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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유의 호흡과 소리, 악기, 몸짓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
2022년 04월 06일 (수) 23:51:39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소프트파워(문화·예술 영향력)’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한류로 대표되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면서다.

황태일 기자 hti@

한국 대중문화에 기반한 한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 수는 지난해 1억5000만 명으로 조사됐다. 2016년 5000만명을 돌파한 지 5년 만에 3배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은 코로나가 휩쓴 2020년에 전년 대비 16.3% 증가한 119억 달러(약 14조원)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세계 7위 시장으로 성장했다.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꼽히는 이유다.

서구의 수준 높은 작품을 소개해 국내 연극계의 지평 넓히다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양혜숙 이사장은 우리 공연예술의 뿌리인 ‘한극’(韓劇)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인물이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양혜숙 이사장은 독일 튀빙겐대학 철학부에서 독문학, 미술사, 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유학시절, 당시 아시아 언어학부에 중국어와 일본어학과만이 존재했을 때 학생신분으로 한국어과 강사를 맡았던 그는 오늘날 튀빙엔 대학 한국어과가 베를린대학, 보쿰대학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한국어과로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는 등 한국 알리기에 앞장섰다. 귀국 후에는 서구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 양혜숙 이사장

특히 양 이사장은 1969년 번역한 것을 위시하여 그의 소설과 희곡을 7편 번역해 ‘한트케 언어연극’이란 장르를 최초로 한국에 소개하고 유행시켰는데, 2019년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양 이사장의 예술적 심미안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 소개될 당시 <관객모독>은 1976년에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했으며 ‘극단 76’에 의해 초연된 이후, 사실주의 연극에만 침몰되어 있던 한국 연극계의 커다란 새로운 물결을 몰고 왔다. 이후로도 양 이사장은 198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유대인이자 화학박사 출신 작가 Ellias Cannetti의 <구제된 혀>를 번역해 Ellias Cannetti의 작품세계를 한국 문화 속에 소개함으로써 그의 또 다른 거작 <군중과 권력>이라는 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시야가 세계로 유도하는 초입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 외에도 표현주의연극의 단초가 되는 여러 작품들을 번역하여 이화여대 독문과 연극을 지도하며 독일 현대연극의 뿌리가 되는 여러 모의 모습을 한국연극에 소개함으로써 한국연극의 시야를 넓히는데 기여하였다. 아울러 여성 평론가가 전무했던 당시의 연극계에서 뿌리찾기를 위한 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연극평론계의 업적을 바로 유도하는 데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 ‘한극’의 세계화를 위하여
‘한극’(韓劇)은 그간 양혜숙 이사장이 펼쳐온 활동의 종착지다. 한국의 1960-70년대는  서양연극 중심의 무대가 주를 이루었다. 번역극의 홍수 속에서 우리만의 정체성 없이 서양의 문화를 수용하는 모습에 공허감을 느꼈던 양 이사장은 당시의 상황에서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를 찾는 것은 ‘뿌리없는 초목’을 심는 작업이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한국의 산천과 초목 속에서 뿌리내리고 자란 한국인 고유의 정서와 표현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연극의 뿌리찾기 작업에서 비롯된 <한극> 만들기 작업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했던 양 이사장은 전통의 맥락 찾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1970-80년대의 국내 연극에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다. 아울러 1991년 한국공연예술학회를, 1996년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도 설립했다. 아울러 인류의 시원문화, 특히 신을 숭상하여 제의를 떠받드는 제의문화에 공연예술의 뿌리가 유래함을 깨닫고 한국의 샤만문화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샤마니카페스티벌>과 <한극> 시리즈의 공연예술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특히 한국공연예술의 뿌리찾기 작업의 일환으로 얻어진 값진 소산물인 <샤만문화>, <불교의례>, <궁중의례>는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 시리즈로 출판됐으며 <샤만문화 한국 아시아편>, <전통과 응용>도 출간 예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86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하며 우리전통공연예술의 참 모습을 공연학적 관점에서 공부하는 동시에 관객교육을 동시에 일구어냈다.

한극 자체가 거둔 성과도 눈부시다. 오디푸스의 동양적 해석과 윤회사상을 다룬 <업, 까르마>는 베트남 주최 제1회 국제실험연극제에서 대상없는 특상을 수상했으며 <제9회 ANTIQUE GREEK DRAMA FESTIVAL>에 초청받아 아세아권으로서는 최초로 참여해 유럽외권 작품으로 유네스코 지정 기록문화유산 유적지에서 공연했다. <레이디 원앙>으로는 창작연희페스티발에서 인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며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한극’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극을 통해 한국의 공연예술의 발전을 선도해온 양 이사장도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제 양 이사장의 목표는 우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극의 세계화’다. 그가 <한극 학교>, <한극 어워드>, <한극의 전당>을 만들어 우리나라처럼 전통을 잃은 많은 나라들의 전통을 찾아주며, 자긍심과  풍요로운 자신의 뿌리에서 비롯되면서도 세계인의 정서에 부응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세계 공연예술의 큰 마당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양혜숙 이사장은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한국고유의 품위 있는 공연예술 <한극>의 끊임없는 창출을 통하여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는 것”이라며 “우리 고유의 호흡과 소리, 악기, 몸짓을 찾으려는 노력을 다하겠다. 한극의 고유성을 세계화하기 위한 국제적 교류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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