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여상구 의원이 최근 세종시 논란과 관련, 행정부처 대신 독립기관을 세종시를 보낼 것을 제안했으나 원안고수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가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따라서 친박 내에서도 균열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 유영옥(경기대국제대학장,국가보훈학)

한나라당 김무성, 여상구 의원은 세종시 문제를 풀기 위해 “행정부처 대신 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등 독립성이 강한 7개 기관을 세종시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기업·대학·연구소 유치 등 정부 수정안의 '플러스알파(+a)'부분은 유지하면서 사법적 성격의 기관들과 3400여명의 공무원을 옮겨가게 해 원안의 정부 이전 효과도 부분적으로 살리자는 것이다.
  이에 앞서 1월 중순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였다. 2002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처음으로 공론화된 이래 만 7년 4개월여 만에 그 청사진이 새롭게 제시된 것이다. 세종시 문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국민들에게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이후인 200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판결’이 내려졌고, 2005년 3월에는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에 따라 정부부처의 절반을 세종시로 이전시키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절반가량을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이 안(案)이 내포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 때문에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수정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결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 현안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하였다.
 이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부터 세종시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면서 “수도 분할은 수도 이전보다 더 나쁘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으며, 사실상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세종시’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 문제는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세종시 문제는 4대강 개발사업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였고, 결국은 지난 해 ‘9·2개각’을 통해 총리후보로 지명된 정운찬 총리의 첫번째 작품으로 세상에 선을 보일만큼 중대한 과제중의 하나로 전 국민이 지켜보게 된 것이다.
 정부는 금번 발표에서 세종시를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바꾸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즉 정부가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함으로써 수도 분할을 막게 됐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정부부처 중 9부 2처 2청이 세종시로 옮겨가도록 되어 있던 원안은 백지화되고 교육과학중심 경제 도시로 변모함으로써 삼성, 한화, 롯데, 웅진, SSF 등 국내외 5개 기업이 4조 5,000억원을 투입하여 생산시설과 연구단지 등을 조성하고 고려대와 KAIST의 일부 또는 전체가 옮겨오고, 중이온가속기를 새로 설치하여 교육과 과학에 중심을 둔 도시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당초 8조 5,000억원을 책정하였던 예산을 16조 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액시킬 예정이며, 자립형 사립고를 포함한 각급 우수학교 유치계획도 별도로 세운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세종시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25만 개가 생겨나며, 인구 50만 명의 자족도시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계획대로 하나씩 추진된다면, 세종시 수정안은 우리나라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국 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한 신 모델로 기여하게 될 것이며, 수도권에로의 인구과밀현상도 해소시킬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의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고 있다. 한쪽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며 세종시법을 수정하려 하고, 다른 쪽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과 지역 간의 갈등도 심화되어 국론분열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극심한 이기주의와 당리당략에 억매인 정쟁(政爭)이 그렇고,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같은 여당 내에서도 친이와 친박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야당은 (고)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도를 대전으로 옮겨서는 안된다는 말을 기억조차 못하는 것 같다. 충청 지역민과 기업인 간에도 세종시 해법을 두고 한 치의 양보와 후퇴도 없다.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두 열차가 충돌하기 직전의 모습과 같다. 지방선거전이 본격화 되면 여론 분열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상생과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국격 상승의 기회마저 놓치고 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처음부터 수도를 분할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역사적 계기 없이 수도 기능을 분할한 사례가 없다. 지역과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행정의 비능률도 문제지만, 국제화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통일 시대를 대비해야 할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계획을 수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와 여당은 관점을 달리하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국민 모두는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안목으로 지혜를 모으는 데 동참해야 한다. 
  세종시 문제 외에도 우리 앞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극복과 청년실업, 초고속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등 수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북한 핵문제로 인한 안보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비상대책도 세워야 한다. 세종시 문제에 발목이 잡혀 모처럼 도래한 국운 상승의 기회마저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결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길인지, 현명하게 판단함으로써 세종시 문제의 해법을 찾기 바란다.
  세종시 문제는 어느 지역이나 개인 또는 집단이기주의를 내세워 풀릴 일이 아니다.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빠른 시일 내에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을, 박근혜 전 대표와 야당 및 일부 지역의 주민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약속 지키기’와 ‘국가의 미래’ 사이의 딜레마에 있는 세종시 문제는 단순화된 정략적 구호로는 해결될 수 없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서로 다른 철학과 가치관이 부딪치고 있으나, 진지한 자세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작하면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친박이든 야당이든 충청주민이든, 서로 만나 설득하고 호소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중지를 모아 보다 실효성 있고 타당성 있는 정책을 계획대로 착실하게 집행해 나가는 것이다. 말도 많았던 ‘세종시 문제’, 이제 그 새로운 가닥이 잡혔으니,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입법의 전당인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어 세종시의 새로운 역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하루빨리 종결짓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청정은 국민이 세종시 문제에 얼마나 진절머리를 내고 식상해 있는가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