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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극의 세계화 위해서 끝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겠다”
2021년 08월 03일 (화) 15:56:40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노래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며 생겨난 신조어인 ‘한류’는 이제 글로벌 문화가 됐다. K팝·K드라마 뿐 아니라 한식·패션·뷰티·관광·정보기술(IT) 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 전반이 널리 알려지며 각광받고 있다.

황태일 기자 hti@

지난 4월,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폭은 2019년보다 13억3000만달러나 커졌다. 코로나 19 여파로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생산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중 문화예술저작권 수지는 지난해 1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경상수지 항목 중 지식재산권 관련 국제 거래 현황을 따로 모아 산출하는 통계로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 시작한 이후 문화예술저작권 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는 코로나 19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이용이 크게 늘면서 국내 문화예술저작권 수입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서의 ‘한극’의 가능성 인정받다
“예술가는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양혜숙 이사장은 공연문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양혜숙 이사장이 지난 1996년 설립한 한국공연예술원은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학문적 연구와 공연기법의 체계화 및 무대예술의 품격 향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독창적 공연예술인 ‘한극(韓劇)’을 계승, 발전함과 아울러 국제적 교류를 통해 세계 속에 한국 예술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양혜숙 이사장

전통을 현대화한 한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업·까르마(외디푸스)> <코카서스 백묵원, 브레히트>, <짓거리 사이에서 놀다>, <우주목(宇宙木)Ⅰ-바리>, <우주목(宇宙木)Ⅱ-피우다>, <우주목(宇宙木)ⅡI-레이디 원앙>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양 이사장은 샤마니카 페스티벌, 샤마니카 심포지움, 샤마니카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극의 정립과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고 있다. 특히 전통문화에 큰 관심을 기울인 양혜숙 이사장은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굿의 외연인 다양한 형식과 공통분모를 아시아적 샤먼에서 찾기 시작하며, 이를 토대로 연극의 장르적 확장을 꾀해 ‘공연예술’로 묶고자 했다. 이에 대해 양 이사장은 “우리 전통 공연예술의 근원을 찾아가면 ‘굿’, ‘제례문화’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저는 인류의 시원문화, 특히 신을 숭상하여 제의를 떠받드는 제의문화에 공연예술의 뿌리가 유래함을 깨닫고 한국의 샤만문화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샤마니카페스티벌>과 <한극> 시리즈의 공연예술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1997년부터 2016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샤마니카 프로젝트는 한국의 샤먼문화, 즉 한극의 원형으로 우리 문화의 뿌리로 작용한 세계관과 우주관, 시공간관, 색채관을 비롯해 우리 전통의 풍류, 노래, 춤, 그로부터 출현한 복식과 의례 등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았다. 또한 매월 진행하는 세미나의 결과물로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 시리즈를 발간함으로써 공연예술 창작을 꽃피우는데 귀중한 밑거름이 되는 것은 물론,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살리는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양 이사장은 향후 <샤만문화 한국 아시아편>, <전통과 응용>도 출간할 예정이다. 양 이사장의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된 한극은 최근 세계무대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한국공연예술원은 오디푸스의 동양적 해석과 윤회사상을 다룬 <업, 까르마>로 베트남 주최 제1회 국제실험연극제에 참가해 대상없는 특상을 수상했으며, <제9회 ANTIQUE GREEK DRAMA FESTIVAL>에 초청받아 아세아권으로서는 최초로 참여해 유럽외권 작품으로 유네스코 지정 기록문화유산 유적지에서 공연한데 이어, <레이디 원앙>으로 창작연희페스티발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성과는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한劇’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라 평가할 만하다.

한극의 창출 통해 국내 공연예술의 발전 선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양혜숙 이사장은 독일 튀빙겐대학 철학부에서 독문학, 미술사, 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67년부터 삼십 년 가까이 이화여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78년부터 연극평론가로 활동했다. 1991년 한국공연예술학회를, 1996년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을 창립 후 초대 원장을 거쳐 지난 2008년부터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한국 ITI회장 등을 역임하고 ITI 아태지역협회를 설립한 그는 <표현주의 희곡에 나타난 현대성>, <연극의 이해>, <Korean Performing Arts: Danse, Drama, Music, Theater>, <15인의 거장들> 등의 저서도 출간하며 한극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왔다. 국내 연극계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969년, 페터 한트케의 파격적인 언어로 현실의 위선과 부조리를 드러낸 최고의 문제작 <관객모독>을 국내에 소개했던 양 이사장은 2019년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 예술적 심미안을 다시 한 번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 소개될 당시 1971년 <세계현대희곡선집>에 실린 <관객모독>은 1976년에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했으며 ‘극단 76’에 의해 초연된 이후, 사실주의 연극에만 침몰되어 있던 한국 연극계의 커다란 새로운 물결을 몰고 왔다. 이후로도 양 이사장은 <미성년은 성년이 되고자 한다>, <카스파>, 소설 <낯선자>, <왼손잡이 여인> 등을 다수 번역하며 한트케의 문학과 서구문화 의식세계의 변화를 한국에 전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의 발전을 선도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양혜숙 이사장은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양 이사장은 “한극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면 끝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한국고유의 품위 있는 공연예술 <한극>의 끊임없는 창출을 통하여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여 <한극>이 <한복>, <한옥>, <한글>과 같은 반열에 자리 잡으며 세계가 서양문화의 엄습하는 가운데 살아져 가고 있는 모든 문화권의 <뿌리찾기>와 <새로운 자아찾기> 운동의 표현의 증표를 세계인이 대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공연예술’에서부터 우선 마주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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