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성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영역이었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인간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미술활동으로 표현·유희적 의미를 마음껏 표출했다.

윤담 기자 hyd@

예술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에 좋은 수단으로 문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시각적인 아름다운 미술을 넘어 어떠한 목적과 의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 원상호 대표

‘사각’이라는 주제 천착하며 틀 속의 현대인의 모습 반영
“아침에 눈을 떠 침대에서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파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버스와 지하철에 수많은 사람들... 나 또한 그들처럼 그곳에 몸을 싣고 또 다른 사각으로 된 목적지를 향하여 발길을 돌린다.” 원상호 작가의 행보가 화제다. 화가이자 조형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원상호 작가는 ‘사각’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왔다. <네모놀다>를 비롯한 열네 번의 개인전과 홍콩·중국 등지에서 열린 그룹전, 아트페어에서 뛰어난 재능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가 원상호는 “우리의 대부분에 일상을 사각으로 된 문명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각이라는 것들에 둘려 쌓여 있다”면서 “그리고 어쩌면 그것들이 너무 익숙해져 마치 내가 그것들과 동화되어 있어 한 몸이 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고 말한다.

원 작가가 진행하는 작업의 표면적인 모습은 사각형으로 형성된 현대인의 모습을 캐릭터 또는 도형과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곧 ‘나’를 통해 바라보는 ‘사각’이라는 틀 속의 현대인을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들의 익살스런 모습은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 또는 물건들이 시대적 자화상을 나타낸다. 원상호 작가는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는 현실과 미래라는 이상과 꿈속의 확장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틀 안에 있다. 간직하고 있는 행복과 행복하려는 마음과 함께 늘 그곳에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곧 원상호 작가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 입장과 차이는 다르겠지만 자신의 이상의 구현이라는 전제를 두고서는 모두가 같다고 할 수 있다.

▲ 사각play-휴.1622x1121mm.캔버스.돌가루.아크릴.액폭시 2018.

행복해지기 위해 꿈을 꿀 때 우리는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현실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 속에서 새로움을 모색하거나 이상에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행복의 가치를 위해 얼마나 자유로워져야 할까? 이에 대해 원 작가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누리며 그곳에서 무엇을 찾는가?’ 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원 작가의 작업은 ‘사각공간’이라는 현실을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사회가 반영된 현대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으며 또한 구성된 화면 안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 가며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연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사각 도형들 틈에서 익숙해졌고 답답해 숨 막혀 하는 우리들이지만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틀 밖이 아니라 그 안에서 즐길 수 있고 우리가 바라는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면 그토록 바라던 자유로움에 의한 행복의 가치보다 더 빛나는 즐거움과 행복을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창작자와 작품 향유자들 이어주는 사랑방 ‘카페 8번가’
카페 8번가의 대표인 원상호 작가는 아트페어 시장을 다변화하고 비주류 문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10년 전 ‘카페 8번가’의 문을 열었다. 카페 8번가는 창작자와 창작품 향유자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이자 창작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베이커리 겸 카페 갤러리인 ‘카페 8번가’는 장소 대관에 어려움을 겪는 화가들을 위해 무료로 장소를 제공한다. 관람도 무료다. 이에 신진 작가들의 참여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원상호 작가는 “작가들이 작품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기획안을 검토 후 2주간 무료로 전시 장소를 제공한다”면서 “카페 운영 수익금으로 전시 홍보용 배너를 제작해 SNS를 통해 마케팅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20년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 2020(PLAS) 아트페어에서 아티스트 4명의 열정이 담긴 8번가 갤러리 부스를 설치하고 작품을 전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앞으로 카페8번가를 통해 작가의 그림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원상호 작가는 “문화라는 게 큰마음 먹고 즐기는 것이 아닌데, 유명한 명화전시나 유명 가수의 공연은 큰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관람을 하지만 상시로 개방되는 무료 갤러리는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카페 8번가는 커피 한 잔 즐기러 방문하는 손님들이 그림도 보고, 공연도 볼 수 있다. 혹은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러 왔다가, 머리를 식힐 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