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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2022년 11월 06일 (일) 10:36:22 박미란 webmaster@newsmaker.or.kr

변명 

▲ 박미란 시인

그때,
그대에게 기대지 못한 것은
용기가 없어서도
그대가 내마음에서 멀어져서도 아니다
모든 것들은 만남 이전에 이별이 먼저였다
그대가 가슴으로 다가서기도 전에 난 늘 이별을 생각했었다
그대와 나의 이별, 부어오를 상처가 두려워
처음부터 그대 수용하지 않았다

그대여, 그때
나는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와 그대 상처가 두려웠다 어두웠다
나는 그대 몰래 그대 그림 하나하나씩 지우기 시작했고
나로인한 그대 상처의 얼룩, 그대 몰래 하나하나 건실히 닦아주고 있었다
하나씩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그때 나는 진정으로 떠나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대가 눈물로 다가섰던 날부터
이별을 준비했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또 다른 상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그대 수용 한 번도 허락치 않았다
처음부터 그대 상처가 두려웠다
닦아주고 싶었다

그대여
나의 상처는
남이 그대가 되면서 시작되었다
남이 그대가 되면서 아픔으로 커져갔다
그대 상처 하나씩 닦으면서 나의 상처 키워가고 있었다
상처 하나하나 가슴 한켠으로 키우고 있었다
그대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떠나는 이가 남겨진 이보다 더 아프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진정 사랑을 몰랐다
늘 싸늘했었기에 그 누구도 가슴에서
수용 못하고 보냈었다
칼바람만 가슴으로 불게 했다
나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부끄러운 사람이었다
늘 싸늘했었기에 진정 사랑이 아픔이었다는 것을
아픔은 아픔을 낳는다는 것을
그 후의 아픔이 죄의식도 낳는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아니, 그대여
나는 사랑을 너무 일찍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나기도 전에 많은 이들을 무참히 보냈다
수 많은 이들과 담벼락 많이도 쌓았다

그대여 그때,
그대에게 보인 칼바람은
진심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떠난다는 것은
떠나는 이가 남겨진 이에게 추억 모두 건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이가 남겨진 이의 상처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떠나는 것도 남겨진 것도 모두 상처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아니, 떠나는 것이 남겨진 것보다 힘든 일인 것을 깨달았으므로
그때, 그대에게 대한
싸늘함은 진심이 아니었다

그대가 무정하다 했었던 나는
가슴으로 그대 수용 생각도 했었다
그대 수용하면
가슴으로 자주 세찬바람과 밤이 찾아들었다
바람 가득한 이파리가 온몸으로 울부짖고
비는 가슴으로 떠내려 왔다
나에게 겨울은 너무도 자주 찾아왔다
한 여름에도 가슴으로 눈이 쌓였다
늘 추웠다
늘 가슴속은 싸늘해져 갔다
그때,
그대에게 보인 칼바람,
그대여 진심이 아니었다

그대여,
그대에게 보인 칼바람은 진심이 아니었다
그대여, 용서해 달라는 말은 않으련다
나는 아직도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 잊고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가볍게 살아가고 싶다
죄의식은 끊임없는 아픔을 낳는다
아픔으로 종일 밤이 들기 때문이다
아픔마저 수용할 만한 나는, 용기없는 비겁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대여, 나는 오늘도
그 이기심으로
변명의 시를 쓴다
그때,
그대에게 보인 칼바람은 진심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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