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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속에도 높아지는 한글 위상
‘575돌’ 한글날 100배 즐기기
2021년 10월 07일 (목) 13:07:16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한글날(10월 9일)이 575돌을 맞았다. 1443년(세종 25년) 창제된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음운학적 창제원리가 도입된 문자다. 이에 유네스코는 1997년 한글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2021년 집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모두 7097개다. 지난 1세기 동안 지구상에서 200여 개가 사라졌고, 2500개 언어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언어 중에서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는 250가지에 불과하며, 한글의 순위는 20위다.

신세영 기자 syshin@

한글날은 건국 직후인 1949년부터 대통령령에 의해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1991년 국군의 날(10월 1일)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공휴일이 지나치게 많아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정부는 2005년 한글날을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격상해 각종 기념행사를 추진했으며, 2012년 국회가 ‘한글날 공휴일 지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공휴일로 다시 지정됐다. 쏟아지는 은어와 신조어를 공부해가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에도 급급한 요즘이지만, 이날만큼은 한글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되새겨보는 하루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한글날에 볼만한 영화와 공연, 여행지 등과 함께 세계 속 한글의 위상을 소개한다.

한글날 볼만한 영화 ‘나랏말싸미’, ‘말모이’
한글 창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랏말싸미>(2019), 한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담은 영화 <말모이>(2019)를 추천한다. <나랏말싸미>는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조선시대,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을 담는다. 나라의 가장 고귀한 임금 세종(송강호)과 가장 천한 신분의 스님 신미(박해일)가 만나 함께 한글 창제를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기존 학설 대신, 한글 창제의 주역을 신미 스님과 승려들로 그려냈다는 이유로 역사 왜곡 논란이 있기도 했다. 조철현 감독은 “조선왕조실록에 1443년 12월 30일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는 그 공백을 활용한 드라마 전개에서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된 캐릭터다”고 설명했다.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던 일제강점기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까막눈인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다. 일제가 조선말을 못 쓰게 하던 시절, 조선어학회는 <한글> 잡지에 ‘전국의 말을 모아주십시오’라는 광고를 낸다. 영화 제목의 의미는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며 극 중 조선어학회가 시행한 비밀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일제에 맞서며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잊고 있던 한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국립합창단 제186회 정기연주회 ‘훈민정음’
국립합창단은 한글날을 기념해 10월 1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186회 정기연주회 창작합창서사시 <훈민정음>을 개최한다. 단장 겸 예술감독 윤의중이 포디움에 오르며, 국립합창단 전임 작곡가 오병희와 극본가 탁계석, 연출·각색에 안지선이 지난 8월에 열린 합창 교향시 <코리아판타지>에 이은 정기연주회다. 협연자로는 바리톤 김진추, 소리꾼 이봉근,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합창 음악계 최초로 훈민정음을 소재로 새로운 창작합창곡을 선보인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한글을 창제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한글의 창제 과정·반포 내용 등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극을 이끌어간다. 연주회는 세종실록 및 훈민정음 해례본, 여러 역사 고증을 참고해 내용을 구성했다. 1445년 최초의 한글작품인 ‘용비어천가’를 비롯해 ‘월인천강지곡’, ‘종묘제례악’, ‘대취타’, ‘여민락’ 등에서 가사와 음악적 소재를 가져와 오늘날의 트렌드에 맞게 재구성했다. 조선시대 초기 백성의 삶과 그 안에 녹아있는 불교문화, 한글 창제에 영향을 준 외국 문화의 이국적인 색채 또한 작품 속에 그려내면서 역사적 서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연출과 각색을 담당한 안지선은 “<훈민정음>을 통해 새삼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품 속 여러 캐릭터들을 따라 만나는 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세종대왕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훈민정음을 처음 마주한 이들의 감동과 환희, 사대주의로 인해 나라의 안위를 염려한 이들의 반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결국 큰 숲을 이루는 위대한 역사적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을 물려받은 감격과 우리 민족의 긍지를 함께 누리시길 바란다”며 기획의도를 전했다.

여주 한글시장으로 역사여행 떠나요
여주 한글시장에는 세종대왕 이야기를 담은 벽화와 여주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엿보는 전시관 ‘여주두지’가 마련돼 아기자기한 골목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여주 한글시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합장릉인 영릉(英陵)과 효종과 인선왕후의 영릉(寧陵)이 있다. 조선 왕릉의 재실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됐지만 효종 영릉만큼은 잘 남아 있으며, 공간 구성과 배치가 뛰어나다. 남한강 풍광이 아름다운 여주보는 세종대왕 발명품을 주제로 디자인했다. 보 기둥은 물시계인 자격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자인하고, 해시계인 앙부일구 형상을 반영해 세종광장을 조성했다. 여주보를 사이에 두고 산책로와 갈대 언덕 등 쉴 공간이 넉넉해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인기다. 우리나라 사찰로는 드물게 강변에 자리한 신륵사도 빼놓으면 안 된다.

과테말라·인도·남아공…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과테말라 농촌 문해 교육과 인도 수어 중심 장애인 교육, 남아공 토착 언어 아동문학 교육이 제32회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받았다. 제32회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 시상식이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비대면·화상 방식으로 열렸다.
수상 단체로는 △과테말라의 ‘무한한 지평선 익실’(Limitless Horizons Ixil/농촌에서의 상호작용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인도의 ‘국립개방교육원’(National Institute of Open Schooling/수어 학습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기술기반 장애인 교육)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푸쿠 아동문학재단’(Puku Children’s Literature Foundation/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남아프리카 토착 언어 아동문학 활성화) 등 세 곳이 선정됐다.
유네스코는 1965년에 9월 8일을 ‘세계 문해의 날(International Literacy Day)’로 정하고, 해마다 이날을 기념해 국제사회의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누구나 말과 글을 쉽게 익히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기리고 전 세계 문맹 퇴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1989년에 제정된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지원해오고 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56개(명) 단체와 개인이 문해 사업을 수행하고 개발도상국의 모국어 발전과 보급에 기여한 공로로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3개(명) 단체(개인)를 선정해 수상 규모를 확대했다. 각 수상 단체(개인)는 상금 2만 달러와 수상증서, 은으로 된 메달을 받는다.
이진식 문체부 문화정책관은 “한글을 창제하고 문해율을 높인 세종대왕의 정신이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전 세계 문해 사업과 문맹 퇴치 노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며 “문체부도 쉽고 편한 우리말로 국민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쉬운 우리말 쓰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속 한류 열풍, 세종학당에서 이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에도 영화 <기생충>과 한국 드라마, 방탄소년단 등의 활약에 힘입어 국제 사회에서 한국어 교육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K-콘텐츠로 촉발된 신한류 속에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류에 대한 호감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 세종학당이다. 세종학당은 해외에서 한국어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07년 3개국 13개소로 시작했다. 올해는 모로코와 탄자니아, 네팔 등 기존 세종학당으로 지정돼 있지 않던 5개국을 포함해 82개국 234개소로 확대됐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누리-세종학당’과 ‘온라인 세종학당’의 이용자 수는 36만5277명(2021년 8월 기준)에 달한다. 최근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공식 채택한 베트남과 육?해?공군 장교를 양성하는 군사학교에서 한국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각각 세종학당 5개소를 추가로 운영한다.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사업을 계속 진행하며 2022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 270개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이 올해 신규 세종학당 지정 과정에서도 드러나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어가 새로운 한류의 중심으로 전 세계에 확산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국 문화의 정수, 달라진 ‘한국어’ 위상
한글의 처음 이름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세종대왕은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들었다”며 훈민정음을 만든 까닭을 밝혔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지만 최근 줄임말, 비속어, 은어, 국적 불명의 신조어 남발 등으로 한글 파괴의 위기를 겪으며 세대 간 소통 단절의 주범이 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통합지원 누리집에서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고쳤으면 하는 언어를 신청받아 우리말로 바꿔 가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이 과정을 통해 다듬은 우리말로 프랜차이즈->가맹점, 머스트해브->필수품, 굿즈->팬상품, 플래터->모둠접시 등이 있다.
노래 가사에 한국어를 쓰는 해외 곡들도 증가하고 있다. 9월 24일 일본 음원 사이트인 ‘라인 뮤직 톱 100’에선 일본 보이그룹 초특급(超特急)의 ‘같이 가자’가 1위를 차지했다. 다섯 명의 일본 남성으로 구성된 초특급은 ‘같이 가자’는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 안에서도 한국어를 사용했다. 베트남의 가수 Vi?t Athen(비엣 아텐)은 2019년 ‘Annyeong(안녕)’이라는 제목의 발라드를 발표했다. 해당 음원은 후렴구에 ‘안녕’이라는 한국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곡이 끝나는 부분에서는 ‘난 여전히 널 기다리나 봐’라는 가사가 흘러나온다.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상’ 등을 수상한 듀오 밴드 Twenty One Pilots(트웬티 원 파일럿츠)는 노래를 처음 시작할 때 ‘안.녕.하.세.요!’라고 외친다. 한글을 발음할 때 나는 특유의 아름다운 소리와 한국이라는 국가의 매력에 빠져 해당 구호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UN)에서는 2007년 한국어를 세계 10대 실용어 중 하나로 평가했으며, UN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9번째 공식 언어로 지정했다. IBM은 2016년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의 8번째 언어로 사용했다. 재외동포와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측정·평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응시자는 지난 1997년 2692명에서 2019년 37만 5871명으로 14배 폭증했다. 이밖에도 2020년 인도(7월), 러시아(9월)는 한국어를 교육과정 내 제2외국어로 채택했고, 베트남은 채택계획을 발표(11월)하고 한류스타 한국어 학습 콘텐츠 개발을 확대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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