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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세계 식량 가격, 집계 이래 최고치 경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 전달보다 12.6% 상승
2022년 05월 04일 (수) 12:57:48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3월 세계 식량 가격이 전달에 이어 또다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4월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FFPI)는 전달보다 12.6% 오른 159.3포인트다.

황태희 기자 hth@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 95개를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 발표한다. 3월 식량가격지수는 해당 지수가 처음 도입된 1996년 이래 최고치이며 올해 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인 것이다. 대부분 품목 가격지수가 오른 가운데 곡물과 유지류 상승 폭이 컸다. 곡물 가격지수는 전달(145.3포인트)보다 17.1% 상승한 170.1포인트를 기록했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은 사실상 수입에 의존
농림축산식품부는 “밀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에 따른 수출 차질, 미국의 작황 우려 등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옥수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더불어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 감소 예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유지류 가격지수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유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전월보다 23.2% 오른 248.6을 기록했다. 육류 가격지수는 4.8% 오른 120, 유제품과 설탕은 각각 2.6%, 6.7%씩 오른 145.2와 117.9를 기록했다. 농식품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곡물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과 관련된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일 단위로 주요 곡물 재고와 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2.5~3.0%에서 2.0~2.5%로 인하하고 사료곡물 대체 원료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는 할당 물량을 증량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제곡물 가격 상승세에 따라 국내 물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금리 인하와 지원규모 확대 등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를 적극 발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 콩 등 국내 생산·비축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식량안보를 위한 중장기 정책 방안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곡물과 식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정세 변화에 취약하다. 2020년 기준 국내 식량 자급률은 45.8%, 곡물은 20.2%에 그친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은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연간 국산 밀 생산량은 1만 7000톤으로 자급률이 0.8%, 콩은 30.4%에 불과하다. 농축산부는 “제분과 사료 등 국내 관련 업계에서 6~9월 중 사용물량까지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계약 물량을 포함하면 내년 1월까지 확보한 상태”라며 “추가 소요 물량도 입찰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부담 완화를 위해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2.5~3.0%에서 2.0~2.5%로 0.5%p 인하하고, 사료곡물 대체 원료에 대해 무관세 할당물량을 증량하는 등 주요 곡물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을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 계획에 따라 올해까지 식량자급률은 55.4%로, 곡물자급률은 27.3%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밀 자급률은 9.9%, 콩은 45.2%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식량계획에서 밀 5%, 콩 33%로 낮춰졌다. 주요 곡물 생산 추이에 맞게 목표를 현실화한 것으로, 올해 말 수립 예정인 2027년도 계획에서도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 목표치는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 곡물 생산을 위한 예산은 크게 늘렸다. 정부는 국산 밀 생산 예산을 2020년 34억원에서 올해 238억원으로, 국산 콩 예산 역시 895억원에서 올해 1672억원으로 확대했다. 밀은 육성 관련 법을 만들며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 2019년 ‘밀산업 육성법’ 제정에 이어 2020년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25년까지 전문생산단지를 지금의 두 배 가까운 50곳으로 확대하고, 생산량은 12만 톤으로 늘려 자급률을 5%까지 높일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구체적인 관리가 부족했지만, 현재 관련 법도 새로 제정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매년 시행 계획도 수립하면서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자급률 제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곡물 공급망 점검 및 대응 모색하는 간담회 개최
지난 4월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곡물 공급망 점검·대응 방향 모색을 위한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팬오션, CJ, 농협사료, SPC, 롯데상사 등 곡물 수입과 유통, 해외농업개발을 담당하는 기업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인수위 경제2분과 왕윤종 인수위원을 비롯한 전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 기업들은 국내 곡물 수입·유통업체들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곡물 대신 북미, 타 동유럽 국가 산 곡물로 신속히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공급 물량의 3∼5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인수위는 전했다. 곡물 수입·유통기업들은 “단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한 곡물이 활용됨에 따라 업계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밀가루, 사료 등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며 저리 자금지원, 세제 감면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식품·외식 업체, 사료 업체 등의 원가 부담이을 상쇄하기 위해 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 한도와 공제 비율을 한시적으로 확대해달라고 업계는 요청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해서 해외 곡물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했다. 이외에 기초 식량 작물 비축을 확대하고 위기시 방출하는 방안, 국내 생산 기반 확충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인수위는 밝혔다. 인수위는 이날 논의 내용을 보완·발전시켜 국정과제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3월 곡물 수출량 전월 대비 1/4로 급감
지난 4월 3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3월 곡물 수출량은 전월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우크라이나 경제부는 3월 옥수수 수출량이 110만t, 밀은 30만9000t이라며 이는 2월의 4분의 1이라고 밝혔다. 경제부는 “수출 루트인 흑해 항구가 러시아에 의해 봉쇄됐다”며 “세계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흑해 지역은 광대하고 비옥해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린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다섯번째 밀 수출국이다. 미국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전세계 밀과 옥수수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13%다. 국제곡물위원회(IG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장기화하면 저렴한 가격의 우크라이나 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오는 7월부터 식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해군이 흑해와 아조우(아조프)해의 우크라이나 해안에 대한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3월 하순 외국 선적 128척이 우크라이나에서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닛케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의 선적을 포함하면 출항하지 못하는 선박이 300척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해군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대한 포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선박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고, 3월 초에는 에스토니아 화물선이 침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는 3월 중순 러시아의 상선 공격을 규탄하면서 선박을 위한 ‘해상 회랑(통로)’ 설치를 요청했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흑해 수출 루트가 막히자 3월 말 우크라이나에서 육로로 곡물을 운송해 루마니아 흑해 연안 콘스탄차항을 통해 수출하는 방안을 타진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항구 봉쇄뿐 아니라 흑해에는 다수의 유출 기뢰가 있어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 남부 주요 항구도시 오데사 등 여러 항구에 부설한 기뢰를 지탱하던 케이블이 폭풍으로 끊어져 기뢰 약 420개가 유출됐다며 기뢰가 바람과 조류로 흑해 서부 지역을 표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터키와 루마니아 해군은 지난 3월 25일과 28일 각각 기뢰 3개를 제거했는데 이 가운데 1개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 북쪽에서 발견됐다.

전 세계 식량가격 폭등으로 ‘카길’ 일가 자산 급증
미 블룸버그 통신이 4월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통망 혼란, 생산량 감소로 전 세계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의 곡물 재벌 ‘카길(Cargil)’ 일가의 자산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카길 일가의 제임스 카길, 오스틴 카길, 마리안 리브만은 최근 카길의 주가가 급증하면서 세계 500대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이 보유한 카길사 지분 가치는 현재 각각 53억 달러(약 6조 5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20% 늘어났다. 카길 일가에서는 이미 폴린 키나스(창업자 윌리엄 월리스 카길의 증손녀)와 궤덜린 손팀 마이어가 세계 500대 부자 명단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이들이 보유한 카길 지분의 가치는 각각 78억 달러(약 9조 6000억원)에 이른다. 카길은 1865년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곡물 창고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의 곡물 기업으로, 창업자인 카길과 맥밀런 가문의 자손 20여 명이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 공개 압력을 주기적으로 받지만 가족 지분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 아직까지 비상장사로 유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길 일가는 매년 순이익의 17%를 배당금으로 회수한다. 카길은 2021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50조 달러(약 6조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견조한 매출과 높은 지분에 힘입어 카길 가문은 지난해 9월 블룸버그 선정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족 순위’에서 1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의 재산은 약 510억 달러(약 62조 7000억원)로 집계됐다. 세계적 식량난으로 수혜를 입는 것은 카길뿐만이 아니다. 농산물 중개업체 루이드레퓌스는 곡물가격 변동과 기름종자(콩, 깨, 해바라기씨 등) 마진 증대로 지난해 이익이 전년대비 82%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곡물 무역업체 아서 대니얼스 미들랜드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가가 25% 이상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기상여건 악화로 식량 생산량이 줄고 공급망이 악화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세계 식량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며 “대형 식품 무역업체들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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