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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경을 세계적인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과제
2021년 05월 07일 (금) 23:01:15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전통이 미래’라는 화두처럼 전통문화는 현재를 넘어서 미래를 위한 문화자원이며, 소프트파워를 견인하는 동력이자 콘텐츠산업과 관광산업의 발전,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자국 문화의 세계화에 관심을 쏟는 많은 국가가 전통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황태일 기자 hti@

다길(多吉) 김경호 사경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김경호 사경장은 지난해 정부가 사경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신규지정하면서 선정된 사경장 보유자 1호다. 17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사경예술은 고려시대에는 중국에 그 제작 기술을 수출했을 정도로 최고의 예술성을 구가했던 분야다. 하지만 오늘날 사찰에서는 특정일을 맞아 사경기도를 하거나 불상의 복장이나 탑에 봉안하기 위한 사경법회가 급증하면서도 사경수행법 체계의 미비로 여법하지 않은 주먹구구식의 사경법이 횡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경호 사경장은 고려 이후 억불정책을 펼쳤던 조선을 거치며 700년 가까이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고려 전통 사경의 원형 복원에 매달려왔다.

고려 전통사경을 전통예술의 한 분야로 정립시키다
40여 년이 넘는 긴 세월을 오로지 고려사경의 전통복원을 위해 매진해온 김경호 사경장은 선대의 유산들을 살피고 연구하는 것은 물론, 재료 하나하나 혼자 힘으로 복원해냈다. 아울러 지난 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설립, 전통사경의 복원과 함께 국내외에 전통사경을 알리며 전통예술의 한 분야로 정립시키는데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김경호 원장은 오랜 기간 문헌과 유물을 통해 사경의 재료, 형식, 내용을 연구하고 이를 기술로 승화시켰다. 전통 사경체를 능숙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변상도 등 그림의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 사경의 원형 복원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금과 은을 재료로 쓰는 사경은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작품을 시작하면 완성 때까지 경제활동을 모두 접은 채 몇 달을 제작에만 집중해야 했기 때문. 김경호 사경장은 “사경을 하며 극복해야 했던 가장 큰 역경은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 김경호

사경을 복원하고 작업하는 것은 노력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지만, 반려자에게 온전하게 집안 살림을 맡기는 것은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크다”면서 “2016년에 회고전을 했는데, 그때 나이가 54세였다. 그 나이에 회고전이라는 이름으로 한 전시회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전시회가 성공하지 못하면 전업해서 꽃집 아르바이트라도 할 생각이었다. 불보살님의 가피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작품에 대한 호응도도 좋았다.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이 길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힘든 여정을 걸어온 끝에 그의 노력도 세상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97년 조계종이 개최한 제1회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전통사경을 복원한 작품들을 선보인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시회를 열며 한국 전통문화로서의 사경의 우수성을 알렸다. 아울러 <한국의 사경> 등의 저서를 출간하고, 이론체계를 정립하고 불교TV에서 방송 강의를 하는 등 교육부터 실기, 연구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경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중들의 이해를 돕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러한 김 사경장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오늘날 해외에서도 사경을 한국 고유한 전통문화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지난해 정부는 사경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데 이어, 김경호 사경장을 첫 번째 사경장 보유자로 지정했다.

한국 전통사경의 계승 및 발전 위해 전수교육생 모집
글씨와 그림에서 뛰어난 예술성으로 사경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리며 ‘한국 현대 사경예술의 살아 있는 역사’로 평가받고 있는 김경호 사경장. 그는 지난해 화엄사에 700년 만에 문을 연 전통사경원 원장에 위촉됐다. 이에 김 사경장은 화엄사 전통사경원에서 매년 수백 명의 교육생을 길러내 고려시대 못지않은 사경의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전통사경원에서 사용할 512페이지 분량의 교재 ‘화장(華藏)’을 출간하고, 수업에 사용할 화엄사 체본을 정리하면서 ‘법화경’ 사경에 매진하는 한편, 한국 전통사경을 계승, 발전시키고 세계화하겠다는 신념과 열정을 가진 전수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전통사경의 발전과 전승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쉼 없이 진행 중인 김경호 사경장은 “중국과 미국에서 한국사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불사에 동참해 달라든지 강의를 부탁한 곳들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당장은 힘들지만 한국의 전통사경을 세계에 알리는 차원에서 힘이 닿는 대로 수용할 생각”이라면서 “할 수 있다면 기독교 경전이나 코란 장식사본과 우리의 사경을 비교하는 전시회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고려사경을 세계적인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다”고 피력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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