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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원칙에 충실하자
2021년 06월 05일 (토) 01:28:30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한 시기라도 불안하지 않을 때가 없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변화가 많은 시기들을 지난다. 사실 성장이 이루어지는 속도는 언제나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비유적으로 화단에 꽃을 가꾸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꾸준한 성장과정 가운데서도 몇몇 과정은 마치 변화가 한 순간에 비약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보일 수가 있다. 흙 속에 심은 씨앗이 발아하여 흙 거죽을 뚫고 새싹을 내미는 시기, 떡잎에서 본 줄기와 잎이 돋아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기, 잎과 줄기 사이에 맺힌 봉오리가 벌어지며 꽃잎이 활짝 펼쳐지는 시기, 꽃잎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서 씨방이 영글어 과실이 드러나는 시기 등을 들 수 있다. 보통은 아침과 저녁,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는 밤과 아침의 모습이 다르고 오전과 오후의 모습이 다르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변하면서도 어느 시기에 이르러서는 변화의 속도가 아주 급격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의 성장과 변화 과정도 그러해서, 어느 적에는 몇 년을 두고 지켜봐도 별로 변화가 느껴지지 않던 아이가 어느 순간에는 하루하루 다를 정도로 급격히 모습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게 된다. 어려서 철이 드는 성징의 변화시기가 그렇고 사춘기가 그렇다. 외모가 변하고 목소리가 변하고 행동과 심리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 변화의 속도나 폭이 격렬하여 단 몇 주나 며칠 사이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만큼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라는 것은 사실 우리 인간에게 익숙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인간에게나 똑같이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패러다임으로 우리가 사는 우주자연과 시대의 양상을 한 번 이해해보자. 우주자연의 변화는 수만 년 수백만 년에 걸쳐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그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르게 일어나게 된다. 과거 백년 사이에 경험한 변화가 단 10년 사이에 벌어지기도 하고, 어떤 변화는 과거로 치면 천년 사이에 이루어진 변화에 맞먹을 만큼 급격하기도 하다. 1천 년 전에 보습과 쟁기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1백 년 전의 시대로 내려와도 비슷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요순시대에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던 사람들의 방식은 20세기 초반까지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졌다. 쇠로 만든 도르레와 곡괭이를 이용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칼과 활을 이용하여 싸우던 삼국시대의 전쟁 방식도 최소한 화약이 등장하던 무렵까지는 별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단 1백 년 전 사람들이 21세기인 지금의 시대로 와서 본다면, 농사법이나 전쟁무기 같은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1백 년 전 우물을 파고 물길을 놓던 사람들은 땅을 파지 않고 관정을 뚫는 방식이라든가 눈에 보이는 수로가 없이도 집집마다 물이 공급되고 하수가 처리되는 방식을 보고 자기 눈을 의심하게 되지 않을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곧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같다. 과거의 천년이 지금은 10년 사이에 흘러가고, 과거의 백년이 지금은 1~2년 사이에 흘러가기라도 하듯 모든 것은 아주 빠르게 변화한다. 한 인간이 사춘기를 지나고 중년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순간처럼 이 변화는 격렬하다.
이런 변화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곧 닥칠 내일, 변화가 이루어진 이후의 일을 예측하여 대비하는 것은 인간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지상의 어떤 동물이나 식물도 예측과 대비의 지혜는 갖지 못했다.
2020년대 세계의 급격한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특히 가시화되었다. 찬란하게 영화를 누렸던 20세기말~21세기 초까지의 인류문명이 다시 같은 모습으로 재현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10여 년 전까지 인류는 교통 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거대한 집단화의 향연을 누렸으나, 이제는 다시 개별화의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수천~수만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스포츠나 축제행사들을 갖는다거나 수억 명의 세계인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동시에 같은 경기를 보며 열광하거나 같은 연설을 들으며 공감하는 일 같은 것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여러 측면들을 접어두고, 이같이 급변하는 시대 가운데서 개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답부터 말하자면, 변화가 급격한 때일수록 ‘원칙’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의(仁義)는 사라지고 이해득실의 기준만이 중요해진 시대 같으나 실은 인의가 중요하고, 가족이나 종족의 안위는 세계화의 조류 가운데 무의미해진 것 같으나 실은 개인의 토대로서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시대가 아무리 혼란해지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해도, 개인이나 사회나 건전한 몸과 정신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 중요한 것이 흔들리기 때문에 사회가 혼란하고 세상이 어지러워진 것이다. 주역이나 고대 성인들의 표현을 빌면,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정(中正)의 정신이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정으로 돌아올 수 있는 복원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섭생과 운동을 게을리 하지 말고 몸과 정신의 건강을 잘 지켜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NM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원장,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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