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5%,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경제여건이 작년보다 개선되고, 국내소비와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또 성장을 주도할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 취업자수는 20만 명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국은행은 ‘2010년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2010년 경제성장률을 4.6%로 예측했다. 기간별로 상반기는 전기 대비 0.7%, 하반기는 1.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우리 경제. 올해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사정은 그리 만만치 않다. 아직 내수가 부진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 여력은 별로 없어 보이고, 작년에 취업하지 못한 청년이 올해 졸업생과 겹치면서
청년들의 취업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난 연말 KT에서 시작된 명예퇴직바람이 구조조정과 맞물리면 20대 아들과 50대 가장의 동반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은 재도약의 필수 전제조건
2010년 한국 경제의 화두는 재도약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험난한 파고를 넘어서기 위한 위기관리에 국민적 역량이 집중됐다면, 올해는 경기회복의 흐름을 공고화하면서 재도약의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는 변곡점의 해가 돼야 한다. 실제로 올해 경제여건은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작년 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전돼 있다. 대외 여건 개선, 금융시장의 안정과 실물경제의 회복세 가속화, 물가 안정, 재정 조기집행 등이 올해 전망을 밝히는 청신호다. 다만 고용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위기 탓에 속도를 내지 못한 기업 구조조정이 불안 요인으로 잠복해 있는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은 경제의 순항을 해칠 수 있는 복병으로 거론된다.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 입장에서 세계경제의 회복은 재도약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올해 세계 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반가운 소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가 작년 -1.1%에서 올해 3.1% 성장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7%에서 3.4%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성장의 속도는 위기 이전보다 완만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국가별로도 선진국과 신흥국 간 회복속도에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2~2.5%, 일본 1.1%, 유럽연합(EU) 0.7% 등 선진경제권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 10%, 인도 6% 등 신흥시장권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경기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위기 때 취약성을 드러낸 금융 부문의 안정기조 회복은 올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안전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작년 3월초 달러당 1,597.00원까지 올랐던 원화 환율이 지난해 12월 30일 1,164.50원으로 한 해를 마감하고 외환보유액도 11월말 기준으로 2천 7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전 100bp(1bp=0.01%포인트) 아래였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한때 695bp까지 치솟았으나 12월 29일 86bp까지 떨어졌다. 금융지표의 안정화 추세와 함께 실물지표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이미 민간소비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데다 경기 활성화의 관건으로 여겨지던 기업 투자도 다시 살아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3천600여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12.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도 올해 설비투자 BSI는 117로 작년(98)보다 19포인트나 올라갔다. 정부도 지난해 9.8% 감소한 설비투자가 올해 11% 증가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낙관론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두자릿수 회복이 유력하지만 지난해 마이너스를 감안할 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는 3% 이내서 안정세
올해 소비자물가는 3% 이내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관별로 보면 정부가 3% 상승률을 예상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2.7%, 금융연구원 3.0%, 삼성경제연구소 2.9%, LG경제연구소 2.7%의 전망치를 각각 내놓았다. 올해 물가의 최대변수는 유가라는데 별다른 이의가 없다. 지난해 유가는 유종에 따라 배럴당 평균 61~62달러였으나 올해는 80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부는 배럴당 유가를 80달러로 잡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74.4달러,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78.1달러, 미국 석유산업연구소는 83.8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보다 최소 12.4%, 최대 31.4%까지 오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유가가 오르더라도 오름폭이 작년만큼 크지 않은데다 원화 환율이 하향추세를 보임에 따라 유가 상승과 환율 인하가 상쇄되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유가 상승에 기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작년만큼 높지 않다는 뜻이다. 또 올해 경제가 5% 성장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여전히 디플레 갭이 존재, 물가 상승을 막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올해도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기회복을 견인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친 기여도를 1.5%포인트로 봤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0.2%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감한 정부 지출이 없었을 경우 성장률이 -1.3%로 곤두박질쳤을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는 민간이 경기회복세를 주도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에 재정의 방어막 역할이 여전히 요구된다는 지적에 이의가 없다. 정부 역시 올해도 예산 조기집행을 통해 하반기에 무리없이 민간 분야로 경기회복의 바통을 이어주는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정의 60% 가량을 상반기 중 집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동절기인 1분기에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지원을 위한 예산의 집행에 역량을 집중하고 조기집행 촉진을 위해 시행했던 제도를 올해도 유지하는 한편 매월 2회 회의를 통해 조기집행 특별점검체계를 운영한다는 목표다.

더블딥 우려 등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
장밋빛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도약을 가로막을 복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반짝 회복했다가 다시 침체기를 맞는 더블딥 우려가 상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연체율 증가, 서유럽 고부채 국가의 신인도 하락, 동유럽 대출의 부실 확대, 달러캐리 청산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소지 등이 그것이다. 원자재 가격 역시 불안요인이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석유, 비철금속를 비롯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올라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고용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가 20만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제외하면 여전히 민간 부문에서는 고용 감소 쪽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금호그룹 사태에서 보듯 예상치 못한 기업부실이 불거질 가능성도 변수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는 위기극복에 방점을 두는 바람에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하지 못한게 사실”이라며 “경기 회복 국면에서 부실기업 문제가 터져 나올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경제는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위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도전과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구조개혁과 성장잠재력 확충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불안요인도 잠재돼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3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경제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미국의 상업부동산 부실문제 △동유럽 국가의 경제불안 △두바이사태 등 국제금융시장 교란요인 △경기회복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가나 원자재가격 상승 등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금리인상과 맞물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가계대출은 살아나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오는 11월 한국서 G20 정상회의 개최
2010년은 대한민국 경제와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울러 성장을 위한 다양한 모멘텀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오는 11월 한국서 열리는 주요 선진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가장 큰 이벤트다. 국제사회 경제흐름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G20는 그동안 G7 등 주요 선진국으로 주도되던 국제사회 중심이 신흥국 위주로 옮겨가는 것을 뜻하며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등 아시아스탠더드가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대규모 국제행사들이 예고돼 있다.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고, 5월부터 10월 말까지 중국 상하이엑스포가 진행되며, 6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다. 또 영암에서의 F1코리아 그랑프리,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11월) 등 국제행사가 열리면서 대한민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조선, 철강, 전자 등 주력업종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 같은 국제행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정부 예상대로 올해 5% 내외 성장을 할 경우 불황을 딛고 'V자 형태'로 재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특히 정부는 세계 경제 여건이 나아지면서 한국 수출이 탄탄한 가운데 내수와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201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수출이 13.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각각 4.2%, 11.2% 늘어나 경기 회복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5.5%로 전망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줄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를 종식하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16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은 3.7%, 취업자 증가폭은 20만명 안팎이다. 현오석 KDI 원장은 “2010년 5%대 성장하더라도 2007년 2.2%, 2008년 0%대 성장을 감안하면 연평균 3%대로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다소 보수적인 4.6%로 잡았다. 소비자물가는 2.8%로 안정되고 실업률은 3.5%로 추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등도 4%대 경제성장률을 내다보고 있다. 올해 경제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자산 인플레이션’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풀린 시중 유동자금이 경기회복 ‘훈풍’을 타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 뒤이어 원자재 가격과 물가상승 압박이 커지게 된다. 정책당국으로선 이런 변수를 억누르기 위해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위기 국면에서 취했던 확장적 정책기조를 정상화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연쇄적으로 가계대출 부실이나 기업의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010 금융리스크 분석’ 보고서에서 14개 위험요인을 제시하면서 ‘시중자금의 단기화현상이 심화되는 점’에 주목했다. 시중 통화량을 보여주는 광의통화(M2)에서 단기성 자금인 협의통화(M1)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9월 22%에서 2008년 10월 23.9%로 높아졌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잠자고 있던 부동자금이 한 쪽으로 방향을 정하게 되면 '거품'을 양산할 수도 있다.

▲ 2010년은 대한민국 경제와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울러 성장을 위한 다양한 모멘텀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오는 11월에는 주요 선진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고려된다. 한국의 5%대 성장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플러스 성장을 전제로 하지만 그 속도는 완만하고 국가별 위험요소도 많다. 특히 재정수지 악화로 선진국들의 추가지출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국채발행은 금리상승을 유발하고 소비나 투자개선을 지연시킬 수 있다. 미국이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난다면 전 세계에 풀렸던 달러가 미국으로 귀환할 수도 있다. 이는 달러캐리트레이드의 본격적인 청산을 의미한다. 이 경우 한국에 들어온 달러자금들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어 금융·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0년 업종별 업계 전망
업종별로 온도 차는 있지만 새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1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업은 움츠렸던 투자를 늘리고, 더 큰 성장을 담보할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3D TV 선점경쟁 화두=2010년 TV시장의 최대 화두는 3D다. 디지털 TV에서 밀린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일찌감치 3D를 통해 ‘TV 지존’으로의 복귀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LG전자도 2010년 3D TV 대거 출시를 선언했다. 이에 맞서 세계 TV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LED TV에 3차원 영상 구현 기능을 더한 신제품을 준비하며 수성을 노린다. 여기에 지난해 삼성전자가 독점했던 LED TV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유수의 TV메이커가 LED TV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시장에서는 소위 ‘치킨게임’ 이후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도시바 엘피다 등 일본 및 대만 기업의 ‘반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D램 부문 세계 3위 일본 엘피다는 최근 프로모스와 윈본드 등 대만 반도체 회사와 잇따라 공동 생산 및 기술 제휴 협약을 맺는 등 한국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LCD 분야에서는 중국 LCD TV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대만의 여러 LCD 업체가 속속 중국 현지에 패널 생산공장을 설립키로 한 바 있다. 대만과 중국 간 ‘양안동맹’이 공고히 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의 중국 공략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아울러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유·무선 통신융합 바람=국내 통신 3사는 일찌감치 2010년 경영 화두로 유·무선 융합을 제시했다.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이동전화를 하나로 묶은 결합 상품으로 올 한 해를 뜨겁게 보낸 이들 KT와 SK텔레콤 그리고 LG텔레콤은 이제 본격적인 컨버전스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통신융합 바람은 스마트폰 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유달리 담을 쌓고 지냈던 애플의 아이폰 상륙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외 단말기 업체도 저마다 다양한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유선 인터넷망과 무선 이동통신망을 넘나드는 스마트폰 전쟁은 단말기 제조사의 구도뿐 아니라 향후 통신 3사의 시장지배력에까지 큰 변혁을 몰고 올 전망이다. 새 통신 사업자의 등장도 관심거리다. 정부가 망임대사업(MVNO)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제도 개정을 마무리하는 내년 하반기에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 정부는 새 통신사업자의 등장이 요금 인하와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 역시 빅뱅의 연속이다. 온미디어를 인수한 CJ는 지상파 3사에 버금가는 방송사업자로 거듭났고, 연말에 등장할 종합편성채널 역시 지상파의 독점을 뒤흔들 전망이다. 또 방송 플랫폼 시장의 경우 디지털 전환을 놓고 수성하는 케이블TV와 IPTV 3사 그리고 3D 방송을 새 카드로 꺼낸 위성의 경쟁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
▶中내수 올 1500만대 규모=2010년 자동차 업계는 양과 질에서 모두 중국 시장이 중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009년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에 오른 중국이 2010년에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09년 중국 자동차 시장을 1350만대 규모로 분석했다. 2010년에는 1500만대로 11%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구 대국 중국이 경제발전과 맞물려 소비대국으로 변모해 오는 2012년 1748만대, 2013년 1851만대에 이어 2015년에는 2000만대로 급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과거 미국 시장이 그러했듯, 이제 전 세계 어떤 자동차 회사든 중국 시장에서 성공해야만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적인 세계 최고를 넘어 질적으로도 중국은 세계 최고를 노리고 있다. 베이징자동차는 미국 GM에 2억 달러(약 2369억원)를 내고 GM이 폐기 결정을 내린 스웨덴 자회사 사브(Saab)의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사브는 항공기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터보엔진 기술에서 전 세계 최강자 중 하나였다. 중국 지리(吉利)자동차는 미국 포드 사의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인 볼보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리차는 짝퉁 마티즈로 불리는 경차 ‘QQ’를 만들던 업체에서 단숨에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의 주인이 됐다. 텅중중공업 역시 GM의 군용 SUV 브랜드인 허머를 인수하고 중국 정부의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 친환경차와 관련한 준비작업도 한창이다. 워런 버핏이 투자해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전문업체인 BYD는 아예 전기차 양산에 돌입, 최근 ‘F3DM’과 ‘e6s’의 양산에 돌입했다.
▶포스코 쇳물 독점 옛말=40년 넘게 유지되어온 포스코의 ‘쇳물 생산 독점’이 경쟁체제로 접어드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쇳물 경쟁 체제는 현대제철이 주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중 당진에서 연산 400만t의 고로를 가동, 일관제철소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앞서 동부제철이 지난해 아산만 전기로 제철공장을 완공, 쇳물 생산 경쟁 체제를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동국제강이 추진 중인 브라질 고로 제철소 건립까지 본격화하면, 국내 철강 4개 회사 모두 쇳물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말 그대로 주요 철강업체가 완전경쟁 체제에 돌입하는 셈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경쟁이다. 쇳물 생산을 독점해온 포스코의 수성(守城) 전략과 이에 도전하는 현대제철의 공성(攻城) 전략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철강업계 최대 관심사다. 특히 현대제철이 소속된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포스코 제품 수요의 10% 정도를 담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수요처 확보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제철은 쇳물로 생산되는 제품의 판매와 마케팅을 위한 조직을 확대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 같은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포스코의 움직임도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2010년 초 연산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인도에 착공하는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에도 일관제철소를 지을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철강 생산 체제를 갖추는 한편, 원료 자립률을 끌어올려 생산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도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