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볼 때, 읽어나가듯 찬찬히 마주할 때의 감동을 느낀다면, 글씨는 읽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마음자리를 따라가듯 보아야 한다. 그러나 서체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천리의 먼 길을 다녀보고, 만 권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가슴 속에 문자향과 서권기를 품고 있지 않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말이다.

▲ 김 화백은 “작품 활동에 있어 ‘사랑과 평화로운 마음’을 늘 생각하고 작품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제적인 예술 교류를 통해 시각을 넓혀가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체가 그림으로 덧입혀졌을 때, 기적처럼 찬찬히 요모조모 살피게 된다. 그 순간,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얄팍한 껍질을 벗고 그 작품들을 통해 오히려 한 점, 한 획에 집중했을 작가의 마음결을 따라가게 된다. 그러는 동안 언뜻 언뜻 빨랐다가 느려지고 강했다가 약해지는 변화를 여러 인상으로 느끼며 자유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

동양적이고 신비스러운 먹선에 모두가 매료
한자는 기본적으로 상형문자이고 추상문자다. 이는 곧 글자 자체가 그림이기도 하다는 뜻인데 이러한 한자의 의미나 조형미를 넘어서 뜻, 색깔, 문자를 하나의 그림과 글씨로 표현하여 예술로 승화시킨 인물이 바로 지호 김정택 화백이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문자추상화 변화에서 재료변화에서 까지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의회도서관에 들어간 작품들을 보면 오동나무에 금가루, 뜰기름, 아크릴 칼라, 인두화에서 까지 다양한 재료와 방식뿐만 아니라 보통 문자를 조각할때는 조각도를 사용하여 서각하는데 그는 다른 사람이 흉내내지 못하기 위해 전각도를 사용하여 힘들게 작업을 하고있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고품스럽고도 현대적이다. 송강 김보현 선생에게서 서예를 사사한 그는 1991년 일본국제미전에서 특별상을 받음으로써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한자권인 중국과 일본, 인도와 몽골 등의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멕시코, 독일 등에서 수십 차례에 걸친 초대전을 열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종로구 SK허브아트센터에서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회도서관 아시아관 초대전에 앞서 ‘제8회 김정택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전시된 작품 중 ‘태양을 삼키다-태몽’ ‘삼천리금수강산-한국지도’ 두 점이 미국 국회도서관에 영구 보존된다.

 (사)북방권교류협의회 국제교류예술위원장, 중국 태안시 초정 한중서법미술전 심사위원, 용산국제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 이사장을 맡으며 민간사절단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김정택 화백은 국내외 수상경력 역시 화려하다. 2008년 북경올림픽 국제미술대전 공훈장, 국제금장 러시아 브리아티아공화국 문화상수상, 중국 서안 국제서화교류전 둘출공헌상, 일본 마스터즈 대 동경전 예술신문사상, 중국 사천미술협회 국제미술상, 프랑스 문화센터 조형미술상, 일본 국제공모 신원전 아카데미상, 금상, 은상, 특선, 수작상 등을 수상했으며 <문자추상화의 세계>를 출간하기도 했다. 수년 전 독일에서 열린 한 미술전시회에서 문자·뜻·색채가 융합된 ‘이상한’ 그림 몇 점에 유럽 미술애호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매우 동양적이고 신비스러운 먹선에 모두가 매료됐다. 바로 김정택 화백의 문자추상화였다. ‘도장쟁이’에서 화백의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화백 김정택씨가 철학과 신앙적 사유를 농축해 구축한 문자추상화가 세계 화단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택 화백은 <문자추상화의 세계>를 통해 지난 37년간 혼을 쏟으며 연구한 추상문자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이에 <문자추상화의 세계>는 추상문자의 역사, 세계 각국을 돌며 수집한 고대 추상문자, 문자추상화의 예술세계, 인장 변천사, 전각 기법 등이 망라된 문자추상화에 대한 최초의 학문적 연구로 평가된다.

작품 통해 진정한 내면의 세계가 밖으로 표출
한편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 이사장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김정택 화백은 외국 작가들과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이라고 강조한다. 어렵게 작가들을 초청했는데 후원이나 작품 판매가 되지 않으면 이후 행사들이 원활하게 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는 부지런히 초청 작가에 대해 알리고 작품 판매를 위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또한 많은 행사 가운데 작품분실, 불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 모든 일을 모두 김정택 화백이 나서서 처리한다. 때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 15년 동안 많은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노하우가 쌓이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이사장으로서 더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 김 화백은 “국제전 같은 큰 행사를 진행할 때에는 초청 작가가 속한 나라의 문화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 문화에 따라 행동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또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작품의 근본을 살리기 위한 연구도 거듭하고 있다. “예술의 진정성은 작품을 통해 진정한 내면의 세계가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김정택 화백.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 사상,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적 기법을 가미해 작품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김 화백은 “나만의 경험과 열정을 작품에 쏟아 넣고 결국은 내 자신을 비워야만 진정한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다. 작품 활동에 있어 ‘사랑과 평화로운 마음’을 늘 생각하고 작품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제적인 예술 교류를 통해 시각을 넓혀가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