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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 진리가 작품 안에 녹아 대중과 소통하겠다”
2021년 11월 04일 (목) 14:42:54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선재동자·극락과 지옥·관세음보살 등 불교적 주제가 함축되어 ‘불교문화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불화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민족문화유산의 정수이자 역사로서, 세계미술사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조선 개국과 함께 억불숭유(抑佛崇儒) 정책으로 불교미술이 쇠퇴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특히 남아있는 고려불화 또한 수차례의 전란과정에서 소실되거나 외국으로 약탈됐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수많은 고려불화들이 유실돼 오늘날 전 세계를 통틀어 160여점 밖에 남아있지 않으며, 그나마도 국내 소장 작품은 20여 점에 불과하다.

▲ 신진환 작가

다양한 방식으로 경이로운 불법의 세계 담다
작가 신진환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신진환 작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선생의 불화 이수자로, 40여 년째 불화의 외길을 걷고 있다. 어린 시절, 형을 따라 방문한 사찰에서 불모(佛母)가 불화를 그리는 광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는 작가 신진환. 이후 20대에 불화세계에 입문한 그는 불화장 임석환 선생에게 사사한 후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여 왔다. 금강산 신계사 벽화를 조성한 바 있는 신 작가의 주요 작품으로는 강화 전등사 명부전 불화, 수덕사 환희대 원통보전 불화, 서울 진관사 명부전 시왕 불화, 경기도 약천사 괘불, 순천 선암사 괘불, 문경 대승사 오백나한 개채, 경기도 만의사 불화, 경기도 청운사 불화 등이 있다. 현재 신 작가는 매일 아침 아나파나 사티를 하고 기도하며 그림을 그린다. 낮에는 남들이 도상으로 만들어 놓은 불상(佛相)의 틀을 깨고 신진환이 그리는 진짜 불상을 찾으려 매일매일 부처님 한 분씩 그렸다. 그렇게 수행하듯 그린 부처님이 1000불을 훌쩍 넘었다.

작가 신진환은 “불모의 길을 걸어온 40여 년 동안 부처님을 바르게 그리고자 매일 아침 사불(寫佛)을 하는 등 기도와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서 “붓이 캔버스 위를 한 번 지날 때마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과 이상·현실세계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부처님께서 설하신 실상(實相)을 작품 안에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진환 작가의 작품은 베틀에 앉아서 천을 짜듯, 한 장의 캔버스 위에 차원을 겹치고 시공간을 공존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이로운 불법의 세계를 담고자 한 노력의 흔적이다. 매일 같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 그는 작품의 영감을 수행에서 얻고 있다. 신 작가는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법계를 상상하며, 그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나그네, 시장의 상인, 카페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등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면서 “또 수많은 무명(無名) 선지식이 남긴 불화를 내가 가는 길의 등불로 삼고 의지하고 있다. 서양화가들도 내게 큰 원동력이 된다. 나는 빈센트 반 고흐, 조르주 루오, 프리다 칼로 등 어떤 역경에도 치열하게 살아간 이들의 인생이 곧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사유의 폭 확장시키며 불화의 새 지평 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신진환 작가는 미륵부처를 7단 로켓탑에 태워 우주를 향해 쏘아올린 <반야로켓>을 포함해 미륵부처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미래 불국토를 기기묘묘하게 표현한 독특한 불화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의 현대 불화 작품은 종교에서 멀어지는 젊은층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며 사유의 폭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불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신진환 작가에 대해 미술사상가 김영재 박사는 “처음 붓을 대는 점 하나에 이미 그 완성된 작품이 결정된다. 연후에 점-선-면-색채를 구도-균형-비례-향수로 대비시키면서 숱한 변수를 맞닥뜨리게 된다. 활달하고 거침없고 날렵한 그림으로 탄생하고 단시간의 성취라는 경이적인 결과를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천대천세계의 삼라만상이 정형이 없듯 그 그림에는 미리 입력된 혹은 정해진 방향이 없다.

오직 지성으로 추구하고 온 몸을 바쳐 정진하면 언젠가 그 세계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신진환 작가는 앞으로도 정성과 신심을 담아 공부와 수행을 꾸준히 병행하고, 순간순간 붓을 꼭 잡고 놓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반야(般若)’를 체득하도록 비유하고, 게송을 읊는 등 쉽게 전달하려 노력했다”면서 “불화가는 대중에게 진리를 호소·설득하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부처님 말씀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불법의 진리가 작품 안에 녹아 대중과 소통하고, 작품을 접한 이들이 불화 속 부처님을 바라보며 평화와 행복을 느끼며 힘든 삶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한편 신진환 작가는 제24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특선, 제3회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향전 전체 대상, 제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우수성, 제2회 올해의 불교미술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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