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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논의 확산
불공정 판결 해소방안 재정합의제
2010년 03월 04일 (목) 15:04:2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법원행정처가 최근 시국사건의 잇단 무죄 판결로 촉발된 사법 갈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 사건을 형사단독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정(裁定)합의부에 넘겨 재판하는 ‘재정합의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일선 판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월 25일 서울고법 관내 일선 법원장들과의 회의에서 재정합의제를 활성화하고 현재 법원 예규로 규정된 재정합의제를 대법원 규칙으로 격상해 규정하기로 한 것은 사건 배당권자인 법원장들에게 이를 적극 활용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재정합의제는 다른 법관인사 개혁방안들과는 달리 현존하는 제도인 만큼 곧바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불거진 사법 갈등의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법원과 검찰 갈등이 사법개혁 논의로 옮겨
   
▲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와 관련 검찰의 이례적인 대응으로 촉발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사법부 개혁 논의로 옮겨가면서 검찰의 오랜 숙원이 해결될지 주목된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와 관련 검찰의 이례적인 대응으로 촉발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사법부 개혁 논의로 옮겨가면서 검찰의 오랜 숙원이 해결될지 주목된다. 1월 2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검찰이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에는 영장항고제, 면책조건진술제, 사법정의방해죄, 중요참고인 구인제도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최근 한나라당이 법원을 겨냥한 사법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영장항고제’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영장항고제’는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하거나 기각한 영장에 대해 검사나 피의자가 상급법원에 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2007년에도 도입이 추진됐다가 국회에서 부결됐다. 법무·검찰은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때 피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이 있는데다 영잘 발부도 인신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다른 재판과 마찬가지로 불복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법원과 검찰은 주요 수사에서 구속영장 발부여부를 두고 수없이 대립해왔다. 대검 중수부의 ‘론스타 수사’ 당시에는 12차례 영장이 기각된 바 있으며, 김평수 교원공제회장 수사에서도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끝에 세번째만에 발부되는 등 영장 발부여부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법무부 형사소송법 개정 특별위원회는 ‘면책조건진술제’도 형소법 개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사법정의방해죄’와 ‘피해자 참가제도’ 등도 개정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면책조건진술죄’란 내부비리를 신고한 사람의 처벌을 줄여주는 제도를 말하며, ‘사법정의방해죄’는 수사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참고인을 처벌하는 제도이다. ‘피해자참가제도’란 피해자가 형사재판 과정에서 검사와 함께 피고인을 심문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을 뜻한다. 법무·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0년 주요업무계획’을 이미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법원의 지속적인 반대 입장과 상관없이 개정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원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권력이 비대화될 가능성이 높고,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며 영장항고제 도입 등을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 등 야권이 검찰 개혁을 사법개혁 방향으로 잡은 만큼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다.

재정합의제 실효성은 얼마나 되나
   
▲ 여권이 좌편향 불공정 사법사태를 초래한 배후라며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정조준하고 나서면서 이 단체가 사법개혁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사진은 이용훈 대법원장
1심 법원에서 사건이 배당되는 원칙은 ‘법정형량 1년’에 따라 갈린다. 법정 형량이 1년 미만인 비교적 경미한 사건은 판사 1명이 재판하는 형사단독 재판부로, 1년 이상인 사건은 부장판사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 합의부로 배당된다. 법원 예규에 따르면 △선례가 없거나 선례가 엇갈리는 사건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등은 사건 배당권자인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의 판단에 따라 재정합의부로 사건을 넘기도록 돼 있다. 또 사건이 일단 배당된 뒤 형사단독 판사가 스스로 판단해 해당 사건을 재정합의부로 재배당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재정합의부가 구성된 사례는 거의 없다. 법원장들로선 단독사건을 합의부에 배당했다가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재정합의제를 활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시국사건의 경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에 해당하겠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는 판단 자체가 시빗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재판 개입 논란이 벌어진 뒤로는 사건 배당에 대한 논란 자체를 피하기 위해 아예 사건을 컴퓨터로 자동 배당하고 있다. 또 사건이 급증하면서 모든 재판부가 사건 처리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형사단독 판사들도 선뜻 자신의 사건을 재정합의부로 넘기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단독 판사는 “내 사건을 재정합의부로 넘기는 게 능력 부족을 시인하거나 책임감이 없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사건을 짊어지고 가는 실정”이라며 “재정합의부로 넘길 수 있는 기준을 세부적이고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재판 예규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고위 법관도 “신영철 대법관 사건 이후 요즘 법원장이 하는 일이라고는 청사 관리가 대부분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법원장이 판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대 사건을 과감하게 재정합의부로 넘기는 용기를 갖지 않고는 분위기 쇄신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 수사권 강화’ 관철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이 법원제도 변경 논의로 귀결되면서 법무부와 검찰이 ‘검찰 수사권 강화’ 방안을 관철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황희철 법무부 차관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사법제도 변경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검찰청은 최근 태스크포스 형태의 형사정책단을 신설했다. 형사정책단은 김호철 춘천지검 강릉지청장(43)을 단장으로 임명하고, 일단 3명의 검사를 배치시켜 사법제도 개선 전반에 대한 검찰 논리 개발과 대응 방안을 마련케 할 계획이다. 주요 임무는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영장항고제, 면책 조건부 진술제, 중요 참고인 구인제 등의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올려놨다. 하나같이 수사권 강화를 위해 추진해오던 검찰의 숙원 사업들이다. 영장항고제는 현재 법원의 발부·기각에 검찰이 토를 달 수 없게 돼 있다. 각종 비리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처벌을 줄여주는 면책 조건부 진술제 역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공고히 하는 제도로 ‘표적수사에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과 여론에 의해 도입이 항상 좌절됐던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자백시 면책·감경 제도)’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방안이다. 법무부도 검찰의 잰걸음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법무부 황희철 차관과 최교일 검찰국장은 지난 1월 25일 국회에 있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사법개혁 방향에 대한 법무부의 견해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인사차 간 것일 뿐이고, 의견 교환 정도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시기상으로 다분히 전략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움직임에 법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거론되는 것들이 모두 검찰의 수사권 강화를 도와주는 제도들”이라며 “검찰이 사법개혁이 논의되는 분위기를 빌려 수사권 강화에 나선 것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 좌편향’ 논란의 핵 ‘우리법연구회’
   
▲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사법부가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둘러싸고 2월 임시국회에서 정면충돌을 하고 있다
여권이 ‘좌편향 불공정’ 사법사태를 초래한 배후로 지목한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현직 판사가 의문을 제기하는 등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사법부 내에서도 본격화됐다. 1월 21일 법원에 따르면 임희동(연수원 6기)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 판사는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게시했다. 우선 그는 “우리법이란 실정법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우리법연구회가 학술활동 목적 연구회라면 무슨 실정법 연구인지 밝히고, 코트넷에 등록하고 공개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잘못하면 법관들이 사사로이 모여 세력화할 염려가 있다는 우려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에서 목적과 활동을 조사해 염려의 소지가 있다면 해체를 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 점은 법관 전체의 신뢰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돼 드리는 고언”이라고 강조했다. 임 판사는 또 최근의 법조 갈등 상황과 관련해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을 침해하려 해서는 안 되지만 단독 사건을 부장판사 1명과 연구법관이 함께 재판하게 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임 판사의 글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측은 곧바로 해명성 답글을 달면서 발 빠르게 대처했다. 전 회장인 문형배(연수원 1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학술단체로 등록돼 있으며 헌법과 형법, 노동법 등을 연구하는 단체”라며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도 국회에 출석해 ‘우리법연구회’가 학술연구단체라서 해체하라 말라 요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내 ‘사조직’이라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올해 회원 명단이 첨부된 논문집 6집이 발간되면 학술연구단체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법연구회는 지난해 11월 정기총회를 열어 “논문집 끝에 회원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이 학술단체로서 정체성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며 표결을 통해 명단 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 한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나회와 비슷한 사조직이 법원에 있어서 집단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법원 내 보수든 진보든 비공개 사조직이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좌편향 불공정 사법사태를 초래한 대법원장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마땅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념적 서클인 우리법연구회도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로 무대 옮긴 사법개혁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사법부가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둘러싸고 2월 임시국회에서 정면충돌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혁특위 위원 대다수가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사법부는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사법 갈등 2라운드가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대법원 핵심 관계자가 지난 2월 1일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강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언급한 것은 이용훈 대법원장에게는 헌법이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법관들의 모임결성을 막을 명분도 수단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 헌법상 법관 신분 독립이 보장돼 있어 대법원장이 법원내의 한 모임 구성원들에게 인사조치 등 불이익을 준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법 개정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법연구회는 현재 자진 해체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리법연구회는 서울중앙지법에서 2월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고, 판결 논란과 사법 개혁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1월말에는 홈페이지에 공개자료실을 개설, 그동안 발표된 논문을 일괄 공개했다. 우리법연구회 전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월20일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요구하는 한 판사의 글에 답글 형식으로 “우리법연구회는 학술단체로 코트넷(법원내부통신망)에 등록돼 있으며 헌법, 형법, 노동법 등 실정법을 연구한다”며 “올해 논문집 6집이 발간되면 학술연구단체의 성격도 분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활동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과 법조계 원로 등을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어 사태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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