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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화폭에 머문 수묵의 열정
김주백 화백
2009년 01월 02일 (금) 15:48:51 김종필 기자 jp@

먹과 한지로 표현하는 흑백의 조화. 먹을 적신 붓자락은 순백의 한지를 유린하는 양 미끄러져 물찬 자아의 경지로 승화한다. 먹색의 진함과 옅음으로 표현되는 묵향이 가득한 세계는 사람들에게 은은한 암묵의 미를 속삭인다. 순백의 한지 위에 나는 하나의 점일 뿐이며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순백의 세상을 더럽히지 말라고…. 작디작은 생명의 소리를 담아 깊은 울림으로 마음에 전한다.
김종필 기자 jp@
   

여백의 정갈함으로 그림의 미를 표현하는 것이 한국화의 자랑이다. 하늘, 바다, 강 등 색을 입히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유일무이한 그림이 바로 한국화이다. 그 요소를 표현하는 것은 그 아래 펼쳐진 자연이며 세상 이치와 같이 무엇이 존재할 땐 그 부가요소들이 그 무언가를 맞춰준다는 당연함을 이용한 예술이 수묵화이다. 재능보다 노력을 바탕으로 수묵의 기법을 정통한 화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흥송 김주백.

가치를 초월한 수묵의 향연
흥송 김주백 화백은 경북 영주 출생의 화가이다. 장수면 소룡1리 작은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3세 때 처음 그림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가난한 삶은 그를 그림에서 멀어지게 해 결국 17세 때 고향을 떠나 원주에 정착, 가구 제작 기술을 배우며 생계를 꾸려가게 만든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열정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성공의 반열에서 가구 전시장과 가구디자인 공장을 운영하던 중 그림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어 30여 년간 운영하던 사업장을 정리하고 다시 수묵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자신의 열정만으로는 수묵의 깊은 뜻에 도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두드린 곳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이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한진만 학장은 “김주백 화백을 처음 본 순간 그 예리한 눈빛과 때 묻지 않은 모습, 그리고 그림에 품은 열정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한때 전공 수강을 시도하였으나 역시 진솔함의 시계를 추구하는 김주백 화백은 다시 무위의 세계로 돌아가 자신과 자연과의 대화에서 솟아나는 감정을 아무런 욕심 없이 펼쳐내는 것이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한지 위에 무한정 쏟아 부었다.
 흥송 미술관은 청정마을 고산리 고니골에 자리 잡았다. 그곳 고산리를 다녀온 분이라면 알 것이다. 그곳이 얼마나 살기 좋은 땅인지를 말이다. 마을 앞에 솟아있는 산, 뒤로는 그 못지않게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감싸 안고 있다. 아담한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가득 메운 먹향의 은은함이 현실에 가까운 수묵의 세계로 발길을 이끈다. 주변국을 풍자한 개구리 그림, 호랑이의 기개를 그린 호화, 13세 때 그린 병풍 그림, 고향을 모티브로 한 수묵 산수화 등 그 가치를 초월한 수묵의 향연이 아담한 미술관을 가득 메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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