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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피해·최장기’기록을 세운 울진·삼척 산불
9일간 계속된 산불에 울진 4개 읍·면, 삼척 2개 읍·면 피해
2022년 04월 07일 (목) 10:52:54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 3월 13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했던 산불의 큰 불길이 진화됐다. 이번 화재는 213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기록됐다. 이번 산불 기간 동안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황태희 기자 hth@

산림당국은 지난 3월 13일 오전 9시 울진 산불 주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은 총 213시간 43분, 일수로는 9일 동안 이어져 역대 최장 시간 동안 이어진 산불로 기록됐다. 지독하게 건조한 날씨 속에 소방대원들의 노력에도 꺼지지 않던 산불은 봄비를 만나며 잡혔다.

산불 진화 위해 헬기 1212대와 진화 인력 약 7만명 동원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산불영향구역)은 울진·삼척산불 2만 923㏊(울진 1만 8463㏊·삼척 2460㏊)와 강릉·동해산불(4000㏊)을 합하면 2만 4923㏊로 기존 최대 피해인 2000년 동해안산불(2만 3794㏊)보다 크다. 이는 축구장(0.714㏊) 3만 4906개에 달하는 규모다. 9일간 계속된 산불에 울진 4개 읍·면, 삼척 2개 읍·면이 피해를 입었고 주택 319채·농축산 시설 139개, 공장과 창고 154개, 종교시설 등 31개 등 총 643개가 소실됐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기간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 1212대와 진화 인력 약 7만명, 진화차와 소방차 등 진화장비 6180대가 투입됐다. 이번 산불로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로 인한 산불 발생 및 대형화 위험에 대비가 시급해졌다. 그동안 대형산불은 4월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겨울 가뭄과 강수량 부족 등으로 2월에 2건이 발생한 데다 3월 초 최악의 산불 피해를 입었다. 메마른 산지는 ‘화약고’였고, 산불은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돼 야간 산불로 이어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월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일어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삼척으로 빠르게 번졌다. 이후 울진읍 등 민가와 ‘민족의 소나무’로 불리는 금강송 군락지까지 위협했다. 산림 당국은 불이 시작된 곳의 CCTV를 바탕으로 이번 불이 담뱃불로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차량 4대가 지나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불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산림당국은 산불이 진화된 만큼 운전자 신원 파악과 실화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또 헬기 20대와 야간열화상 드론 6대를 대기 시켜 잔불을 끄고 뒷불을 감시하기로 했다. 지난 3월 13일 최병암 산림청장은 경북 울진 죽변면 산불현장지휘본부에서 “울진·삼척산불 주불 진화를 선언하고, 수습복구 단계로 전환한다”면서 “산불진화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해시, 산불 피해 복구에 총력
강원 동해시가 최근 지역 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인다. 3월 11일 동해시에 따르면 지난 3월 5일부터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로 인해 9일까지 주택 전소 45개소를 비롯해 180여개의 건축물 피해와 시 전체 산림면적의 19.4%에 달하는, 2660ha의 산림을 잃었다. 산불을 잡기 위해 투입된 인력과 장비만 7700여명, 590여대(소방차·헬기 등)에 이른다. 시는 현재 주불 진화를 완료하고, 잔불 진화와 감시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 현황 조사와 복구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3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시청 2층 회의실에서 지휘부를 비롯한 전 실·과·소장이 참여하는 산불피해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동해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분야별 피해조사를 3월 11일까지 완료하고,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각 부서별 조사·입력을 3월 17일까지 마쳤다. 또 이번 피해 조사를 거쳐 향후 항구적인 복구가 시행될 수 있도록 중앙재난대책본부와 협의해 철저한 복구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는 이와 별개로,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위해서는 20여개의 임시주택을 긴급 지원한다. 특히 시는 이번 동해안 대규모 산불 피해로 조립주택 제작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임시 주택을 긴급으로 우선 발주하고, 필요 시 추가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임시 조립식 주택은 1년 무상 사용(필요 시 연장)으로 거실, 주방, 화장실과 냉·난방시설을 갖춘 7~8평 규모의 조립식 하우스로 제작돼 이재민들의 불편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시 관계자는 “산불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형 산불이 난 강원도 강릉시와 동해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지난 3월 8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강릉과 동해시 산불 피해가 확산함에 따라 수습, 복구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을 위해 울진과 삼척에 이어 특별재난지역을 추가로 선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3월 6일에도 산불 피해가 극심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 있는데 강릉과 동해지역에도 추가로 선포한 것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주택 복구비 등 일부를 정부가 국비로 지원하게 돼 지자체는 그만큼 부담을 덜게 된다. 또한 피해 주민은 생계구호를 위한 생활안정지원금을 지원받는 동시에 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 세금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참모진들에게 “이재민 주거 지원과 함께 피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농민에 대한 금융지원과 영농 지원을 신속하게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강릉·동해 일대에 산불 낸 60대 남성 검찰 송치
지난 3월 5일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불을 질러 강원 강릉·동해 일대에 대형산불을 낸 6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됐다. 3월 11일 강릉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A씨(60)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5일 새벽 소지하고 있던 가스 토치 등으로 자택과 빈집 등에 불을 내 인근 산림으로 번지게 한 혐의로 다음날인 3월 6일 구속됐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1시 8분쯤 “토치로 불을 지르고 다닌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체포 당시 A씨는 가스토치와 헬멧, 도끼, 부탄가스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주민들이 오랜 기간 나를 무시해 왔다”고 진술, 범행을 시인했다. 서울에 거주하다 5년 전쯤 어머니가 있는 강릉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주민들과 크게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방화로 인해 116명의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고 196채의 집 등이 소실됐다. 산림 피해 규모는 약 4000㏊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동해가 강릉보다 피해가 컸다. 특히 주택 피해 규모에서 동해가 강릉보다 10배나 컸다. 동해에서는 주택 45채, 사찰 3채, 동해예술인 창작스튜디오 1동, 기타 81동 등 총 130채가 전소됐고 주택 24채, 사찰 2채, 기타 27동 등 총 53채가 일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릉에서는 주택 6채와 창고·농막·작물재배사 각 1동이 전소됐고 주택 4채가 일부 피해를 입었다. 산림 피해는 동해 2660㏊, 강릉 1900㏊로 잠정 집계됐다. 동해시민 53세대 111명이 집을 잃어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과 숙박업소, 가족이나 지인 집에 머물고 있다. 시설별로는 망상수련원 25세대 51명, 숙박업소 2세대 2명, 가족·지인 집 26세대 58명이다.

‘방화 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 목소리 높아져
불특정 다수에게도 피해를 주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특징을 지닌 방화 범죄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1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방화 및 방화 의심 화재는 758건에 달한다. 지난 2011년엔 2250건, 2012년 1706건, 2018년 917건, 2019년 805건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방화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통계상 방화범은 주로 A씨처럼 중장년층 남성이었다. 대검찰청이 발행한 2021 범죄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검거된 방화범 중 83.9%가 남성 범죄자였다. 연령별로는 ‘51∼60세’가 29.7%로 가장 많았고, ‘41∼50세’(21.8%), ‘61세 이상’(15.9%), ‘31∼40세’(12.4%) 등이 뒤를 이었다. 방화범의 범행 당시 정신상태를 보면 44.3%가 정상인 상태였다. 주취 상태는 41.7%에 달했다. 이들 중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는 14.0%였다. 방화범 중 절반가량은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범행 동기로 ‘우발적’이 44.6%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타’(20.8%), ‘미상’(15.6%), ‘현실불만’(7.0%), ‘가정불화’(5.3%), ‘호기심’(2.8%), ‘부주의’(1.9%)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울산 등지에서 연쇄적으로 산불을 낸 이른바 ‘봉대산 불다람쥐’ 김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산불을 내면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씨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96차례에 걸쳐 방화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008년 2월10일 숭례문에 불을 낸 희대의 방화범 채씨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 채씨는 경기 고양시에 소유한 땅이 도로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건설회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소송을 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자 이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방화는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지만 인명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큰 만큼 경각심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방화 사건에 대한 처벌 강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화범을 검거하더라도 고의가 아닌 실수 또는 초범이나 고령인 경우는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산림보호법 제53조에 따르면 산불 가해자는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과실로 인하여 타인의 산림을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방화범을 검거하더라도 고의가 아닌 실수 또는 초범이나 고령인 경우는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친다. 지난 2017년 3월 산림 244㏊를 잿더미로 만든 강릉 옥계 산불 당시 경찰은 약초 채취꾼 2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이 담배꽁초를 버려 산불이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했다. 하지만 법원의 선고는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숭례문에 불을 낸 채씨는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으며 ‘봉대산 불다람쥐’ 김씨 또한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에 처했다. 한편 산림청은 “산불 가해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며 “오는 5월 중순까지 지자체 소속 산림사범특별경찰관과 산불 가해자 검거 및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전국을 대상으로 산불 방지 기동 단속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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