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나 의학 등 소위 돈벌이가 되는 학문과 달리 자연사 연구, 특히 공룡연구 분야는 인기학과도 아니고 정부의 지원도 미미해 학자로서의 사명감이 없다면 해낼 수 없는 외로운 작업이다. 정년퇴임으로 인생의 2모작을 준비하는 부산대학교 김항묵 교수는 세계적인 공룡연구의 태두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가적 노력과 행운이 찾아온 결과라며 겸손해 하기도 하고 대통령을 잘 만나 운수 대통했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김항묵 교수

김 교수를 수식하는 말은 참 많다. 우리나라 최초 공룡골화석 발견자, 공룡연구의 획을 긋는 부산 두도 등 보물섬 발견자, 공룡유적보전의 법칙을 발견해 낸 고생물 연구학자 등 모두다 고생물 연구의 한류라고 할 만큼 우리나라 공룡연구의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김 교수의 업적을 기리는 평가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지난 1973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경북 의성에서 대형 용각류 상박골 화석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아무도 공룡연구를 하는 사람이 없어 화석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일일이 공룡 발자국 등을 확인하고 측정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거치다 보니 어느새 1만개 이상을 탐구하게 됐고 공룡유전보전의 법칙을 발표하게 됐다. 김 교수가 일생동안 가장 보람있는 작업이었다고 회상한 이 법칙의 발견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1999년 새벽에 영감이 떠올랐다. 이 지역 저 지역 조사하다 보니까 매 지층에 공룡발자국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설령 한 지층에서 공룡발자국이 보이지 않다라도 계속 추적해 들어가다 보면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국에 가서 입증해 보였다. 80년대 하버드대에 가서 공룡연구의 기초를 쌓고 99년도에 법칙을 만들어 2000년대에 예일대에서 발표·검증을 했다”.

공룡화석 관광자원화 해야

자타가 공인하는 공룡권위자지만 우리나라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설립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지난 73년 공룡뼈 발견 후 80년대 초반부터 청와대, 국회, 문광부 등에 제안서를 제출하며 백방으로 뛰었다. 현재는 박물관 설립이 확정되었고 전국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박물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도 그는 현행 공룡화석을 다루는 정부의 자세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21세기는 관광 기간산업시대이다. 자동차·석유 산업처럼 관광산업도 또 하나의 기간산업인데 공룡화석을 관광자원화해야 한다. 일본, 중국 등지에 비해 유적이 많기 때문에 공룡화석을 밝혀내고 규명하는 일은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경상남북도 전체를 봐도 부산지역의 두도·암남공원 일대는 공룡 알둥지, 공룡발자국, 새뼈 화석, 나무둥지 화석, 공룡피부화석 등이 나오는데 국가적으로 ‘보물섬’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 지역은 해식절벽과 종유석 해식동굴의 일대 경치가 아름다워 국립공원화할 필요성이 있다. 전 인류가 사랑해야 할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일침을 놨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