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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사유의 폭 확장시키며 불화의 새 지평을 열다
2022년 01월 06일 (목) 23:07:46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고려불화는 고려 문화의 정수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화려함과 정교함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고려 말기인 1270년부터 약 120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제작됐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고려불화는 대부분이 왕실과 귀족들의 후원 아래 제작돼 색채가 매우 화려하다. 또한 아교에 금니(金泥)를 개서 선을 살리고, 복채법을 통해서 은은하고 깊이감이 느껴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불교미술 전통은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숭유억불 정책의 영향으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란을 겪으며 작품이 불타거나 약탈당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작품이 해외로 빼돌려져 현재 고려불화는 국내외에 160여점 밖에 남아있지 않다. 국내에는 10여점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 신진환 작가

다양한 방식으로 경이로운 불법의 세계 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선생의 불화 이수자인 신진환 작가는 40여 년째 불화의 외길을 걷고 있는 인물이다. 30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금강산 신계사 복원에 남측 단청기술자로 참여했던 신 작가는 강화 전등사 명부전 불화, 수덕사 환희대 원통보전 불화, 서울 진관사 명부전 시왕 불화, 경기도 약천사 괘불, 순천 선암사 괘불, 문경 대승사 오백나한 개채, 경기도 만의사 불화, 경기도 청운사 불화 등을 선보이며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 형을 따라 방문한 사찰에서 불모(佛母)가 불화를 그리는 광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20대에 불화세계에 입문했다는 그는 불화장 임석환 선생에게 사사한 후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여 왔다. 현재 신 작가는 매일 아침 아나파나 사티를 하고 기도하며 그림을 그린다. 낮에는 남들이 도상으로 만들어 놓은 불상(佛相)의 틀을 깨고 진짜 불상을 찾으려 매일매일 부처님 한 분씩 그렸다. 그렇게 수행하듯 그린 부처님이 1000불을 훌쩍 넘었다. 그의 작품은 베틀에 앉아서 천을 짜듯, 한 장의 캔버스 위에 차원을 겹치고 시공간을 공존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이로운 불법의 세계를 담고자 한 노력의 흔적인 셈이다.

신진환 작가는 “작품 속 부처님은 내게 그림이 아니라 진짜 부처님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모의 길을 걸어온 40여 년 동안 부처님을 바르게 그리고자 매일 아침 사불(寫佛)을 하는 등 기도와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서 “붓이 캔버스 위를 한 번 지날 때마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과 이상·현실세계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부처님께서 설하신 실상(實相)을 작품 안에 표현하고자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매일매일 부처님을 그린다는 행위는 그에게 있어 수행 그 자체다.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법계를 상상하며, 그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나그네, 시장의 상인, 카페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등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신 작가는 “수많은 무명(無名) 선지식이 남긴 불화를 내가 가는 길의 등불로 삼고 의지하고 있다”면서 “서양화가들도 내게 큰 원동력이 된다. 나는 빈센트 반 고흐, 조르주 루오, 프리다 칼로 등 어떤 역경에도 치열하게 살아간 이들의 인생이 곧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불법의 진리 녹여낸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
제 24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특선, 제3회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항전 전체 대상, 제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제 27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우수상, 제2회 올해의 불교미술인상 등을 수상하며 그 예술성을 인정받은 신진환 작가. 최근 몇 년 전부터 신 작가는 AI 부처님 그림을 시도해왔다. 미륵부처를 7단 로켓탑에 태워 우주를 향해 쏘아올린 <반야로켓>을 포함해 미륵부처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미래 불국토를 기기묘묘하게 표현한 독특한 불화는 종교에서 멀어지는 젊은층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며 사유의 폭을 확장시켜 불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신 작가를 두고 미술사상가인 김영재 박사는 “신진환 불모에게 그림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날마다 일기를 쓰듯 선생은 그림을 그려낸다. 삼천대천세계의 삼라만상이 정형이 없듯 그 그림에는 미리 입력된 혹은 정해진 방향이 없다. 신 불모의 형상은 그래서 자유롭다. 오직 정신만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착오시행(錯誤施行)을 즐기는 듯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불화가는 대중에게 진리를 호소·설득하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부처님 말씀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신진환 작가는 앞으로도 오직 지성으로 추구하고 온 몸을 바쳐 정진하면 언젠가 그 세계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고 정성과 신심을 담아 공부와 수행을 꾸준히 병행하고, 순간순간 붓을 꼭 잡고 놓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그는 “도상의 강제력을 벗어나 불보살을 죽이는 인식의 자유라는 발판, 그 위에 도약대가 기다리고 있다. 신발을 벗고 사람들의 시선을 떨치고 뛸 단계를 위한 준비가 마련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 “불법의 진리가 작품 안에 녹아 대중과 소통하고, 작품을 접한 이들이 불화 속 부처님을 바라보며 평화와 행복을 느끼며 힘든 삶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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