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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충격 한 번 더 올 수 있다
2009년 01월 02일 (금) 15:19:43 이종현 기자 jh@

미국이 신용경색의 뿌리를 뽑기 위해 결국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돈을 찍어내서라도 주택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가계와 기업의 자금 경색을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향후 달러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지 않지만 오랜 기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신용경색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일단 환영 무드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지난 10월 저점 영역에서 반등을 재개하고, 940P대까지 하락했던 종합주가지수는 1050P대를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탄력적인 반등이 나타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신용경색 완화 기대감이 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글로벌 기업이익 하향이 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지속성을 이끌어 낼 모멘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의미 있는 상승 흐름을 보이기 위해서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확보되고 기업이익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빠르게 나타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업이익 하향 조정 본격화
글로벌 기업이익은 지난 8월을 정점으로 모멘텀 약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3분기 들어 모멘텀 약화를 넘은 기업이익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경기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다. 선진국 12개월 예상 기업이익 증가율은 2008년 들어 둔화되기 시작해 10월에는 결국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했다. 금융섹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던 기업이익 악화가 제조업 등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에너지, 소재 섹터의 기업이익 모멘텀 둔화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어 향후에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머징 국가 12개월 예상 기업이익 증가율은 9월 이후 급락하며 11월 들어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그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 흐름을 유지해 왔지만, 선진국 경기 침체가 확산되고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기업이익 모멘텀 둔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품가격이 급락하면서 원자재 수출을 통해 모멘텀 강화가 계속됐던 국가들의 기업이익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12개월 예상 기업이익 증가율도 11월 들어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2009년 상반기까지는 기업이익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3분기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기업이익의 부진은 분기별 흐름으로 볼 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기업이익이 예상외로 호조를 보여 기저효과가 높다는 점, 글로벌 경기 침체 및 둔화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되며 수요 감소가 확연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 상품가격 하락에 수요 위축이 동반되며 관련 설비의 축소가 불가피해 매출 구축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순이익 역시 그 폭에 차이는 있지만 내년 2분기까지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분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 기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 계속되고 있어 기업이익 부진이 현재보다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2009년 1분기 중 한 차례 추가 충격 가능성

상반기 기업이익의 극심한 부진으로 하반기 회복을 기대한다 하더라도 2009년 연간 기업이익은 3년 만에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4분기 기업이익 하향 조정이 크게 나타날 경우 2008년 기업이익 역시 당초 예상과는 당시 소폭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2008년과 2009년 기업이익은 각각 8.6, 3.6%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4분기는 물론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향 조정이 작지 않은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년 기업이익 전망치가 현재 상태에서 5% 하향 조정된다고 가정할 때, 2009년 기업이익이 현재 전망치보다 9%가량 하향 조정된다면 감익 영역에 진입한다. 현재 기업이익 전망치가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담고 있고 경기 침체 및 둔화가 경험적, 통상적 수준을 넘고 있어 기업이익 하향 조정 폭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최근 기업이익 하향 조정은 그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다. 기업이익을 훼손시킬 수 있는 잠재적 불안 요인(건설업체 부실, 은행 대손충당금 증가, 원/달러 환율 고공 행진, 글로벌 수요 위축)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향후에서 하향 조정은 좀더 진행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경기와 기업이익이 주식시장 반등 흐름을 제약하는 국면이다. 특히, 4분기 및 2009년 기업실적에 대한 대충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내년 1분기 중 기업이익 부진에 따른 또 한 차례 충격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이유
요즘같이 암울한 경제 상황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문제가 어느 정도 다 드러난 지금에 와서야 전문가들은 먼지 뽀얗게 낀 1930년대의 대공황 서적부터 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그리고 10년 전 IMF자료를 꺼내 앞다퉈 이를 현 상황에 빗대어 보느라 바쁘다. 이들은 대부분 거품시대에 이를 가볍게 여겼거나 정당화하는 논리를 폈었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점은 많다. 역사가 단순 판박이로 돌지는 않기에 과거가 미래를 읽는 참고서일 뿐, 해답이 아니란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우리가 다시 한 번 감탄할 일은 옛날의 모든 투기의 역사는 예외 없이 방만한 통화공급과 신용대출에서 발단되었고 그걸 갖고 훗날 도저히 믿기지 않을 투기를 벌인 후 그 수습과정에서 엄청난 경기침체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더욱 신기한 일은 어렵사리 수습된 경제위기를 야기한 투기가 일정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그 모습을 바꿔 다시 일어난다는 점이다.

위기수습의 본질은 구조조정
과거 각국 자산버블과 금융위기 사례를 보면 거품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으나 지난 수백 년 금융역사상 거품이 터져 위기가 세상에 드러나는 과정까지는 거의 흡사하다. 위기를 막기 위한 돈 풀기 과정이나 위기 벗어나기, 가장 적합한 투기대상 찾기, 거품 만들기. 투기의 대상이 어떤 것이었든 말이다. 다만 차이가 있는 것은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와 경제주체의 대응방식이다. 1930년대 초 대공황과 지금 위기국면이 닮은 점은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위기’라는 점이고 겉으로 다른 점은 중앙은행의 다양한 위기해결 수단과 중국을 포함한 거대 신흥경제권의 역할에 대한 기대다. 당연히 80년 전에 비해서는 금리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정책이 동원되고 국제공조가 이뤄지며 특히 신흥국의 역할분담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수습방식의 본질적인 차이는 돈 풀기와 재정으로 막기에 있지 않다. 진정한 해법의 본질은 공급이 넘치고 부실이 드러난 주체들의 구조조정 여부이다. 구조조정이 효율적이고 재빨리 이뤄진 경우엔 경기의 정상화가 그만큼 빠르고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들었다.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마무리된 것은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이 아니라 90년대 후반 은행의 자발적인 통폐합과 민간중심의 자생적 회복, 그리고 대외경제의 순환적 회복 때문이었다.

내년이 힘든 이유
간단히 살펴보면 금융부실이란 악재가 모습을 드러내 이제야 겨우 전투가 시작되었다. 정부가 가진 무기라 치면 금리인하, 재정정책, 그리고 구조조정 정도다. 전투가 진행될수록 그 피해는 커져 기업의 부도나 실업 등이 발생하고 산업은 피폐해져 이를 메우려는 수단은 고갈될 것이다. 통화팽창의 부작용이나 재정적자 등을 지금 고민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는 않다. 중요한 사실은 위기의 원인이 통화와 신용팽창이었는데 그로 인한 위기를 풀기 위해 또 사정없이 통화를 풀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세계는 다 함께 제로금리를 향해 가고 있으며 다 함께 일단의 유동성 함정에 빠지고, 함께 재정적자를 내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이나 경기상황이 우리를 좀더 괴롭힐 것으로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언급되어온 사실이다. 다음 수순은 말할 것도 없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새 돈을 틀어박는 일이며 동시에 감원, 감산, 감익, 감자 등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돈이 안 돌고 수요가 꺼지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동시에 생존모드로 돌변한다. 비용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고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멀쩡한 기업들까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신용이나 현금능력이 딸린 공급과잉 기미가 있는 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조정의 대상이 된다.

분산 잠복되어 있는 금융부실
금융과 실물의 동반위기가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을 필두로 한 전 세계의 현상이란 점이다. 서로 여유가 없어 아무도 상대를 구해줄 수 없다. 가령 한국의 재정수지나 국제수지, 금융위험이 극도로 더 악화될 때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리고 10년 전 외환위기 때는 한꺼번에 노출된 금융부실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가계와 부동산, 중소기업, 각 산업에 잘게 분산된 잠재부실을 선별해 정리하고 구조조정해야만 한다는 차이가 있다. IMF 때와는 달리 훨씬 복잡한 공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이유
이제부터가 어려움의 시작이라는 말에 싫지만 동의하고 싶다. 지금부터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는 수출 감소로부터 야기되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최소 50조원 이상이 금융투자 손실을 떠안은 가계부문의 소비위축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지금 자산시장만을 놓고 보면 주가나 집값 등의 자산가격은 금융위기를 반영한 1라운드 조정이 어느 정도 끝난 듯하다. 이제부터는 실물악화에 따라 진행되는 고단한 2라운드 조정작업이다.

그래도 자산가격 면에서 맞아야 할 매의 절반 정도를 얼떨결에 이미 맞은 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일이 터질지 대략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개월간은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발생했다.
어려움 속에서 그래도 굳이 희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이미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들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결국에 부실기업을 솎아내 반드시 구조조정 과정을 겪게 만들고 그 결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밖으로는 아직 세계경제의 15%에 불과하고 선진국의 소비위축으로 더 크게 헤맬 가능성이 큰 신흥국 경제권이지만 향후 이 쪽 지역(특히 중국)에서 나올 경기펌프질과 세계경기에 대한 구난조치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기를 원하는 고난의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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