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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하고 의심이 많으면 병을 고칠 수 없다
2021년 08월 04일 (수) 15:02:33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화타는 후한시대의 전설적 명의다. ‘마비산(痲沸散)’이라는 마취제를 만들어 외과수술을 했다고 전해지며, 촉나라 관우가 독화살에 맞았을 때 칼로 피부를 째고 독이 퍼진 뼈를 깎아 그를 살려냈다는 이야기가 <삼국지>에도 소개되어 있다. 그의 명성을 듣고 위왕 조조(曹操)가 만성적인 두통을 치료받으려고 화타를 부르자 화타는 조조에게 뇌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를 의심한 측근들의 부추김을 받고 조조는 화타를 처형해버린다.
화타보다 5백년쯤 앞서 춘추전국시대 후기에도 전설적인 명의가 있었다. 제나라에 속한 발해 출신의 편작(扁鵲)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환자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속에 있는 병을 알아냈으며, 병증을 들으면 그 병의 뿌리(病根)까지 즉석에서 판단하여 치료했다고 한다. <사기>에 의하면 이러한 기술은 장상군이라 불린 은자에게서 물려받은 후 그는 진(晉)나라 대부 조(趙) 간자의 병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언해주었으며, 작은 나라인 괵나라에 가서는 태자가 죽어가는 것을 살려내기도 했다.
괵의 태자는 이미 의식을 잃고 거의 죽은 상태였는데, 편작은 이를 ‘시궐’(尸厥; 숨만 붙어있는 가사상태)이라 진단하고 지석을 갈아 만든 돌침과 음과 양을 조절한 탕약을 이용하여 태자를 살려냈다.
이후 편작은 제나라로 가서 제나라 군주 환후(桓侯)의 용태를 살피게 되었다. 편작의 눈에는 환후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으므로 “군주께서는 지금 피부에 병이 있는데,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깊이 들어가 중해질 것입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환후는 ‘과인에게는 병이 없소’하면서 무시하였다. 편작이 물러난 후 환후는 측신들에게 말하기를 ‘의원이 이(利)를 탐하여 병도 없는 사람을 가지고 공을 세우려 한다’며 비웃었다. 닷새 후 편작이 다시 환후를 배알하고 ‘군주의 병이 혈맥에까지 이르렀으니 지금이라도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하고 권했으나 환후가 다시 병이 없다며 웃고 말았다. 닷새 후에 편작은 또 다시 병이 깊어졌다고 경고했으나 역시 무시당했다. 다시 닷새 후 다시 환후를 배알한 편작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환후가 사람을 시켜 이유를 묻게 하니 편작이 말했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과 고약으로 고칠 수 있으며, 혈맥에 있을 때는 침이나 폄법(돌침)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병이 장기에 들어가면 약주(藥酒)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면 하늘의 신이라도 어쩔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미 제후의 병은 골수까지 들어갔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편작은 그대로 제나라를 떠나버렸고, 결국 환후는 병사했다.
이에 대하여 <사기>는 의원의 능력과 노력으로도 고칠 수 없는 여섯 가지 불치병(六不治)을 논하고 있다.
“사람들은 병이 많은 것을 걱정하고 의원은 치료방법이 적은 것을 걱정한다. 그래서 여섯 가지 불치의 경우가 있는 것이다. ①교만하여 순리를 따르지 않는 경우 ②몸보다 재물을 중히 여기는 경우 ③의식(衣食)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거나 ④음과 양의 기운이 장기에 함께 있어 안정되지 않는 경우 ⑤몸이 너무 쇠약해져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⑥무당의 말을 믿고 의원을 믿지 않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니, 이 가운데 한 가지라도 해당이 되는 경우엔 좀처럼 병을 고칠 수 없다.” (驕恣不論於理 一不治也, 輕身重財 二不治也, 衣食不能適 三不治也, 陰陽 藏氣不定 四不治也, 形羸不能服藥 五不治也, 信巫不信醫 六不治也. 有此一者 則重難治也. -<사기> 편작창공열전)

‘육불치’의 교훈은 의원과 의술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 19 이후 의약기술의 중요성과 함께 국경을 초월한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이 새삼 뚜렷하게 대두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상호협력과 국가간 방역정보 및 백신정보의 공유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당장 바이러스의 기원과 극복방안을 찾아내는 단계부터 은폐나 개별 경쟁이 큰 장애가 되고 있는 듯도 하다.
‘성스러운 의업(醫業)’이라는 표현은 편작과 같은 시기 유럽의 명의였던 히포크라테스 때로부터 유래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학은 생명존중이라는 ‘성스러운 정신’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적십자 운동과 같이 모든 인간에 대한 차별 없는 봉사의 정신으로 유지되고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이 ‘성스러운 정신’이 상업적 정치적 이유로 왜곡되고 변질되어 서로를 적대하거나 불신하며, 심지어 대중을 향한 거짓뉴스나 마타도어를 통해 민심을 교란하는 행위마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이들이야말로 대중을 불신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는 선무당이 아닐지). 이것은 지구 인류 공동의 위기 극복에 가장 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방역국가(민족)주의’나 편파, 대결 같은 편협한 태도는 21세기 인류에게 코로나-19 자체보다도 더 위협적인 중병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인류에게는 코로나 말고도 힘 모야 함께 풀어가야 할 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 않은가. NM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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