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은 공학과는 달리 승자를 만드는 학문이 아니다. 독립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창의적인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학문이다. 전자ㆍ조선ㆍ자동차와 같은 공학 분야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1등을 추격하는 방식이 기초과학에도 그대로 적용될 거라는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 강창원 카이스트 석좌교수

한국 기초과학의 미래가 위태롭다. 유럽 강소국 스위스처럼 세계를 선도하는 독자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처럼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신흥국에 언제 따라 잡힐지 모른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시작된 혁신적 연구를 하려는 연구자들이 독립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과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 구현할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한 때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에 생명표준전공 개설
현재 시각이 몇 시인지, 내 키가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표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표준시계, 표준길이 등이 있다. 그런데 생물체를 구성하는 세포, 단백질 등을 측정하는 표준은 별로 없다. 이러한 생명표준을 확립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및 공동연구 프로그램이 국내 카이스트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협력으로 최근 발족하였다. 강창원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석좌교수는 “생물산업이 발전하면서 그에 필요한 물질과 공정의 표준을 요구하는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음식물과 약물의 생산에 품질관리가 필요하고, 치료법이나 한약에 표준화가 필요하다. 음식산업에서도 이제는 맛과 위생상태가 일관되도록 품질관리의 표준화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 생명공학 연구에서 세포와 생체물질을 측정 분석함에 있어서도 과거보다 더 높은 정밀도와 정확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반해 생물분야 품질관리나 표준화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러한 산업적 학문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생명과학 분야 측정표준을 전문으로 하는 ‘생명표준전공’ 박사학위과정을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에 개설하고 표준연과 공동운영하기 시작하여 금년에 첫 입학생을 전원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의 강창원(전공책임), 조경옥, 강석조, 송지준 교수 등이 표준연과의 공동연구와 교육에 참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 이공계 종합교육기관인 카이스트 생명과학과는 첨단 생물과학 분야의 종합적인 연구체제와 학사 및 대학원의 교육체제 구비를 통해 기초 생명과학과 응용 생명공학의 연구와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위해 기초생명과학과 응용생명공학의 창의적 연구능력을 갖추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생명과학자 및 생명공학자를 양성하며 미래 지향적인 사고와 전인적 인격 함양을 교육 이념으로 삼고 있다.

▲ 카이스트 생명과학과는 응용 생명공학의 연구와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생명과학과의 연구는 기초와 응용의 조화를 통한 첨단 융합기술 R&D에 주력하고 있다. 기초 연구로서 유전체 및 단백체 기능 연구, 크로마틴 생물학, 단백질 삼차원 구조 및 기능 규명, 암 전이 기작, 면역학, 식물학, 줄기세포 및 신경발생 연구, 학습, 기억, 생체리듬을 조절에 관한 시냅스 및 신경의 기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응용연구로서 새로운 생물체 디자인, 신종의약품, 식품, 생리활성 물질의 개발, 항생제와 생물고분자 등과 같은 정밀화학제품의 효율적 생산을 위한 발효 및 효소의 공정개발, 세포배양공학, 환경생물공학, 그리고 화학물질의 안전성평가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표준연에 세포역동성 학연공동연구센터 설립
생명표준의 정립에 관한 첨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표준연에 세포역동성 학연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이진환(센터장), 양인철, 이지연, 배영경 책임연구원 등이 주관하면서 카이스트 생명표준전공의 교수들과 박사과정 학생들이 참여하여 표준과학 전문가와 생명과학 전문가 사이의 집단적인 융합 공동연구가 본격 시작하였다.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와 창업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선도하고자 추진하는 카이스트의 RED&B (Research Education Development & Business) 사업에 2014년 첫 해 카이스트 강창원 석좌교수가 표준연의 이진환 책임연구원과 함께 수행한 공동연구과제가 발판이 되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학연공동연구센터사업에 카이스트의 생명표준전공과 표준연의 세포역동성센터의 협력사업이 최근 선정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강창원 석좌교수는 “대부분의 공동연구가 각자의 연구를 합치는 것에 그치는 반면에, 우리는 두 기관이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에 자주 모여 함께 협의하면서 서로의 전공을 최대한 융합할 뿐만 아니라 참여 대학원생들이 두 기관의 기기장비들을 아주 편하게 활용하고 있어서 공동연구의 장점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면서 “생명표준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태동기에 있어서 우리가 학문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