공공기관 중 국무총리실·외교통상부 등 220여 개 기관은 소속 공무원에게 금품·향응·편의를 제공했다는 민원인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제공된 뇌물과 향응은 주로 각종 시설공사 계약을 따내거나 학교 급식 관련 비리일 가능성이 크다. 권익위는 교육청의 경우 ▶구매·용역·공사 계약 체결 ▶운동부 운영 ▶현장학습 관리·수학여행·수련회 ▶학교 급식 운영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시설 심의 ▶학원 지도·점검 등 360개 업무에서 공무원과 접촉한 민원인을 상대로 조사했다. 각종 업체 선정 권한이나 재정 지원과 감독 업무가 대부분인데 공무원 권한은 막강한 반면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부패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분야다. 교육계 안팎에선 이 같은 뇌물 관행을 줄이려면 교육청의 권한을 줄이고 행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진 의원은 “교육 비리의 근본 원인은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폐쇄성에 있다”며 “교원 인사제도 개선과 교육 관련 행정기관의 기능 전환, 교직사회의 문호 개방 등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6개 시·도교육청 산하의 전국 104개 지역교육청에 대해서도 민원인 150명씩을 상대로 청렴도 조사를 했다. 서울 동부·서부·남부·성북교육청, 대전 동부교육청, 경기도 수원교육청, 전북 김제교육청, 전남 목포교육청에서 1년간 평균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공무원에게 줬다는 민원인이 나왔다. 서울 동부, 대전 동부교육청의 경우 1년간 평균 750만5000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는 이도 있었다. 서울 서부·남부, 전북 김제교육청은 평균 400만원 가량이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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