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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북관계를 전망한다
2010년 01월 12일 (화) 12:44:17 뉴스메이커 webmaster@newsmaker.or.kr

21세기에 진입한 지도 어언 10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곧 우리가 맞이할 2010년은 여러 가지 점에서 자못 의미가 있는 해이다. 단일민족으로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경술국치’라는 용어가 시사하듯 일제에 합병당한 지 만 100년이 되는 해 임과 동시에 ‘민족상잔의 대비국’으로 일컬어지는 ‘6·25전쟁’이 발발한지 만 50년이 되는 해이다.

   
▲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북한학)
그런가 하면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G20의 개최국으로서 위상을 전세계에 떨칠 해임과 동시에 ‘한-미FTA'를 비롯한 ‘4대강 개발사업' 등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또 다른 중요한 관심사항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래 근 2년 동안 경색국면에 처해 있는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올 한 해 동안 남북관계는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임진강댐 방류’, ‘대청해전’ 등 뒤로 저만치 물러선 듯한 형국이었기 때문에 2010년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고 하겠다. 다행히 연말에 접어들면서 내년의 남북관계가 다소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걸게 하는 몇 가지 사안이 발생하고는 있다.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인한 북한의 6자회담 참가 및 농축우라늄문제 등이 일단 긍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의 대북지원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신종인플루’ 치료제 및 예방제를 인수해 갔는가 하면, 중국과 베트남 등 공단에 남북공동시찰단을 파견하는 등 일련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랜드 바겐’에서 언명하였듯이 북한이 핵문제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와 행동을 한다면, 언제든 어디서건, 어떤 의제를 가지고도 남북정상회담에 임할 뜻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의 남북관계가 ‘분홍빛’으로 점철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남북관계의 직접적 당사자인 우리나라와 북한의 대북정책과 대남정책이 좀처럼 합치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펴고 있는 우리 정부의 경우 “핵문제 진전이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도 없다”는 원칙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북한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겉으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민족공조입장을 강조하면서도 “핵문제는 남측과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는 기존의 입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남북한간의 입장차이는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싱가포르 및 개성에서의 ‘비밀접촉’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났는 바, 남이든 북이든 이런 입장을 근본적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평행선’을 벗어나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명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은 이제 통일부장관 등 특정인은 물론이고 우리 내부의 정책이나 주요 사안을 시시비비하며 구태를 재현하고 있어 남북한이 오랜 세월에 걸쳐 어렵게 마련한 남북기본합의서나 6·15남북공동선언 등의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이렇듯 남북한의 근본적 입장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의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60여년 동안의 남북관계, 그 중에서도 공식적 차원에서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나 회담이 이루어졌던 70년대 이래의 선례를 고려할 때 일말의 기대감마저 저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한동안 관망세를 보여왔던 북한은 이 정권의 출범 2-3년째에 접어들 때면 거의 예외없이 대화나 회담의 마당에 나왔기 때문이다.

마치 “주식시장의 장세가 바닥을 친 후에 반등하는 것”처럼 관망자세를 거쳐 극렬한 대남비난을 해 왔던 북한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우리의 대북제의를 받아들였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는 순풍에 돛을 단 듯이 개선의 마당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멀리는 노태우 정권 시절부터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이런 ‘냉·온탕식’의 대남접근이나 대화-회담 행태는 바로 내년이 되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더욱이 지금 북한의 대내외사정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매우 어렵고도 힘든 내우외환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런 낙관적 전망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잇다. 우선 북한의 금년 작황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예고할 정도로 매우 악화되어 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이다. 김일성 사후 ‘100년만에 찾아왔다’는 자연재해로 인해 200, 300만명이 아사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처해졌던 지난 ’97년이나 ’98년의 경우에 못지 않는 최악의 식량난이 곧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고온 등 기후의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지원되던 비료, 국제사회에서 간간이 이어져 왔던 농자재나 설비 등 대북 지원마저 거의 끊긴 상황에서 북한당국이 그들 2천 3백만명의 인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차례의 핵실험과 중-단거리 발사 등의 여파로 인해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내 주요 물자의 공급을 차단하는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 및 ‘제1874호’를 채택하여 북한을 옥죄고 있다. 또한 한동안 북한을 음양으로 지원, 원조를 해왔던 러시아나 중국마저도 최근 북한의 ‘핵보유국화’ 움직임에 큰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의 참가를 요청하고 있어 북한의 국제적 입지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얼마 전 태국정부가 그루지야국적 일류신 화물기에서 압류한 북한제 무기가 중동지역으로 대상으로 한 밀매라고 밝혀진 것처럼 북한의 불법무기 판매나 위폐제조와 유통, 마약 및 상아밀매 등 불법행위는 국제적인 지탄까지도 자초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북한 내 특별독재대상구역에 수용되어 있는 수십만명에 달하는 정치법들의 인권문제, 이란 등 테러지원국가와의 연계의혹,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탈북행렬 등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 추락에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직면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면서 “6자회담의 참가” 등을 명분으로 미국과의 단독회담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과 자세를 표명하고 있으나, 그 앞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이 현재처럼 그들 인민을 대상으로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목표로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구호를 앞세우면서 독려해 나간다고 하여도 그 추동력은 멀지 않아 떨어질 것이다.

특히 탈(脫)정부적 경제활동에 대한 단속을 하기 위해 지난 12월초에 전격적으로 단행하였던 ‘화폐개혁’에 대한 불평, 불만의 목소리가 예상외로 강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집단적 반발이나 소요로까지 번질 수 있는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에 북한체제의 운명은 백척간두에 있을 정도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처한 대내적 위기상황과 이에 대한 북한당국의 현실인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체제자체의 유지나 지탱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금 김정일은 헌법 개정의 과정을 통해 ‘최고영도자’의 자리까지 차지함으로써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건강이상설’과 후계자 선정문제 등으로 번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이 그나마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바로 우리나라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북한당국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실인식이 행동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옮겨질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보여지는데, 여러 가지 대내외적 상황과 변수를 고려할 때 아마도 그 적절한 시점이 바로 내년 하반기가 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 우리의 생각이다. 만약 북한이 이마저도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낸다면, ‘강성대국의 문패’를 다는 일도, “지상천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한낱 떠다니는 구름처럼 부질없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그들 스스로 정권의 막(幕)을 내리는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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