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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헌재, 간통죄 처벌 조항 위헌 결정
2015년 04월 06일 (월) 11:42:32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우리나라 형법 제정 62년 만에 간통죄 처벌조항이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26일 간통죄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241조에 대해 찬성 7 대 반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장정미 기자 haiyap@

1990년 이후 5차례나 헌재 심판대에 오른 결과 처음으로 간통죄 위헌 의견이 위헌정족수(재판관 9명 중 6명)를 넘어섰다. 지난 2008년 10월 4번째 헌재의 합헌 결정에서는 재판관 5인이 위헌 의견(위헌 4·헌법불합치 1)을 냈지만 정족수에 1명이 모자라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지금까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국회에 책임을 돌려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서는 법조계와 사회 각계에서 제기됐던 간통죄 폐지론의 핵심을 모두 다수 의견으로 앞세웠다.

개인의 사생활에 국가권력 개입하면 안 된다
2월26일 헌재의 위헌 결정에서는 ‘간통과 상간행위 처벌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게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등 재판관 5명의 다수 의견 핵심이다.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하며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다수 의견에서는 또 사회적 의식 변화와 세계적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재판부는 “사회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간통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해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각각 다수 재판관과 다른 의견을 내놨으나 위헌 결정에는 뜻을 모았다. 김이수 재판관은 사실상 혼인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파탄 상태로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간통행위자 등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라고 지적했다. “비난 가능성이나 반사회성이 없거나 단순히 윤리적·도덕적 비난에 그쳐야 할 행위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강일원 재판관은 형법 제241조 2항이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宥恕·너그럽게 용서)한 때는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 데 대해 종용과 유서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종용과 유서를 증명하고 인정하기 쉽지 않아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가 가능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다. 강 재판관은 아울러 죄질이 서로 다른 간통행위에 일률적으로 징역형만 부과하도록 규정한 것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짚었다. 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 등 4번에 걸친 헌재의 간통죄 합헌 결정에서도 소수의 재판관들이 위헌 의견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1990년에 간통죄 처벌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건 김양균 재판관이 유일했다. “사생활 은폐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원칙적으로 위헌”라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당시 한병채·이시윤 전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법정형을 징역형만 규정한 데 대해 “현대적 법감각을 잃은 응보적 대응”이라고 했다. 2001년에는 재판관 9명 중 권성 전 재판관만 유일하게 “간통죄를 형사처벌로 다스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간통죄의 형사처벌은 범죄로 규정할 당벌성이 없는 비행을 범죄로 만들어 공개적으로 재판함으로써 마치 주홍글씨를 새기듯이 수형자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는다”고 지적했다. 2008년에는 김종대·이동흡·목영준 전 재판관이 위헌 의견, 김희옥 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 등을 냈다. 김종대·이동흡·목영준 전 재판관은 위헌 의견에서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법익균형성을 상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통죄보다 선량한 풍속을 더 크게 해치고 비도덕적이며 혐오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근친상간·수간·혼음 등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간통에 대해서만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입법체계상 균형이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형법 제정 62년 만에 간통죄 폐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폐기된 간통죄는 뿌리가 깊다. 고조선의 기본법인 8조법금(八條法禁)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조선시대에는 간통을 저지른 자를 장형(杖刑) 80대로 다스렸다. 유부녀는 90대를 쳤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가혹했던 전통은 광복 후까지 이어졌다. 1905년 대한제국 형법대전과 1912년 일제 강점기 조선형사령은 간통한 남성을 처벌 대상에서 아예 뺐다. 간통한 유부녀만 처벌하던 일본 형법의 영향을 받은 데다 남성중심문화가 작용한 결과다. 간통한 남녀를 동등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견해와 모두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는 광복 이후에야 본격 제기됐다. 1947년 법제편찬위원회 산하 형법분과위원회는 ‘남녀평등 이념에 비춰 동일 조건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형법요강을 작성했다. 이는 정부안으로 채택돼 국회에 상정됐다. 1952년 국회 법사위원회는 간통죄로 처벌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수정안을 내고 표결에 부쳤다. 이듬해 두 가지 안 가운데 정부안이 통과됐다. 재적의원 110명의 과반수인 56표보다 불과 1표 많은 찬성을 얻을 만큼 논란이 치열했다. 간통죄는 여러 차례 고비를 겪었다. 1989년 법무부는 형법개정소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여 간통죄를 형법에서 빼려 했다. 개인윤리 문제에 해당해 세계적으로 폐지 추세이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아 형벌의 억지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1990년 헌재가 6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두했다. 혼인과 가족생활을 유지·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법무부는 법정형을 징역 2년 이하에서 1년 이하로 낮추고 벌금형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 1995년 형법 개정 때 포함되지 않았다. 간통죄 처벌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럼에도 위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헌재는 세 차례 더 간통죄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1993년엔 기존 합헌 결정을 그대로 인용했다. 2001년 헌재 결정 때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헌재는 당시 8대 1 의견으로 합헌을 선고하면서 “간통을 형법으로 다스리는 게 지나친 것인지 문제될 수 있지만 이는 시대적 상황과 구성원 의식 등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입법의 영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입법권자의 진지한 접근을 요구한 것이다. 2008년 10월에는 헌법재판관 5명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해 처음으로 합헌 의견보다 많았다. 위헌 결정 정족수에 불과 1명이 부족했다. 법무부 장관 자문 기구인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는 2010년 간통죄 폐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가선 간통죄 없어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경우 처벌하도록 한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26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성도덕에 어긋나거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성풍속범죄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형법 제241조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9명 중 7(찬성) 대 2(반대)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 처벌 조항은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학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나라들은 간통죄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있으며 대만 등 일부 국가의 형법에만 남아 있다. 미국은 20여개 주에 간통죄가 남아 있으나 실제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1791년 대혁명 때 간통죄 처벌 규정을 없앴다가 되살렸지만 1975년 형법 개정 때 해당 조항을 다시 삭제했다. 통일 전 독일(서독)은 간통한 사람을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했으나 1969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이 조항을 뺐다. 중국은 상대방을 협박해 현역 군인의 부인과 간통한 경우에 한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단순 간통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덴마크는 1930년, 스웨덴은 1937년, 일본은 1947년, 독일은 1969년, 프랑스는 1975년, 스페인은 1978년, 스위스는 1989년, 아르헨티나는 1995년에 간통죄를 폐지했다. 간통죄와 유사한 풍속범죄로는 지난 2009년 11월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된 ‘혼인빙자간음죄’가 있다. 혼인을 빙자해 부녀자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을 처벌하도록 했던 해당 조항은 2011년 11월 정식으로 사라졌다. 이 조항은 통일 전 서독 형법의 ‘사기간음죄’에서 유래해 1953년 우리 형법 제정 때 명문화됐지만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법률로 통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끊임없는 비판 속에 결국 폐지됐다. 일본과 프랑스, 덴마크 등 해외 여러 나라는 혼인빙자간음 처벌 규정이 없으며 현재 미국의 일부 주와 터키, 쿠바, 루마니아 등에만 남아 있다. 하지만 거의 기소되지 않아 실효성은 없는 편이다. 직계혈족이나 형제자매 등 촌수가 가까운 친족 사이의 성관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근친상간죄'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민법 제809조에 8촌 이내 친족 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성관계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다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에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의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다. 미국의 대다수 주,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독일 등에서는 근친상간 자체만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1810년 나폴레옹에 의해 근친상간 금지법이 폐지됐다. 이는 근친상간을 국가가 아닌 교회에서 처벌했던 중세시대의 교회법적인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가톨릭이 국교였던 프랑스와 그 영향권 아래에 있던 국가들은 나폴레옹 법전의 영향을 받아 근친상간 금지법 자체가 오래 전에 폐지됐으나 신교 국가들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독일은 유전학상 열성(劣性)유전의 위험성이 커 정신지체인의 출산율이 높고 건전한 성윤리관에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형법에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 2007년 이 조항을 폐지하자는 논란도 있었으나 2008년 독일연방 헌법재판소는 근친혼 금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독일 윤리위원회는 해당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법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력 정치인들은 여전히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2008년 11월부터 간통행위 처벌 불가능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간통죄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오래 전 간통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일부 전과자들은 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법 47조에 따르면 ‘종전 합헌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까지 소급해 위헌 법률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다. 이에 따라 가장 최근 헌재의 간통죄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 10월30일 이후 간통행위를 한 사람은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간통죄로 수사 중인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종결하고 1심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 취소 조치를 하기로 했다. 1,2심 판결이 이미 선고된 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상소를 제기하고 항소심이나 3심이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구형하기로 결정했다. 또 2008년 10월31일 이후 유죄가 확정된 사건 중 형이 집행되기 전인 경우 형 집행이 면제된다. 형이 집행 중인 경우에는 잔형집행이 면제되고 기소중지 상태에 있는 사건은 재기수사를 통해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들이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어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간통 전과가 사라지는 셈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간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총 5466명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들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약 3000여명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간통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거나 실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구금일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반면 2008년 10월30일 이전에 간통죄를 범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경우 정해진 게 없다. 이들은 대부분 이미 확정판결까지 나온 경우로 재심을 통해서만 구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관련 판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2008년 10월30일 이전 간통죄를 범한 사람은 전과 기록이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대법원 상급심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이들마저 구제될 거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 역시 “재심을 해봐야 겠지만 이들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1985년부터 현재까지 30년간 간통죄로 기소된 사람은 총 5만2900여명으로 이 중 3만5000여명이 구속 기소됐다. 2009년 2304건, 2010년 1698건, 2011년 1698건, 2012년 1827건, 2013년 1564건 등으로 매년 감소했다.

민사적으로만 부정행위자에 책임 물을 수 있어
형법상 간통죄가 폐지된 뒤 배우자의 간통에 대처하는 방법은 어떻게 달라질까.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제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모텔 등 성행위 현장을 덮쳐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재판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형사상 간통죄를 인정받으려면 성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민사적으로만 부정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면서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사라졌다. 형사상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해서 성행위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사소송에서도 배우자가 타인과 성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승소할 확률이 더 높고 위자료 액수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도움으로 현장을 덮치는 게 불가능해진 만큼 성행위의 완벽한 증거를 잡기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한 경찰관은 “모텔방 안에 둘이 있었다면 성관계를 했을 수 있다는 심증은 가겠지만 체액이 묻은 피임기구처럼 완벽한 물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민사재판에서는 형사와 달리 불법적으로 수집한 자료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별도로 도청·도촬에 대한 무거운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위자료 몇 푼 더 받으려다가 감옥에 들어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성행위가 아닌 정신적인 애정관계도 민사적으로는 배우자에 대한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성관계 현장을 덮치지 않아도 문자메시지에 담긴 애정표현, 둘만의 여행 등 외도의 정황이 있으면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성관계와 관련해서도 둘이 모텔방에 들어가는 폐쇄회로TV(CCTV) 화면 등 정황이 있으면 위자료에 참작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경찰관은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굳이 성관계 현장을 적발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증거로 확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간통죄 폐지가 민사상 위자료 인정 액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가정법원 등에 위자료에 대한 지침은 따로 없다. 그러나 판례에 따르면 책임의 정도, 경위, 혼인 기간, 당사자의 재력 등에 따라 일반적으로 500만~3000만원 선에서 결정된다. 부정행위 정도가 심하면 4000만~5000만원도 가능하다. 홍승권 변호사는 “한국은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법원에서 위자료를 자체적으로 증액해주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경제적·사회적 제재와 요구 커져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부부는 법적으로 ‘계약관계’라는 의미가 확립되게 됐다. 지난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가 헌재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고 간통죄까지 없어지면서 이제 성매매를 제외하고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한 영역에서 국가의 형벌권이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간통죄 폐지가 가족에 대한 개인의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더 무겁게 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월27일 법학계 등에서는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은 부부관계가 원칙적으로 계약관계라는 학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09년 국내의 형법 전문가 대다수가 포함된 한국형사법학회와 한국형사정책학회는 간통죄 폐지 의견을 제시하면서, “간통을 하면 계약법의 일반 원리에 따라 계약의 해소와 손해배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혼을 국가 제도로 본다면 형벌권이 타당하지만, 계약관계로 간주하면 국가가 형벌을 행사할 수 없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부부관계가 민사상 계약 관계로 확립되면 일견 형사처벌이 없어져 사회적 제재가 가벼워질 수 있다는 착각이나 기대가 생길 수 있지만, 국가가 대신했던 결혼 유지 책임을 개인에게 돌려준 만큼 개인이 스스로 지켜야 할 책임감은 더욱 커지고 이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제재와 요구도 커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간통죄는 배우자의 외도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심리적 위안 수단에 가까웠다”며 “이에 대한 대체 수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와 변호사 업계뿐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도 앞으로 외도로 인해 결혼을 파탄에 이르게 할 경우 현재 3000만 원 수준인 위자료를 1억 원 안팎으로 대폭 상향하고, 이혼의 책임을 따져 재산 분할에 참고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간통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옥살이를 하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풀려난 사람이 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62년 동안 존폐 논란을 일으켰던 간통죄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이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3월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헌재의 위헌 결정이 있었던 지난 2월26일 기준으로 간통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전국 교도소·구치소에 복역 중이던 인원은 총 9명이다. 이들 중 5명은 위헌 결정으로 형 집행 근거가 사라지면서 즉각 석방됐다. 이들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구금기간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나머지 3명은 간통죄 외에 다른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가 벌금을 내지 않아 노역장에 유치됐다. 이들 역시 벌금을 내면 석방조치된다. 그외 다른 1명은 간통죄 말고도 다른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풀려나지 못했다. 현행법은 여러 개의 행위로 여러 범죄를 저지른 ‘실체적 경합범’에 대해서는 가장 중한 죄의 형에 2분의1까지 가중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석방되지 않은 1명은 간통죄와는 다른 시점에 별개의 범죄를 저질러 그에 대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형기를 채워야만 한다. 검찰 관계자는 “석방 인원이 많지 않다는 것은 간통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라며 “간통죄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 대부분이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간통죄 선고를 받은 769명 중 9명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456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304명은 공소가 기각되거나 무죄가 선고됐다. 올해도 지난달 24일까지 간통죄 선고를 받은 105명 가운데 4명에게만 실형이 내려졌다. 54명은 집행유예를, 47명은 공소기각 판결이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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