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오래 전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 호국불교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신라 화랑의 세속오계(世俗五戒)부터 고려 대장경, 조선의 승병활동까지 호국불교가 남긴 유·무형의 유산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명산 유곡의 무수한 사찰과 암자 하나하나가 그윽한 정신문화의 터전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호국과 결부된 불교였기 때문일지 모른다.

윤담 기자 hyd@

160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는 그동안 우리역사와 함께 발전하면서 백성들의 삶에 크게 기여를 해왔다. 특히 우리 불교는 나라의 위기시 가사장삼을 잠시 내려놓고 적을 물리치는 호국불교로서 역할을 해왔다. 임진왜란시 승군의 활약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서산대사인 휴정스님은 승병 1500명을 조직해 승군 총사령관에 임명됐고, 영규대사의 청주성 전투, 처영스님의 행주산성 전투, 사명대사의 평양성 전투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침을 당한 우리나라에서 호국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한국 불교의 신앙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국가의 호국·평화 기원하는 호국불교·미륵불교
(사)교단용화불교 총본산 교령 용호사 주지 천강스님의 행보가 화제다. 생활 속 불교를 설파하고 있는 교단용화불교는 청주시 우암산에 자리한 용호사를 총본산으로 1984년 ‘미륵불이 출세했음을 만방에 선포하고’ 불교의 종단이 아닌 ‘교단용화불교’로 출범했다. 현재 전국에 360여 개의 본·말사가 있고, 경전은 110여 권에 이르는 이곳에서는 대중들에게 ‘미륵불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천강스님은 “교단용화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뒤를 이어 사바세계를 교화한다고 하는 미래의 부처 ‘미륵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다”면서 “미륵은 범어로 ‘마이야트레야(Maitreya)’로 불리는데, 이는 자비로운 어머니란 뜻을 갖고 있으며 한역하면 ‘자’씨를 말한다. 천강스님은 ‘자’씨이자 용화세계의 교주로, 중생들을 교화하며 세존 불법의 인연으로 이 세상을 구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천강스님

천강스님이 이끌고 있는 교단용화불교는 호국불교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 이에 매년 때마다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 합동위령대재, 국태민안 평화대법회, 호국평화대상, 나라경제 회복기원법회 등을 개최하며 나라의 안녕과 호국·평화를 기원하는 한편, ‘봉안당의 명당’으로 알려진 백화추모관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봉행하는 합동위령대재에 대하여  천강스님은 “평화를 지향하며 대중을 위해 헌신한 이들이 부처가 아니고 누가 부처겠는가”라며 “나라를 위해 자신의 생을 바친 호국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상식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시기일수록 모든 사람이 자비와 보시로 슬픔과 고통을 나누며 좋은 인연을 맺고 살아가야 모두가 올바른 방향으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설법했다.

생활불교의 실천 통해 국민들의 정신적인 지주 되다
대승불교로서 생활불교를 강조하는 천강스님은 깨우침을 위해 홀로 정진하고 수행하는 것보다 대중들과 호흡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불교라고 설파한다. 천강스님은 “오래전에는 동굴 속에서 수행하며 불법을 깨우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경전과 교리, 선행한 수많은 스승의 삶을 보며 충분히 배우고 느낄 수 있다”면서 “이제는 배우고 익힌 것을 생활 속에서 수행하며 스스로를 깨쳐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교단용화불교에서는 貪(욕심)·瞋(화냄)·癡(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천강스님은 “지혜로운 사람은 베풀기도 좋아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 참된 업을 쌓음으로써 좋은 인연을 맺게 되고 스스로 복을 짓는다. 복을 받으려면 복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며 “탐·진·치를 버리기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오랜 수행을 통해 이뤄지기에 생활불교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생활불교를 실천하기 위해 지역 봉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청주교도소 재소자를 찾는가 하면,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유치부 및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충북청주사랑 그림그리기 대회’를 열고, 지역민을 위한 경로잔치도 빠지지 않고 개최한다. 천강스님은 “혼자 도를 닦아 축지를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이제는 나 스스로의 참모습을 찾고 생활 속에서 소통하며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야 한다. 타고난 성품의 근본을 회복하고 중생을 이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2003년 국제불교승가회로부터 ‘법왕’으로 추대돼, 세계불교자씨미륵법왕청에 ‘법왕’으로 등재된 천강스님은 세계불교미래법왕청 출범과 함께 최고위원회 및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불교문화 전파에 교육 협약을 체결하는 등 한국 불교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8회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물 대상’ 종교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