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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세종시 갈등 정국
현안 중심으로 전대미문의 ‘여소야대’ 국면 형성
2010년 03월 16일 (화) 14:10:51 안상호 기자 press83@newsmaker.or.kr

세종시 수정 문제를 놓고 우리사회에서 ‘국익’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수정의 표면적 명분으로 국익을 내세운 것이 직접적 도화선이지만, 국가균형발전이 국익이냐, 행정효율이 국익이냐는 지금 시대 국익에 대한 근본적 시각이 충돌하면서다. 국익이 결국 국민적 동원과 결속을 위한 가치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행정효율=국익’ 주장은 비타협적·배타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세종시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각 정당과 정파, 정치 거물의 앞날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건곤일척의 벼랑 끝 승부가 불가피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나라당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간 갈등의 결과에 따라 여권 분열이 초래되고,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가 닥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시는 그동안의 여야 정책 대립과는 차원이 다르다. 청와대와 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 세력은 원내 90석 남짓한 친이계가 유일하다. 국가 현안을 중심으로, 전대미문의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된 셈이다. 친이계는 정부의 힘을 빌려 여론을 확실하게 돌려 놓은 뒤 박근혜 전 대표를 압박하거나 설득해야 할 처지다.
   
▲ 정부는 지난달 11일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실질적으로 포기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내놨다.

세종시 수정안 생존 여부도 불투명
난산 끝에 갓 태어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수정안은 앞으로 갈 길도 멀다. 생존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부 계획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현실화하려면 행정도시특별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법, 기업세금감면을 위한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등 세 가지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법안 처리 고비마다 걸림돌이 놓여 있다. 우선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부터 당정 간 온도차가 난다. 지난 10일 열린 당·정·청 회동에서 정부는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했지만,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수정 법안을 무작정 제출해서는 곤란하다”며 속도조절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대화와 설득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이 문제가 국론 분열이 아니고 국론 통일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국민과 충청도민은 선진국 도약에 어떤 선택이 도움되는지 여부를 두고 판단해 달라”는 원론을 언급했다. 냉랭한 충청권 민심에 온기가 돌기도 전에 정부가 법안을 국회로 넘기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한나라당 당론을 변경하는 과정이다. 한나라당 당헌(72조3항)은 당론을 변경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169명 중 친박계는 60여명.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플러스 알파(α)’에서 한치도 물러섬이 없고, 친박계 의원들도 연일 성명을 내며 똘똘 뭉쳐 박 전 대표를 호위하는 현재의 상황에선 당론을 변경하기가 어렵다. 이한구 의원은 “세종시가 다 찰 때까지는 기업들이 다른 지방 도시에는 안 간다고 봐야 한다”며 “친박은 당연히 찬성 못할뿐더러, 지방 공동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방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관련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기도 난망하다. 행정중심도시특별법 개정안을 다루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여야 분포가 14대9로 여당의 압도적 우세이지만 여당 내에서도 친박계와 지역 의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표결 처리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자신들의 지역구로 유치하려고 의원들간 경쟁이 치열했던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역시 여당의원 너덧 명 정도 외엔 수정안에 선뜻 동의하는 이들이 없다. 조세특례제한법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도 친이계와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 등 6명가량만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계에 친박연대 8명, 야당이 뜻을 같이하면 본회의 통과도 어렵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세종시는 국회에 오기 전이나 온 후나 모두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해 일방처리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여권내 친이-친박간 갈등도 커져
   
▲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여야 대립은 물론, 여권내 친이-친박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세종시 문제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여야 대립은 물론, 여권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세종시 문제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 주류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정면돌파’에 돌입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진영이 강력 반발, 여권내 친이-친박 대립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 “뜻밖에 너무 정치적으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 데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됐다”고 비판하면서 여권 내부의 갈등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세종시 수정안 입법 시기를 놓고서도 정부는 조만간 입법예고를 통해 속전속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충청권 여론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혼선을 예고하고 있다. ‘여여(與與) 갈등’ 속에 세종시 문제가 장기적 논쟁에 빠질 경우 당장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멀게는 6월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친이계 핵심의원은 지난 1월 13일 “야당과의 싸움에 나서야 할 판에 친박과의 논쟁이 우려스럽다”면서 “당분간 세종시 수정 여론 확산을 위해 충청지역을 방문, 설득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 속에 여권 내부에서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정안 지지 비율이 높게 나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조만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고 충청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운찬 총리는 한경밀레니엄포럼 월례세미나에 참석, “(세종시 수정안 입법)을 빨리 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이 온다”면서 “빨리 입법예고를 해서 될 수 있으면 빨리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도 “세종시 논란은 상당한 국력 소모가 있기 때문에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면서 “정책 변경으로 상처받고 자존심이 상한 충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수정안을 만든 만큼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가 세종시 문제를 논의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책무”라며 “대통령과 총리는 물론 당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일방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홍보만 할 게 아니고 국민을 모시고 누구 얘기가 옳은지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면서 이 대통령에게 ‘세종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수정안 반대 강경 입장 고수
   
▲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수정안 반대 견해는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정국에서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세종시 수정안 반대 견해는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마치 지난 2005년 말 사립학교법이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외로 나가 일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간 투쟁을 이끌었던 장면을 연상케 한다. 특히 “충청지역을 설득하라고 한 얘기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라는 뜻인데 말귀를 못 알아 들으시는 것 같다”며 여권 주류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은 박 전 대표의 ‘결기’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서도 “머리가 아프다”며 그 강도에 놀라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측근들은 그의 정치 스타일을 이유로 꼽는다. 바로 국민과의 약속, 즉 신뢰는 반드시 지켜야 하며 국익을 위한 길에 ‘정치적 타협’은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신뢰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과 수도권 과밀 및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강경한 입장에는 여론의 흐름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식언’이 횡행하는 정치권에서 신뢰를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태도는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가 지난 1월 7일 재경(在京) 대구·경북신년교례회에서 수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실히 한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층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 주에 비해 4%포인트가 오른 57.4%를 기록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게다가 혁신도시 입주 예정지를 중심으로 ‘역차별’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박 전 대표의 ‘강경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 의원은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여론이 좋아져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박 전 대표가 큰 내상을 입을 수도 있겠지만, 박 전 대표는 그 과정에서 더 큰 것, 바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친이(친이명박)계는 박 전 대표의 강경한 반대 입장이 궁극적으로는 2012년 대선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본다.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영남에 확고하게 지지기반을 굳히고 있고 수도권은 어차피 반반 정도로 지지가 갈리는 상황에서, 충청 지역을 잡는 것이 (대권 행보를 위한) 기본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갈등을 현재권력(이명박)과 미래권력(박근혜)간 ‘파워게임’의 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신념에 따른 것이지, 절대 정략이나 손익의 차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건 간에 4개월간의 논란에 이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그리고 발표 이후 전국적으로 가열될 논란이 어떤 식으로 결말날지가 2012년 대선 가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수정안 마련의 ‘주역’인 정운찬 국무총리와 박근혜 전 대표 등을 놓고 ‘세종시 논란’이 가져올 정치적 득실을 논하는 분위기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국토의 균형 잡힌 개발 추구해야
정부는 지난달 11일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실질적으로 포기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내놨다. 이번 세종시 수정안은 이명박 정부의 지역정책의 결정판이라고 이를 만하다. 출범부터 지역 균형발전을 외면해온 이 정부의 지역정책은 철저하게 수도권 집중에 맞춰져 있다. 이명박 정부가 꺼낸 첫 지역정책은 2008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5+2 광역경제권’ 구상이다. 이는 지방에 투자되는 재원을 늘려 기업에 혜택을 주고 지역발전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을 비수도권과 다름없는 경제권으로 설정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무시한 사실상의 수도권 강화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2008년 2월 취임식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을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사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의 주요 지표로 삼았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와 ‘성장’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는 2008년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수도권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토부는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등 수도권에 대한 3개 권역별 관리제도를 중·장기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정부는 2008년 10월, 수도권 규제완화가 핵심인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도 내놓았다. 이 방안은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고, 중소기업과 첨단업종의 수도권 진입 장벽도 대폭 풀었다. 공장 총량제도 사실상 사문화했다. 적용 대상 공장도 총면적 20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완화했고, 공장 총량을 계산할 때 창고와 사무실 면적을 빼도록 했다. 수도권을 강화해 국가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지역정책 구상은 2009년 5월 나온 ‘2020년 수도권 광역도시계획변경안’에 좀더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 변경안에는 수도권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거점으로 만들고, 동북아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또 수도권의 인천과 수원을 2차 거점도시로 육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2009년 8월에는 서울 안팎의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60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무주택자들에게 주택을 싸게 공급한다는 것이 취지였지만,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을 가속화하는 정책이라고 평가받았다. 이에 공명하듯 차명진·공성진 등 수도권의 한나라당 의원 44명은 2009년 9월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수도권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반면,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이어진 세종시는 일찍부터 예산을 축소하는 등 수정 의지를 드러내다가 이번 수정안 발표로 결국 백지화했고, 혁신도시 역시 대부분의 기관들에 대한 이전계획 승인을 미루는 등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마비시키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과밀한 수도권을 더욱 개발하고 인구를 밀집시키는 것은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심각한 지역 격차를 고려할 때 다소의 성장 지체를 감내하더라도 국토의 균형 잡힌 개발을 추구하는 것이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위해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정부와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에 대한 부담을 가급적 줄인다는 차원에서 전부 개정안을 마련해 제출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이 각 지역의 미래·성장산업과 충돌할 수 있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5+2 광역경제권 발전’ 계획에 따른 각 지역의 미래·성장산업과 충돌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그동안 공들여온 기업 유치가 세종시 수정안으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분노에 찬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경북도는 교육·과학·의료·신재생에너지 등 지역의 미래전략산업이 대부분 중복되는 바람에 직격탄을 맞은 꼴이 됐다. 구미시는 최근 삼성·엘지 등 대기업들이 외국과 수도권으로 생산·투자 시설을 옮기는 상황에서 세종시와도 기업유치 경쟁을 해야 한다며 허탈해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구미에 휴대전화 사업장을 둔 삼성이 태양전지를 비롯해 연료용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엘이디) 사업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역시 구미에 사업장이 있는 웅진케미칼도 첨단소재산업 공장을 세종시에 입주시키기로 해 구미시를 화나게 했다. 대구시도 730만여㎡에 이르는 대구테크노폴리스 기업 유치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테크노폴리스엔 2007년부터 3년 동안 중소기업 3곳 정도만 입주 의향을 밝혔을 뿐이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테크노폴리스도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텅 비어 있는데, 달성군 구지면에 조성중인 850만㎡의 국가산업단지를 어떻게 채울지 솔직히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호남권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엘이디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광주시는 신재생에너지와 엘이디 등 지역 신성장산업이 세종시 수정안과 중복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광주시의 역점 산업을 위축시키고 광주·전남 혁신도시, 광주 연구개발 특구 육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군산(오시아이)-익산(넥슬론)-완주(솔라월드코리아)의 ‘솔라벨트’를 구축한 전북도는 세종시 수정안이 태양광 사업의 발목을 잡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한화·웅진 등 대기업들이 세종시에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새만금 과학연구용지 안 도입시설로 분류된 ‘중이온 가속기’가 세종시 수정안에 포함되자, 도입이 검토된 상당수 시설이 세종시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던 충북도도 바로 코앞에 들어오는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인 세종시가 탐탁지 않다. 청원군 오송의 생명과학단지, 오창의 과학산업단지가 세종시 10㎞ 안팎에 있어 타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증평·음성·충주에 ‘아시아 솔라밸리’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집중 유치·육성했던 태양광 산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도 투자유치과 정효진 팀장은 “태양광 관련 부문을 충북으로 유치하려고 에스에스에프 그룹 관계자들까지 오창산업단지에 초청해 협상을 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세종시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각 지역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하라고 정부가 발표한 사업들을 세종시 수정안에 다시 포함시킨 것은 애초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며 “사업 중복은 지역 간 과잉 경쟁과 갈등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정안 마련해 제출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아
   
▲ 4개월간의 논란에 이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그리고 발표 이후 전국적으로 가열될 논란이 어떤 식으로 결말날지가 2012년 대선 가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특별법’을 전면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이석연 법제처장이 지난 1월 13일 세종시 특별법을 폐지한 뒤 대체 입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놔 향후 어떤 방식으로 수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처장은 이날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로 법 성질이 본질적으로 바뀌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문 개정을 하는 것은 입법 형식에 맞지 않는다”며 대체 입법을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1월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따르면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세종시에 삼성 등 대기업을 유치하는 등 자족 기능을 강화해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건설하게 된다. 따라서 세종시에 중앙행정기관 등을 이전해 행정기능이 중심이 되는 복합도시로 건설하는 내용의 현행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 여기에는 세종시 특별법에 대한 전부 개정안을 제출하는 방법과 아예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기존 법을 대체하는 방법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에 대한 부담을 가급적 줄인다는 차원에서 전부 개정안을 마련해 제출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기존 세종시 특별법을 폐지하고 새 법안으로 대체할 경우 세종시 수정에 대한 야당의 ‘저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도 친박(친박근혜)계가 여전히 세종시 수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자는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굳이 불필요한 쟁점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전부 개정안 제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리실도 이 같은 의견을 법제처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처장은 “정부가 정면 돌파를 천명한 이상 입법 형식도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며 “법의 본질적인 내용이 변경된 만큼 전면 개정은 입법 기술상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체 입법시 환매권 행사와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토지를 수용한 목적이 이미 완전히 바뀌어서 대체 입법이건 전문개정이건 환매권 행사는 필연적으로 따른다”고 내다봤다. 이 처장은 “대체 입법을 취해도 부칙에서 세종시 특별법에 의해 이뤄진 절차 과정은 승계할 수 있다”며 대체 입법을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앞으로 여론 추이를 살피고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법제처 등을 비롯,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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