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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간인 향한 무차별 공격 이어져
총공세 일환으로 화학 무기 사용할 우려도 높아져
2022년 05월 04일 (수) 12:50:00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0일째를 맞은 지난 4월 14일(이하 현지시간), 민간인 사상자는 4500명을 넘어섰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침공 개시일인 2월24일 오전 4시부터 전날인 13일 자정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1964명이 사망하고 2613명이 다치는 등 총 457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종서 기자 jslee@

사망자 1964명 중 507명이 남성, 319명이 여성, 소년·소녀가 89명, 어린이가 72명, 성별 불상의 성인이 977명이다. 부상자 2613명 중 304명이 남성, 222명이 여성, 소년·소녀 108명, 어린이가 144명에 역시 성별 불상 성인이 1835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에서만 사망 703명, 부상 1308명 등 2011명의 공식 사상자가 나왔다. 이 밖에 수도 키이우(키예프), 체르카시,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헤르손, 미콜라이우, 오데사, 수미, 자포리자,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토미르 등에서 2566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 계속 드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공격 패턴이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공격으로 굳어지고 있다. 4월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침공 50일 차인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중심으로 공습 공격을 이어갔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선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수도 키이우 인근 우크라이나 북부에서도 공습경보와 함께 세 차례 연쇄 폭발음이 들렸다. 레시아 바실렌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15일 오전 1시30분께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우크라이나 모든 지역에서, 특히 동부에서 집중적으로 경보가 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미사일과 전투기 공격을 재개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동부 도네츠크 벨리카 보노실카에선 세 차례 공습이 발생했다. 부흘레다르와 자리츠네에서도 공습으로 민간인이 각 1명 사망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선 하루 사이 30차례 넘는 폭격이 있었다. 러시아군이 동부 총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러시아군 공격 양상은 민간인을 포함한 무차별 폭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엔안보협력기구(OSCE)는 지난 4월 13일 110쪽 분량 보고서를 발표해 “러시아군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명백한 패턴’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OSCE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고의적 살해, 의료 시설 및 학교 공격, 고문, 성폭행, 납치, 처형, 약탈 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도시 지역에서 중포, 다연장 로켓, 공중 투하 폭탄 등 무유도 폭탄을 사용하고 있으며, 집속탄 사용 사례도 134건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술을 쓰지 않았다면 민간인 사상자 수는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OSCE는 꼬집었다.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에선 지난 4월 8일 러시아군이 피난민이 모여 있는 기차역을 공격하면서 50명 넘는 주민이 사망하기도 했다. 동부 루한스크 지역 한 양로원에선 지난달 러시아군 공습으로 56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러시아군에 의해 끌려갔다. 지난 3월 AP통신이 남부 마리우폴에서 포착한 한 영상에선 러시아 탱크가 아파트 단지를 향해 사격을 가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산부인과 병원도 공격 대상이었으며, 주민 수백명이 피신해 있던 극장도 무참히 공습당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9일 러시아 전승 기념일 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가 총공세 일환으로 화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4월 11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화학 무기로 추정되는 미확인 물질을 살포했다며, 세 명이 호흡부전과 전정 증후군 등 의심 양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에스토니아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인탄(燐彈·인으로 만든 발화용 폭탄)을 사용했다고 경고에 나섰다. 백린탄은 연막이나 야간에 목표물을 비추는 용도로 사용되는 폭탄으로, 사람을 상대로 사용할 경우 극심한 화상과 심각한 내부 손상을 일으켜 매우 위험하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서방에선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지만, 러시아의 화학 무기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화학 무기 외에도 러시아가 무차별 무기를 다양화해 민간인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하르키우 시장은 러시아군이 낙하산을 이용한 새로운 종류의 폭탄을 도시에 투하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전략센터는 포탄에 집속탄이 들어있으며, 대부분 주변으로 흩어져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비정부기구 ‘무장폭력에 대한 행동’(AOAV)의 이언 오버톤 국장은 “수십년간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서 사용된 폭발물 무기 희생자 약 90%가 민간인이다”라며 “우크라이나의 경우 포격과 공습 규모를 볼 때 97%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시 발트해 군사력 강화 경고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다면 적이 늘어난다며 발트해 군사력 강화를 경고했다. 지난 4월 1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논의 중이고 나토도 이들을 신속히 받아들일 준비를 갖췄다고 지적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등록된 적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들어가면 러시아와 나토 동맹이 맞댄 육로 국경의 길이가 2배가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도) 당연히 국경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상군과 방공을 강화하고 핀란드만에 상당한 해군 병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핀란드만은 발트해 동부에 위치한 만으로 핀란드·러시아·에스토니아가 에워싸고 있다. 발트해 3개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이미 나토에 가입한 상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시) 발트해 비핵화에 관한 논의는 없을 것”이라면서 “균형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그동안 군사적 중립을 지켜 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나토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4월 13일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 여부를 몇 주안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핀란드가 오는 6월 나토 정상회의 때 가입을 신청하고 스웨덴도 뒤를 따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 재편
지난 4월 13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미국 싱크탱크인 애슬랜틱카운슬에서 참석해 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 구도로 국제경제 관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런 장관은 “여러 국가가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통일된 입장을 취했고 많은 기업이 러시아와의 사업 관계를 신속하고 자발적으로 단절했지만 일부 국가와 기업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이 남긴 공백을 메움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는 나라들에 몇 마디 하겠다”며 “그러한 동기는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특별한 관계를 주목하며 “앞으로 경제 문제를 국가안보 등 국익과 분리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국은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수입해야 할 필요성을 감안해 러시아에 선을 긋고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확실히 하자. 제재국 연합은 우리가 시행한 제재를 훼손하는 행동에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최근 식량과 연료의 급격한 가격 상승에 대해 언급하며 이는 부분적으로 전염병과 공급망 문제로 시작됐고 이후 전쟁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정말 심각한 우려”라며 “인도주의적, 경제적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들이 수입의 대부분을 식료품 구매와 가정 난방 등 필수품에 소비하기 때문에 비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수요도 감소시킨다”고 전했다. 또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지적하며 “특히 가장 취약한 유럽에서의 경기침체 전망이 걱정된다. 이것이 국제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차질로 식량·에너지·금융 위기가 동시에 발생해 빈곤국들이 경제적 파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직후 자신이 만든 위기대책위원회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자들에게 “전쟁은 식량·에너지·금융 등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 중 일부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많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황폐화할 수 있는 폭풍에 직면해 있다”며 “이미 빈곤에 허덕이는 약 17억명의 사람들이 식량과 에너지 및 재정 붕괴에도 매우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또 다른 재난으로부터 부수적인 피해를 당할 수는 없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들을 포함해 36개국이 밀 수입의 절반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석유와 가스 부문을 합쳐서 보면 러시아는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곡물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함에 따라 물가가 치솟으며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쿠테흐스 사무총장은 전 세계 에너지 부문에 닥친 위기를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위기를 이용해 석탄 및 기타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재생 에너지 보급을 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방된 시장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의 지속적인 흐름을 보장하고 국제 금융 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 수출 방향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4월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출 물류 차질과 관련이 있다”며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비우호적 국가들의 은행이 지급을 지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부문은 러시아 경제의 중추”라며 “수출 방향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핵심 인프라 시설을 파악하고 구축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원유 등 에너지 수출에 애를 먹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발표했고 EU 역시 단계적 수입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 척도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108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랄유는 배럴당 30달러 넘게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공급 제한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고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해 가격을 부풀리고 있다”며 “러시아 공급업체를 압박하고 우리의 에너지 자원을 대체하려는 서방의 시도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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