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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둘러싼 영해 분쟁 심화
2021년 08월 03일 (화) 12:40:48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제 해상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필리핀 병력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중국에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AP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월11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에서 “규범에 기반한 해양 질서가 남중국해보다 크게 위협받는 곳은 없다”며 중국이 계속 “동남아 연안 국가들을 압박하고 겁줘서 이 중대한 글로벌 항로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병력 또는 공공 선박,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다면 미국의 상호 방위가 발동할 것임을 재확인한다”고도 강조했다.

미군, 남중국해서 중국 잠수함에 감시활동 펼쳐
1951년 체결된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 4조는 양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상호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국제법상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적인 행위를 중단하며, 크든 작든 모든 국가의 권리를 존중하는 규범 기반의 해상 질서를 따를 것이라는 확신을 국제사회에 심어줄 조치를 할 것을 (중국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은 국제상설재판소(PCA)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 5주년을 기념하는 메시지로 발표됐다. PCA는 2016년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치한 9개 해양구조물을 모두 간조노출지나 암초로 판단하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중국은 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남중국해 거의 전체를 자국 수역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이 올해 상반기 남중국해에서 최소 161일간 중국 잠수함에 대한 감시 활동을 펼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월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대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감시활동은 파라셀 군도, 맥클스필드 군도 주변에서 이뤄졌으며, 올 상반기 181일 중 최소 161일간 수행됐다. 감시 작전에는 일본에 주둔시키고 있는 5척의 해양 감시 함정이 활용됐다. 이들 함정은 각각 한번에 10일에서 40일간 공백 없이 작전을 수행했다. 보고서는 미군 작전의 주요 목적은 중국의 수중 역량 감시, 핵심 해상영역에서 잠수함의 활동 범위와 진입로·퇴로 분석, 대잠수함 작전 지원을 위한 정보 제공이라고 전했다.

베트남에서 약 400㎞ 떨어진 파라셀 군도는 베트남, 대만, 중국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수중 산호섬인 맥클스필드 군도는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한다. 보고서는 미군 함정이 이전에는 거의 진입하지 않았던 파라셀 군도 서쪽 해역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감시활동을 진행했다며 미중 간 군사 활동이 수면 아래에서 가열되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어 공식적인 규모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잠수함 함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미군은 중국이 10년 내 65~70척의 잠수함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4척의 탄도미사일 잠수함과 6척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46척의 디젤 공격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中, 여유권 분쟁 국가에 직접 투자 크게 확대
지난 7월13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직접 투자를 크게 확대해 저항을 무력화하면서 남중국해를 군사 거점화하는 실효 지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지 7월12일로 5주년이 된다며 중국은 판결 후에도 남중국해의 군사 거점 정비를 추진하면서 경제 지원을 지렛대로 관련국들의 저항을 봉쇄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이 위기감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응 지연도 눈에 띄고 있어 중국의 실효 지배 기정사실화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12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PCA 판결에 대해 ‘위법이고 무효로 한장의 종이 나부랭이’라며 ‘중국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자오 대변인의 논평은 블링컨 장관의 “규범에 기반한 해양 질서가 남중국해보다 크게 위협받는 곳은 없고, 중국이 계속 동남아시아 연안 국가들을 압박하고 겁줘서 이 중대한 글로벌 항로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중국은 PCA 판결 후에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군도) 암초에 7개의 인공섬을 건설했고, 그 주변 피어리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永暑)·수비 암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미스치프(팡가니방) 환초 등을 ‘빅3’로 부르며 대공포 등을 설치할 수 있는 포대와 미사일 셸터(은폐 시설), 그리고 대형 항만·활주로를 정비하는 등 군사 거점화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아울러 중국은 2018년 스프래틀리 제도에 대함 순항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레이더 방해 장치를 설치하고, 초계기와 조기경계기를 순환 전개하고 있으며 파라셀(중국명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의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永興島>·베트남명 푸럼)에서 전략 폭격기 H6K의 발착 훈련을 시작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EEZ)인 스프래틀리 제도의 산호초 주변에는 민병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선박 220척이 정박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행정이나 민간 관련 시설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2018년 스프래틀리 제도 3개의 인공섬에서 기상관측소 운영이 시작됐고, 우디섬에 영화관과 도서관을 신축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우디섬에서 채소 재배를 위해 많은 민간인이 생활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군사와 민간 시설을 혼재시켜 유사시에 미군이 공격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훈련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5월 첫 중국산 항공모함인 산둥(山東)함이 남중국해 훈련에 참가했고, 미군이 이 해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접근 저지·영역 거부’ 능력을 높이기 위해 남중국해에 항모 킬러 ‘DF21’이나 미국령 괌을 사정권에 둔 ‘DF26’ 등 탄도미사일을 대량 배치,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발사시험을 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또 원래 PCA의 판결은 구속력이 없어 효력을 담보하려면 미군의 관여가 불가결한 데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판결은 (관계국을) 법적으로 구속한다’(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며 중국의 수용을 촉구하면서도 대중국 관계를 중시,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고, 2015년부터 시작한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도 중국에 대해 수위를 낮춰 운용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7월 동남아시아 각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방침으로 전환해 군사 거점 건설에 관련한 중국 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미국 안전보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판결이 났을 때 이 같은 대응을 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동남아 각국도 중국의 경제 지원을 무시할 수 없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력을 배경으로 회유책을 계속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9년 8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으로부터 필리핀이 PCA 판결을 무시한다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가스전 공동개발 권익 60%를 양도할 것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닛케이가 CNN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트남, ‘구단선 등장’ 넷플릭스 드라마 퇴출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방영 중이던 넷플릭스 드라마의 경우 방송 2회 만에 퇴출당하는 초유의 사태도 맞이했다. 지난 6월 베트남에서 방영을 시작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파인 갭(Pine Gap)’은 미국과 호주의 위성감시 시설을 주제로 만든 첩보물이었다. 주제 특성상 지도가 드라마에 나왔는데 하필 남중국해라고 명명된 베트남 인근 바다 지도가 방송을 타면서 여기에 자극받은 베트남 국민들이 대대적인 민원을 쏟아내자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를 조기 종영하는 결정을 내렸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남중국해 ‘남해구단선-Nine Dash Line’은 지역의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고, 특히 베트남의 경우 중국의 팽창주의의 일환인 구단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외교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지도가 베트남 TV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베트남 국민들의 반발과 분노를 부르는 건 당연한 일로 ‘파인 갭’을 방영했던 베트남 방송 당국은 성명을 내고 사과와 함께 해당 드라마 조기 종영 결정을 발표했다.

한편,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은 1940년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그린 해상 경계선으로 베트남 국민들은 이를 ‘소의 혀’라고 부르기도 하며, 이를 받아드릴 국제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부를 분명하게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긴장관계를 유지 중인 필리핀도 대(對)중 견제책의 하나로 ‘바다의 천사’(여성 해경)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선박을 향해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경고방송을 함으로써 갈등 심화를 막겠다는 의도다. 필리핀 당국은 이번 조치가 ‘여성 역할 확대’라는 점에서 성평등까지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6월30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경고방송 임무를 맡게 될 여성 무선 담당자 81명을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당국은 이들을 ‘바다의 천사’라고 부르면서,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는 중국 선박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오폴드 라로야 해안경비대 부대장은 “바다의 천사가 남중국해의 평화를 만드는 질서의 목소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이번 조치는 올해 4월 중국과의 영유권 다툼이 있는 남중국해 사비나 모래톱 인근에서 여성의 경고방송이 효과를 봤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당시 여성 해경이 경고방송을 하자 중국 선박 7척이 아무런 항의도 없이 순순히 EEZ를 빠져나갔다. 그간 해경의 경고방송이나 외교부 차원의 항의엔 아랑곳없이 버티기만 했던 중국 선박을 생각하면 이례적이었다.

지난 3월부터 중국 선박 220척이 필리핀 EEZ에 정박해 골머리를 앓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에 찬사를 보낸 뒤, 경고방송을 전담할 여성 해경 임명을 지시했다. 필리핀 당국은 바다의 천사가 중국과의 긴장 관계를 온화하게 풀어내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니 가반 해안경비대 소장은 지난 6월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바다의 천사들은 아시아 문화에 있는 아내와 어머니의 권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한 해안경비대 관계자도 WP에 “여성 담당자들은 엄마가 아이를 달래거나, 아내가 남편을 안심시키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며 임명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바다의 천사 프로젝트는 여성 해경들에게 기회를 부여해 성차별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는 게 필리핀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만 강화할 뿐이라는 이유다. 장 엔시나스 프랑코 필리핀 딜리만대 (정치학) 교수는 “여성을 평화적 협상가로만 규정하는 건 해경 내에서 여성의 존재를 훼손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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