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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그 후 2년
복원 착공에 들어간 숭례문, 2년 후 완공
2010년 03월 04일 (목) 20:19:58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48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 4가 숭례문 누각 2층 지붕에서 흰 연기와 함께 빨간색 불길이 솟아올랐다. 2층 누각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숭례문은 화재 발생 4시간여 만에 지붕 뒷면이 붕괴하기 시작해 결국 누각을 받치고 있는 석반만 남긴 채 지붕을 포함한 석조물 전체가 완전히 붕괴됐다.국보 1호로 지정될 정도로 명실상부한 대표 문화재인 숭례문은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존하는 국내 성문 건물 중 가장 규모가 컸다. 1398년(태조7년)에 완성된 숭례문은 2층 구조에 연 면적 177㎡로 이날 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5시간 이상 계속되는 바람에 오전 1시55분께 2층부터 건물 전체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숭례문 화재 발생 후 2년, 사건을 되짚어 본다.
   

지난 2월 복원 작업 첫 삽
숭례문 화재 2주년을 맞은 2월 10일 복구 작업에 참여하는 장인과 공사 관계자, 소나무 기증자, 시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이 열렸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지난 2년간 복구공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해왔다. 국민에게 약속했듯이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복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의 경과보고에 이어 성균관석전보존회가 천재지변을 막아달라고 기원하는 고유제를 올려 천지신명에게 절을 하고 축문을 낭독했다.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 이생강씨가 연주를 했다. 착공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로 행해진 문루 해체가 참석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불에 타지 않은 누각 상단에 가로로 놓인 부재인 평방을 해체하는 시연이 행해졌다. 참석자들의 긴장 어린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 가운데 평방에 연결된 천을 이 문화재청장과 공사 참여 장인 등이 당기자 기중기에 연결된 육중한 평방이 들어 올려 졌다가 바닥에 내려졌다. 숭례문 복구 공사에는 일반 국민들이 기증한 나무가 많이 쓰인다. 소나무를 기증한 송능권(65)씨는 “숭례문 화재 7년 전에 전통한옥 전시관을 지으려고 425그루를 베어 건조하고 있었는데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복구공사에 나무를 기증했다”면서 “2년 전 오늘 숭례문이 불에 탈 때는 너무 참담했는데 이제 착공에 들어가니 감개무량하다. 앞으로 3년 동안 공사를 통해 숭례문의 자태를 다시 뽐낼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증자인 권동충(67)씨는 “6남매가 뜻을 모아 경북 영덕군에 있는 선산에서 6그루를 기증했다. 굵은 나무라서 이 중 3그루가 기둥으로 사용된다고 하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시민 대표로 참석한 정경희(41)씨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 전통기술을 최대한 적용키로 한 숭례문 복구에 소요될 각종 물량 또한 만만치 않다

전통기술 최대한 적용, 소요될 물량 만만치 않아
숭례문 누각은 주변에 각종 현대식 고층 건물이 즐비한 바람에 언뜻 왜소한 느낌을 주지만 전통 건축물로는 규모가 엄청나다. 그렇기에 전통기술을 최대한 적용키로 한 숭례문 복구에 소요될 각종 물량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공사 자재 중 우선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 철이다. 흔히 전통건축물에는 철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생각하기 쉽지만, 못이라든가 꺾쇠를 비롯해 적지 않은 철 소재가 들어간다. 이 분야 기술자문을 맡은 고대 철기제작술 전문 정광용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정확한 (철) 소요 물량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략 3톤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건물 해체 과정에서 수습하게 될 철기 중 재사용이 가능한 것도 꽤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소비될 각종 철기를 최대한 전통 제작 방식으로 조달키로 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가 제반 철기 물량을 대기로 약속했다. 포스코는 정 교수팀이 제공하는 전통 기법에 따라 제작한 1차 가공 철 재료를 문화재청에 제공한다. 그다음 이 재료를 토대로 못, 꺾쇠 등 최종 소비품을 제작하는 공정은 전통 장인들이 맡게 된다. 대장간, 즉, 이들 철기를 제작 장소는 숭례문 복구 현장 인근에 마련한다. 아직 대장간 이름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국민대장간’ 정도가 될 전망이며, 가동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이라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 전통 철과 현대식 철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정 교수는 무엇보다 제련 연료의 차이를 꼽는다. 그에 의하면 전통 제철에는 백탄(白炭), 즉, 참나무 숯을 이용한 반면, 현대식 철을 제련하는 데는 코커스(무연탄)를 주로 사용한다. 이런 차이가 질적인 차이를 부르게 된다고 한다. 정 교수는 “통상 철을 구성하는 5대 원소로는 탄소와 규소, 망간, 인, 황을 꼽거니와, 백탄을 이용하면 인과 황의 혼합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현대식 철 제품에는 이 두 원소 함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금속을 첨가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통 방식에 의한 철 제품은 ‘소폰지 아이언’(sponge iron)이라고 해서, 현미경 같은 것으로 비춰 보면 기포 같은 구멍이 많지만 이런 특징 때문에 철을 여러 번 접으면 강도는 외려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예컨대 강도가 100인 철판에다가 같은 강도의 철판을 접어 붙이면, 단순 수학 계산으로는 강도 200이 될 것 같지만, 실제는 250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 이소노카미신궁에 소장된 유명한 고대 쇠칼인 칠지도(七支刀) 명문에 보이는 구절 “백번 쇠를 단련했다”는 말이 바로 전통적인 철기 제작법을 말해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도(日本刀) 또한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숭례문 복원에는 적지 않은 기와 또한 필요하다. 문화재청 추산으로 암기와, 수키와, 암막새, 수막새 등 3만여 장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들 기와는 전통 기와 제작 장인인 제와장 한형준씨가 맡는다. 다만 이처럼 많은 물량을 기한 내에 제작하기에는 전남 장흥에 그가 운영하는 기존 가마가 너무 적어 이참에 문화재청은 새로운 가마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가 만든 기와를 실제 올리는 일은 이 분야 전통 장인인 번와장 이근복씨가 맡는다. 숭례문은 총 13만재(42.12㎥/1재 = 0.000324㎥)의 목재로 구성된다. 화재로 소실된 목재가 약 4만재이고, 이미 확보한 물량이 2만4천재이니, 수습한 목재를 대부분 재활용한다고 가정해도 약 2만재에 이르는 물량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숭례문 양쪽으로 총길이 104m(높이 9m) 가량을 복원할 성곽 축조를 위해서는 모두 551㎥에 달하는 돌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대규격 354개, 중규격 590개, 소규격 3555개의 총 4천499개가 소요된다. 이 외에도 단장을 위해 막대한 단청 안료가 들어간다.
   
▲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숭례문 화재 이후 ‘제2의 숭례문’을 만들지 않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숭례문 복구에 고건축의 대가 여섯 명이 전면에 나서
숭례문 화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숭례문 현판은 수십 조각났고 일부는 소실됐다. 숭례문 현판을 넘겨받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센터는 해체 과정을 거쳐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후손의 잘못으로 훼손된 숭례문 현판이 과학에 힘입어 화마(火魔)를 만나기 전보다 더 완벽하게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 숭례문 화재로 현판은 일부는 소실된 채 본체 1점, 테두리 목 부재 15점, 철 고리 5점 총 21점으로 쪼개졌다. 화재 진압 중에 현판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현판에 있던 숭례문(崇禮門) 세 글자에서 ‘禮’자와 ‘門’자의 일부 부위가 손실됐다. 현판이 조각났지만 그나마 원판의 95% 정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었다. 예전에도 숭례문 현판은 미봉책으로 수리를 받은 적이 있었다. 6·25 전쟁의 포탄 파편으로 현판이 훼손됐을 때다. 이러다 보니 한 개의 판으로 현판이 제작되지 않고 여러 개의 판이 땜질식으로 붙어 있었다. 보존과학센터가 확대경으로 현판을 살펴보니 현판을 구성하는 목재가 현판 여러 곳에서 수㎜씩 어긋나 있었다. 보도블록의 이가 서로 맞지 않은 것과 비슷했다. 또 숭례문(崇禮門) 세 글자의 일부가 원형과 다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보존과학센터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양녕대군의 사당과 묘가 있는 지덕사에 소장된 숭례문 현판 탁본 자료를 대여받아 확인한 결과이다. 숭례문 현판은 양녕대군의 작품이다. 보존과학센터가 현판과 지덕사 탁본의 나뭇결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 지덕사 탁본이 사실상 원형임을 밝혀냈다. 보존과학센터는 지덕사 탁본과 비교하는 작업을 거쳐 현판의 일부 글씨가 원형과 차이가 나는 것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崇’자와 ‘禮’자에서 개별 획 삐침의 형태, 폭, 연결 등에서 일부 변형이 있었다. 보존과학센터 김순관 연구관은 “6·25 전쟁으로 현판 자체가 훼손되면서 일부 글자 자체에 변형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현판의 원형인 탁본이 남아 있어서 현판 글씨의 복원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보존과학센터는 조각난 숭례문 현판과 글씨까지 완벽하게 복원하기 위해 작년 8월 숭례문 현판을 완전히 해체했다. 해체를 외과 수술로 비유한다면 사람의 몸을 칼로 절개하는 과정이다. 절개 부위에 어떤 장기가 있는지 모른다면 위험천만한 수술이 된다. 마찬가지로 숭례문 현판을 해체하기 전에 현판의 내부를 알아야 한다. 보존과학센터는 X선으로 두께 25.6㎝, 최대 가로 189㎝, 최대 세로는 282㎝의 숭례문 현판 내부를 촬영했다. 확인 결과 현판 내부에는 200여개의 부식된 철제 못이 현판을 지지하고 있었다. 보존과학센터는 X선 사진을 보면서 일일이 못을 뽑고 현판을 해체했다. 복원에 적합한 목재를 찾으려면 목재의 함수율을 파악해야 한다. 함수율은 목재의 수분이 얼마나 함유됐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다. 숭례문 현판을 구성하는 기존의 목재와 복원으로 추가되는 새로운 목재의 함수율이 비슷해야 한다. 수분 함유량이 다르면 여름, 겨울철 기온 변화를 겪으면서 목재의 수축이 달라져 현판의 뒤틀림이 심해진다. 김순관 연구관은 “국민이 기증한 소나무와 불에 타고 남았지만 재사용이 불가능한 숭례문 목재를 활용해 현판을 복원했다”며 “지난 5월 복원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현판 복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말했다. 한편 숭례문 복구에는 고건축의 대가 여섯 명이 전면에 나선다. 국내 문화재 복구 능력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공사의 기초가 되는 석공 부문은 이재순(54·석조각)·이의상(68·석구조물) 석장이 책임진다. 이재순 석장은 북관대첩비와 광개토대왕비 등을 재현한 바 있다. 이의상 석장은 수원성·남한산성·서울성곽·낙안읍성 등을 보수·복구한 경력이 있다. 불에 탄 문루를 복구하는 토대는 신응수(68) 대목장이 책임진다. 그는 1962년 숭례문 보수공사에 참여하면서 고건축에 입문한 인연이 있다. 광화문 복구 책임자이기도 하다. 한형준(81) 제와장은 11세에 기와 제작에 입문한 기와의 장인이다. 전통 가마에서 나무를 때 구워 낸 ‘숨 쉬는 기와’가 숭례문 지붕을 덮게 된다. 이근복(60) 번와장은 지붕 잇는 장인이다. 그의 손끝에서 숭례문 처마의 곡선미가 완성된다. 복구의 마무리는 홍창원(55) 단청장의 몫이다. 2009년 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으로 선정된 젊은 피다. 경복궁 경회루·근정전, 봉정사 대웅전, 숭례문 현판 등의 단청을 맡은 바 있다.

‘제2의 숭례문’ 만들지 않기 위해 다양한 장치 마련
국보1호 숭례문은 2년 전인 2008년 2월 10일 불에 타 무너져 내렸다. 화재 당시 불을 끄기 위해 50여대의 소방차가 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부 구조를 아는 사람이 없었고 문화재를 훼손하면 책임추궁을 당할까 우왕좌왕하며 때를 놓친 탓이다. 문화재 화재발생시 대응 방법은 이후 어떻게 바뀌었을까.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숭례문 화재 이후 ‘제2의 숭례문’을 만들지 않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목조건축물에는 물을 뿜을 수 있는 소화설비와 옥외 소화전설비 등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방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주요 목조건축물 145곳에는 상근 안전관리요원 656명을 배치했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목조건축물을 ‘방화관리 대상물’에 포함시켰다. 주요 국가지정 목조문화재가 있는 145곳과 중요문화재가 있는 2238곳에는 화재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문화재청과 공조 강화를 위한 공동협약을 맺고 문화재 관계자들이 초기에 대응하도록 덕수궁 통도사 등 1590곳에서 유관기관 합동으로 화재진압 훈련을 가졌다. 숭례문은 기와와 서까래층 사이에 넣은 나무인 적심에 불이 붙어 기와 위로 물을 뿌리는 방법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재청은 이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붕이나 벽면을 관통해 불을 끌 수 있는 ‘다기능 무인 파괴방수차’를 서울과 제주에 배치했다. 방재청은 화재 발생이 많은 오는 3~4월 중 전국 전통사찰과 주요 목조문화재에 대한 특별소방안전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방재청 관계자는 “앞으로 문화재 화재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목조건축물의 특성에 따라 화재 조기감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관련 제도를 계속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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