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광신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최초의 실사 3D 영화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며 콘텐츠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아바타가 선사한 3D 영화의 쾌감은 기존 2D 영화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영상 체험을 안겨주었고 이는 제작방식부터 상영까지 영화계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3D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3D 신작영화 제작은 물론 이미 촬영을 끝낸 2D 영화나 개봉 이후 일정 이상의 성공을 거둔 2D 영화 중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3D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영화계 역시 대내외적으로 3D 시장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와 검토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등 이 같은 흐름에 긴밀하게 반응하고 있다.

후반 작업의 모든 공정 한곳에서 이루어지도록 맞춤 설계
지난 2009년 부산광역시와 부산영상위원회가 5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시킨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인 (주)AZworks가 개관해 국내 영화계가 집중을 하고 있다.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은 총 322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8,236㎡로 한국 최대 규모의 후반작업시설이다. 디지털색보정(DI), 컴퓨터그래픽(CGI), 편집, 디지털 마스터링, 사운드 등 후반작업의 모든 공정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도록 맞춤 설계되었으며 첨단장비 및 운영시스템,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오는 2011년에는 사운드 시설까지 완비될 예정이다. 전문화된 종합영상후반작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산영상후반작업 시설의 운영은 부산시를 대신한 부산영상위원회와 (주)HFR이 공동출자한 (주)AZworks가 맡게 된다. 이미 (주)AZworks에서 후반작업을 완료한 한국영화 3편 <박쥐>(박찬욱 감동), <마더>(봉준호 감독), <연산군>(신상옥 감독)이 제 62회 칸느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상영되었다. 영화 <박쥐>와 <마더>는 (주)AZworks의 이용기, 이전형 공동대표와 함께 기획단계에서부터 영화의 색조와 톤은 물론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영상 이미지에 대한 세심한 논의를 거쳐 탄생된 작품이다. <박쥐>는 동양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사실적인 흡혈귀’를 표현하고 광대한 공간들을 보여주기 위해 6개월 동안 총 300컷의 CG작업을 하였으며 영화의 색조를 표현하는 디지털 색보정에 있어서도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블랙톤을 구현하고자 수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새로운 색감을 만들어 냈다. <마더>의 경우도 전국 방방곳곳을 다니면서 담은 유려한 풍경을 CG로 재구성하여 영상을 돋보이게 하고 영화적 긴장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일관성 있는 색 표현에 집중해 작업했다. 특히 <연산군>은 故 신상옥 감독이 직접 15분가량을 잘라낸 133분 분량의 프린트를 디지털로 복원한 것으로 컷마다 일일이 먼지, 떨림, 스크래치 등을 제거하고 심한 색상바램을 보정한 것으로 <하녀>, <열녀문>, <미몽> 등에 이은 국내 복원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영화인의 주목을 받으며 칸느에서 상영된 영화 3편이 모두 부산에서 후반작업을 완성했다는 것은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이 높은 기술력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한국영화 후반 작업의 기술적 쾌거라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중화권 최고의 화제작 세 편의 후반작업을 책임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주)AZworks가 후반작업을 맡은 영화는 장쯔이, 소지섭 주연의 한·중 공동제작영화 <소피의 연애 매뉴얼 Sopie's Revenge>, 중국 최대 메이저 영화사 화이브러더스가 제작한 <추영 Tracing Shadow>, 100억 규모의 대만 블록버스터 영화 <싸이더커바라이 賽德克巴萊>로 중화권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들이다. 이처럼 주목받는 중화권 영화들이 연이어 (주)AZworks를 찾는데는 (주)AZworks가 구축한 효율적인 작업시스템과 보안시스템, 더불어 기술력에 대한 높은 평가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업을 계기로 부산은 중국 영화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 중화권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영상복원기술 추가해 아시아 시장서 기술적 우위 선점
한편 지난해 9월에는 훼손되어 가는 우리 고전 영화의 디지털 복원을 위해서도 국내 영화계가 한 뜻을 모아 한국 고전 영화의 디지털 복원과 상영을 위한 ‘부산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 2009’에 합의해, (주)AZworks가 주춧돌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영상복원 사업은 단순히 고전영화의 복원을 통한 영화유산 보존이란 문화적 가치를 넘어 영상산업적 측면에서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복원 프로젝트를 통한 고난이도의 복원 기술력 확보, 복원 전문인력 육성 등 미래의 영상 산업을 위한 인적 인프라 구축 기반을 조성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고급 인력의 고용 창출도 가능해 지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잇다. 아울러 차별화된 디지털 영상기술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산을 세계적인 영상 제작기지로 조성하는데 초석이 될 수 있다는데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주)AZworks는 한국 느와르의 대표작이라 평가받는 고전 <검은머리>의 복원작업을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으로 수행, 영상부분의 첨단 기술력과 함께 영상복원기술을 추가해 다시 한 번 아시아 시장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게 되었다. <검은머리>(1964는 이만희 감독의 초기 대표작으로 도시의 뒷거리와 아지트를 배경으로 갱들의 세계를 매혹적으로 재현해낸 한국 영화들 중 가장 독창적인 영화로 꼽힌다. 무엇보다 장르영화라는 제한 속에서도 자신의 창조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영화작가 이만희의 천재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되지만 초반 10분 분량의 화면이 녹물 등으로 심하게 잠식되어 관람이 어려웠던 작품이다. 이에 이 부분은 디지털 복원으로도 완전 복원이 불가능하나 한국영상자료원과 (주)AZworks의 공동 작업으로 원본과는 확연히 다른 화질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국내 DI 붐 이끌어온 (주)HFR
부산영상위원회와 더불어 (주)AZworks를 공동출자한 (주)HFR은 <달콤한 인생>의 DI작업으로 국내 영화제작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분홍신>,<친절한 금자씨>, <웰컴 투 동막골>과 <형사> 등으로 이어지는 DI붐을 이끌어 온 (주)HFR은 그 외에도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나의 결혼 원정기>, <무영검>, <청연>, <야수> 등으로 이어지는 대작들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타사에 비해 장비 뿐 아니라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작업 전반에 걸쳐 쏟아내는 기술진의 열정과 정성 또한 모든 작품의 만족할만한 질을 보장하고 있다. (주)HFR의 이용기 대표는 “함축적인 고도의 영상 미학을 추구하는 영화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과 짧은 시간을 요하는 영화 제작의 후반 작업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 또한 HFR 기술진은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루 겸비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물결은 시작되었고 그에 따른 우수한 장비도 출시되겠지만 결국 사람의 손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 작품이기에,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착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HFR의 미래는 국내 영상 산업의 발전과 함께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주)HFR은 Film-Recording과 Keycode-Telecine를 발판으로 시작한 기업으로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미래를 준비한 결과 Digital Film Technology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중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HFR의 이용기 대표는 “Digital Restoration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국내 최초로 Film 복원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Digital Evolution을 위한 끊임없는 준비로 국내 영화 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

(주)HFR의 이용기 대표 인터뷰
Q. 영화 아바타로 인해 국제 및 국내 영화시장에 3D 입체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영화시장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계적인 흐름과 ‘아바타’로 인해 국가적으로나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입체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영상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깊이 있는 연구와 투자 없이 수박 겉핥기식의 접근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우려심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입체 영상에 대한 연구도 미비한 상태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열악하다. 제작비용도 실제 제작 컨퍼런스를 걸쳐 실행해 본 결과 약 4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국내 시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바타를 보면서 입체화면의 기술적인 면에서도 감동을 받았지만 그보다 더 감동스러운 것은 3D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 넘은 디테일함에 있다. 실제 인물의 표정과 감정, 눈빛, 운동성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실제 인물과 똑같은 표현을 해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탄했다.

Q. 영화팬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디지털 영상 후반작업을 하면서 보완하거나 느낀 것이 있다면.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부담을 안 갖는다거나 주눅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다. 투자비용과 시장 규모 자체가 너무 많이 차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접할 때마다 주눅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영화시장의 투자시장도 빠르게 변화되고 있고 국내 영상기술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보다도 국내 영화의 다양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90년대나 2000년대 초만 해도 흥행성을 떠나 여러 장르의 영화들이 제작되고 상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는데 점차 이런 영화들이 자취를 감추고 흥행 위주의 오락성 영화들만 서로 다투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 유명 감독들만이 겨우 실행할 수 있는 장르로 정해져 버린 것이 안타깝다. 한국영화만의 정체성을 찾고 지켜갈 수 있으면 좋겠다.

Q. HFR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영화 후반 디지털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다 높은 퀄리티와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이 일차 목표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작업을 넘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국권 및 아시아 영화의 작업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부산에 있는 AZ Works는 국내 영화 작업은 줄이고 중국 및 일본 등 외국영화들의 작업을 우선시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일단은 서극, 오우삼, 장예모 감독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중국의 유명 감독들과의 작업을 통해 세계시장에 우리의 기술력을 알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HFR만의 특화된 작업 영역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 FX나 RND 등 다른 업체와 차별성을 둔 전문 영역을 만들어 가고 싶다. 영화 ‘2012’나 ‘투모로우’ 등 해일이나 물샷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독일의 ‘스캔나인’처럼 우리만의 특화된 전문 작업 영역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