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난 이미 야곱이 되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나무로 이루어진 여러 개의 사다리가 보인다. 천정으로부터 길게 내려진 화선지에 먹으로 그려진 여러 개의 드로잉은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창세기처럼 관람객의 시선 앞에 펼쳐진다. 조작된 조명 사이 그곳은 야곱이 꿈꾸었던 지상과 천상 사이 벧엘 바로 그곳이다. 야곱이 꿈에서 본 사다리는 하나다. 하늘까지 닿아있던 그 사다리를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 하였고 그 끝에 하나님이 계셨다. 야곱은 꿈에서 깨어나 그곳을 벧엘이라 한 것이다.

야곱의 사다리를 통해 본 벧엘의 모습 

▲ 김명희 교수는 자연의 아름다운 그 자체를 하고 싶어 영상도 여러 컷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다음 작품은 행복한 인생을 함께 곁을여서 하고 싶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야곱의 사다리’로 대표되는 김명희 교수의 작업실을 방문해 보니 대나무 사닥다리는 70 여개 이상이고 만들어 놓은 것은 3백여개가 되었으며, 종이작품도 백여개가 넘는 등 작업실 공간 전체를 그만의 영감과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일정한 물리적인 표현재료에 의해 소정의 공간 안에 가시적 사물형상을 정지시켜 표현하는 예술, 여러 가지 다양한 대상과 재료를 작가의 작업의지대로 설치하는 방식의 미술작업을 말하며 설치미술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미술분야이다. 일반적으로 회화·조각을 전시할 때 작품을 신성화해 전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소재가 다양하고 개성적인 진열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설치미술은 작품의 메시지를 좀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대학 졸업 후 깊은 절망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 절망은 평면에서 추구하던 예술 세계가 더 이상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것과 작가 자신의 총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만한 새로운 언어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데서 기인하였다. 그는 프랑스 뚜르로 탈출을 감행한다. 프랑스 뚜르는 그에게 세계 문화의 발 빠른 움직임들을 직접 체험하게 해준 적절한 공간이었다. 그는 뚜르의 이질적인 문화에 매혹되는 시기를 거쳐 서구 문화에 대한 비판 능력을 갖게 되면서 ‘예술 무정부주의’ 상태를 경험한다. 예술인의 죽음을 불러올 수도 있던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속에 내면화된 ‘나의 자아가 바로 나의 작품’이라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유학 당시 여러 개인전 교섭과 유럽 전역으로의 전시확대를 제안받았으며 뚜루주립평생교육원에 출강하면서 그림을 가르쳤다. 이후 현대 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과감히 옮겨 그곳에서 대학원 과정을 통해 페인팅, 설치미술, 판화, 세라믹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몰두하였다. 현재 모교인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디자인학부에 출강하고 있는 김명희 교수는 자신의 예술은 자아의 실현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그로 하여금 미적 감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서양을 흉내낼 수도, 흉내낼 필요도 없게 만들었다. 작가는 자기 작품을 유럽에서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원초적·원시적인 지역성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 김명희의 설치전 ‘야곱의 사다리’는 성경에 근거한 야곱이라는 한 인물이 꾼 꿈의 산물로 삶의 여정을 통해 빚어지는 생의 모습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다른 삶 속에 공존하는 하나의 카테고리
김명희 교수는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만을 작품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전시를 마감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 곧 그 시간마저도 작품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김명희의 설치전 ‘야곱의 사다리’에 대해 김 교수는 “서로 다른 삶 속에서 공존하여 결국은 비슷한 정상에서 갖는 만남을 사다리라는 명제 안에 선묘와 드로잉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공존’의 모습은 희망을 성취하는 하나의 카테고리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너를 떠나지 않으리라”고 하셨다. 약속과 하늘에 닿은 사다리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개선된 실존의 장소로서 ‘야곱의 사다리’가 있는 그곳은 곧 벧엘이 된다.
김명희 교수는 “설치미술이 대중과의 연합적 만남을 실현하는 현장적 예술의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예술의 현장적이고 신학적인 발상은 또 다른 예술적 체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미술만의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김 교수는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은 다른 예술과 비교했을 때 미술만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예술로서의 교육과 순수한 예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예술은 아름다운 창조일 때 진정한 의미로 다가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명희 교수는 “순수한 창조적 상생의 경쟁과 협동,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자기 소신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이에 김 교수는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은 다른 예술과 비교했을 때 미술만의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며 “조형물의 경우 환경과 어울리지 않고 순수한 작품성이 결여된 건축법을 위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 위해서는 건축자와 작가 그리고 관리의 체계가 이뤄져 올바른 가치관으로 공익을 위해 윤리적으로 재검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야곱의 사닥다리(설치미술)’라는 주제를 가지고 초대전과 다양한 기획전(밀라노, 오사카 등)을 가졌으며, 독일 및 미국에서도 전시되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을 구가하고 있다. 김명희 교수는 한국미술계에 대해 “진정한 예술로서의 교육과 순수한 예술이 바탕이 되어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에 있는 한국관(삼성재단기증)과 같은 많은 한국관이 해외에 설립되고, 한국미술에 대한 자료들이 현지 언어로 발간되어 해외 도처에서 구입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많은 구상을 서두르지 않고 신중히 하겠다는 김교수는 자연의 아름다운 그 자체를 하고 싶어 영상도 여러 컷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다음 작품은 행복한 인생을 함께 곁을여서 하고 싶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