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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서 평론] 현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 이선희를 다시 듣다
2015년 03월 05일 (목) 09:43:32 뉴스메이커 webmaster@newsmaker.or.kr

 ‘8090 열풍’과 함께‘이선희 다시듣기 붐’-데뷔 30년, 이선희의 데뷔 당시 음반을 다시 듣다

새삼 ‘8090 열풍’과 더불어 ‘이선희 다시 듣기’ 붐이다.
다시금 가요계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8090노래들, 단순한 기억 속의 노래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올드팬들에게 추억이라는 또 다른 울림을 채워주고 있다.
데뷔 30년, 그러나 지금까지도 여전히 ‘소녀’같은 모습에 맑고 투명한 음색,
그리고 한층 깊어진 감성... 이선희는 갈수록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불가사의한 매력의 소유자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추세인 리마스터링(Remastering) 음반 발매 러시에 맞춰 이선희 데뷔 당시 음반 1,2,3집 역시 모두 리마스터링, 재출반되었다.
이 음반들이 발표된 1980년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도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 남녀가수 최고 스타 조용필과 이선희 등에 의해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판도가 ‘팝의 시대’에서 ‘가요의 시대’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 그것.
최근 한 조사에서 40~50대 중장년을 위한 ‘토토가(MBC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만든다면 가장 보고 싶은 가수 Top3로 조용필, 이문세, 이선희가 각각 선정되었다.
그렇듯 이들의 그 무엇이 올드팬들을 지금까지도 열광케 하는 것일까.
데뷔 당시 이선희 음반들을 찾아, 다시 들어본다.

글 l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이선희 1집 데뷔 30주년의 이선희, 첫 독집음반 아! 옛날이여
데뷔 30주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소녀’같은 모습에 맑고 투명한 음색, 그리고 한층 깊어진 감성... 이선희는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불가사의한 매력의 소유자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디바’, 최근 음반계에 불어닥친 리마스터링(Remastering) 열풍의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이선희의 데뷔 당시 음반 세 장이 모두 재출반되었다.
언론에 근황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던 지난 2009년, ‘불우이웃돕기공연’이 펼쳐지던 여의도 KBS홀. 예고 없이 무대에 이선희가 깜짝 등장했다. 미국에서 막 돌아와 처음 서는 무대라고 했고 비공식적으로 선 무대인만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때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다고도 했다. 이 무대에서 그녀가 부른 노래는 ‘아! 옛날이여’였다. 짤막한 멘트도 곁들였다.
“제가 처음 데뷔해 이 노래를 부를 때 넥타이부대 아저씨 팬들이 한마디씩 했지요. 조그만 게 벌써부터 ‘옛날이여’를 찾느냐고... 그 말뜻을, 그리고 이 노래의 진정한 의미를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노래입니다.”라고.

지금까지도 7080세대들에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MBC-FM 주최 ‘강변가요제’가 거론될 때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름이 이선희다. ‘강변가요제’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그리고 그가 부른 ‘J에게’는 최고의 명곡으로 꼽힌다.
   
▲ 제5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대상을 수상한 혼성듀엣 ‘사막오장’의 이선희, 임성균. 1984년

1984년, 강변가요제 무대에 처음 섰던 이선희의 모습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혼성듀엣인 만큼 치마를 입는 게 좋겠다는 방송사 측 권유에 따라 즉석에서 빌려 입은 통 큰 남색치마 차림의 선머슴아 같은 펑크머리의 어줍잖은 모습... 그러나 그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파워풀한 가창력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대상을 거머쥔 ‘J에게’는 다음날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했고 이 노래를 부른 주인공에겐 각종 매스컴의 플래시 세례가 집중됐다.
그러나 정작 주목을 받은 건 혼성듀엣 ‘4막5장’이 아니라 이선희였다. ‘특별히 주목을 받을만한 외모가 아니라서 더욱 주목을 받은’ 이 때 묻지 않은 수수한 모습은 오히려 누구에게나 친근함을 주었고 젊은이들은 너도 나도 ‘J’이길 자청했을 만큼 ‘J에게 열풍’은 대단했다.
‘J에게’ 보다 더 폭발적인 가창력을 생생히 보여준 노래가 바로 이선희의 첫 독집음반 타이틀 곡 ‘아! 옛날이여’다. 지금은 지나간 날을 회고하는 대명사 격인 단어로 자리매김 된 ‘아, 옛날이여’는 발표되자마자 KBS ‘가요 톱10 골든 컵(5주 연속 1위)’을 차지했고 수록곡 중 ‘갈등’, ‘소녀의 기도’,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등 무려 일곱 곡이 차트에 동시 진입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트레이드마크인 동그란 안경과 커트 머리가 여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되었을 만큼 ‘이선희 신드롬'은 거셌다.
   
 

지금은 여성적으로 스타일이 바뀌었지만 데뷔 당시엔 중성적인 보이시한 매력과 가창력으로, 여가수로써는 드물게 하이틴 잡지와 음반에 실물 사이즈 브로마이드를 넣어 제작될 정도로 사랑 받는 ‘책받침 스타’이자 ‘언니부대’의 원조였다.
당시 한 잡지와의 ‘100문100답’에서 털어놓은 ‘J에게’ 탄생 배경도 화제가 되었다. 작곡가 이세건의 악보 ‘J에게’가 한 작곡가 사무실에서 휴지통에 버려지는 것을 보고 그 속에서 건져냈다는 일화가 그것. 결과적으로 ‘버려진 노래’를 찾아내 ‘보물’로 만든 셈이다.
‘아! 옛날이여’ 역시 다른 가수에 의해 먼저 발표되었으나 묻혀 있던 노래였다. 가수 진필에 의해 1년 여 전인 83년 5월에 발표될 당시 노래 제목은 ‘그때와 지금(박건호 작사, 송주호 작곡)’. 이 노래 또한 이선희에게로 와서 비로소 빛을 본 노래다. 이러한 일화는 단지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다소 운명적이라고 여겨진다. 비로소 노래가 주인을 만난 것, 이라고 해석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경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최고의 디바’라는 찬사를 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선희의 빛나는 역작, 이 첫 독집음반이 취입 당시 원음 그대로 리마스터링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보석 이상의 소중한 가치를 지닌 원석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 부르기 위해 그때 취입해놓은 듯한 이 음반은 그 때문에 더욱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이선희 2집 이선의의 재발견, 10대들의 스타에서 만인의 연인으로 발돋움 하다
   
 
‘이선희 2집’은 무한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현재의 이선희에 가장 가까운 아바타(avatar)다. 현재의 이선희 노래엔 친숙하지만 초창기 노래가 다소 생소한 지금 세대들, 즉 홍당무(이선희 팬클럽)들에게는 ‘데자뷰(deja vu)’가 강하게 느껴질 법하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에서도 ‘절대음감(絶對音感)의 소유자’라는 평가와 함께 싱어송라이터로써의 첫 걸음을 내디딘 음반이기 때문이다.
1984년, 데뷔 첫 해 MBC 10대가수상, 신인상, 최고 인기가요상을 휩쓸며 3관왕에 오른 이선희, 이에 전속사 지구는 ‘10대들만의 스타’에서 ‘전 국민적 사랑을 받는 가수’로 만들기 위해 송주호 작곡의 노래들로만 채워진 ‘1집’에서 궤도를 선회, 당시 히트메이커 작가들을 대거 참여시키며 두 번째 음반 제작에 들어간다.
‘갈바람(정은이 작사, 남국인 작곡)’, ‘괜찮아(박건호, 이범희)’, ‘가난한 연인을 위하여(이경미, 이현섭)’, ‘서울의 밤(하지영, 이호준)’,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추세호, 정경천)’ 등을 비롯해 이선희 본인 작곡의 ‘바람 속에서’까지.
“데뷔한지 5개월 만에 10대가수상을 수상할 만큼 대형가수로써의 역량이 충분했죠. 음감도 매우 좋았고. 해서 ‘강변가요제 1등’보다 ‘가요계 전체 1등’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히트메이커들을 동원, 다양한 장르로 폭을 넓혔죠. 또한 본인이 직접 만든 곡은 물론 본인이 부르고 싶다며 가져온 ‘후회’까지 다양하게 수록했어요.” 음반 A&R(Artist & Repertoire)을 맡은 임석호, 당시 문예부장의 말이다. 이렇듯 폭 넓은 장르를 시도한 ‘이선희 재탄생 프로젝트’는 곧 이어지는 3집 수록곡 ‘알고 싶어요(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등에서 절정에 이른다.
지난 2012년, 이선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음악적 관심과 취향이 계속 변해왔죠. 어렸을 땐 음악의 바다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미처 몰랐어요. 하지만 데뷔 이후 내가 가진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고집이 좀 세지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줄도 알아요. 다른 사람들이 이 음악 좋다, 네 것으로 만들어봐라... 그렇게 권하면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어요.”
작곡가라면 누구나 곡을 주고 싶어 하던 이 신데렐라에 대해 ‘2집’ 참여 작가들은 이렇게 평가한다.
“소리에 있어서 매우 원칙적인 가수예요. 기본적인 발성, 정확한 박자는 물론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소리 자체를 견고하게 내는, 깨끗한 목소리를 지닌 가수죠. 그러한 소녀적 감성을 살리고 싶어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 가사를 썼죠.” -작곡가 추세호.
“가사와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뛰어난 가수예요. 노랫말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작사가 이경미.
“음색 자체에 풍부한 감성이 들어있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죠. 중-저-고음, 어느 음역대에서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 그러한 장점들을 살려주고 싶어 ‘가난한 연인을 위하여’와 ‘소망’을 만들었죠.” -작곡가 이현섭.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85년 11월 발매된 이 레코드 재킷과 속지에 들어있는 브로마이드 역시 당시 화제가 되었다. 속칭 ‘아줌마 파마’라는, 일명 ‘폭포파마 스타일’로 강변가요제에 첫 모습을 드러낸 이선희가 어느덧 10대 소녀들에게 ‘이선희 따라하기 붐’이 일게 만들었던, ‘잠자리안경에 커트머리 캐릭터’를 한껏 뽐낸 음반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용범이 당시 패션과 낭만의 메카였던 이대입구를 돌며 촬영한 것이다.
순수함, 그 이상이 노래에 담겨 아직도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선희만의 아날로그적 감성, 그 깊은 울림이 팬들에게 어떤 감동으로 다가갈지 자못 궁금하다.

이선희 3집, 최고의 Artist들이 모여 만든 이선희의 역작, 그 아름다운 연가
   
 
새삼 ‘8090 열풍’과 더불어 ‘이선희 다시 듣기’ 붐이다. 귀 기울일수록 맑고 투명한 음색에 담겨있는 감성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금 가요계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8090노래들, 단순한 기억 속의 노래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이들에게 추억으로 자리하며 80년대와 90년대를 또 다른 울림으로 채워주고 있다.
이 음반이 첫 발매되던 1986년 11월, 대중음악계도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 남녀가수 최고 스타 조용필과 이선희 등에 의해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판도가 ‘팝의 시대’에서 ‘가요의 시대’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 그것.
‘이선희 붐’을 일으킨 이 음반은 당시 최고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 역작이다. 그 라인업을 보면, ‘A&R (Artist & Repertoire)_임석호 / Violin_김동석 김정상 이광일 정명자 김유성 신유미 / Cello_권수미 배근옥 / Guitar_이유신 김광석 / Keyboard & Synthesizer_김용년 김정택 / Bass_이수용 / Drums_배수연 / 지휘_오치수 / Recording & Mixing_이태경 장인석 / Cutting_장정관 / Photo_허종태 / Design_황철중’.
‘10대들의 스타’에서 ‘만인의 연인’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2집에 이어 3집 역시 당시 히트 메이커들이 대거 음반에 참여했다. 작곡가 김희갑, 남국인, 이범희, 최종혁을 비롯해 록 스타일의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던 김홍탁, 윤희중은 물론 대학가요제 출신 대학생 작곡가까지, 이를테면 프로에서 아마추어까지의 다양한 음악 장르가 공존하는 음반인 것이다.
‘영’, ‘눈물’과 더불어 이선희 3집에서 가장 주목받은 곡은 역시 ‘알고 싶어요’다. 지금까지도 가장 이선희다운 면모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노래이기도 하다.

명콤비 ‘양인자 김희갑 커플’이 노랫말과 멜로디로 주고받은 세기의 러브레터,‘알고 싶어요’
   
 
앞서 발표했던 ‘J에게’와 ‘아! 옛날이여’가 그러했듯 ‘알고 싶어요’ 역시 이선희에게로 와서 다시 새롭게 태어난 노래다. 이 노래는 이보다 먼저 1978년, ‘가을나무 사이로(김희갑 작사, 작곡, 김일우 노래)’라는 제목으로 이미 발표된 노래다. 제목과 노랫말을 바꿔 ‘알고 싶어요’로 재탄생시킨 작사가 양인자씨에게 당시 일화를 들어보았다.
“1985년, 일 때문에 김희갑 선생님 댁엘 가게 됐어요. 그날 음악을 하나 들려주셨는데 ‘가을나무 사이로’라는 노래였지요. 멜로디가 예뻐서 쓸쓸한 가사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럼 가사를 새로 써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가사를 쓰려고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는데 마침 라디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Are You Lonesome Tonight’이 흘러나왔어요. 유심히 들어보니 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 형식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질문으로만 된 노랫말을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만든 노래예요.”
그러나 한동안 ‘알고 싶어요’ 가사는 김희갑 선생 서랍 속에서 그냥 잠자고 있었다. “괜히 혼자 부끄러웠대요. 참 별일이죠? 그런지도 모르고 난 왜 취입 안하느냐고 계속 물었는데 그때마다 ‘해야죠...’ 하시면서 얼버무리더군요.”
노랫말을 노랫말 이상으로 생각해서였을까, 당시 상황을 김희갑 선생에게 직접 물어 보았다.
“가사를 받아 보니 솔직한 감정 그대로를 직설적 화법으로 표현했더군요. 왠지 모르게 순간 당황스러웠어요. 뭐라고 한마디 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어색한 기분도 들고... 그래서 황급히 서랍 속에 쳐 박아뒀지요. 그러던 중 이선희 새 음반에 들어갈 노래를 부탁 받아 양인자씨에게 노래를 만들자고 했더니 ‘알고 싶어요’야말로 이선희에게 딱, 인데 무슨 일을 또 하느냐... 하더군요. 해서 마지못해 들고나갔던 악보였어요. 처음엔 음반 뒷면에, 그것도 세 번째로 끼워 넣었는데 모두들 이 노래가 좋다는 거예요. 거참...”
노랫말이 노래의 이성이라면 멜로디는 노래의 감성이다. 그 감성과 이성에 이선희의 풋풋하고 구김살 없는 감정이 더 해져 이 노래는 발표 직후인 1987년 당시 KBS ‘가요 톱10’ 5주 연속 1위를 하며 골든 컵을 차지했고 ‘영’, ‘어둠은 걷히고’, ‘청아한 사랑’ 등과 더불어 이선희에게 1987년 골든 디스크상을 안겨주었다.
순식간에 ‘만인의 연가’로 자리한 이 노래는 이후 잉꼬부부이자 명콤비, ‘김희갑-양인자 커플’의 결혼식 축가로도 불리어졌다. 신랑 측 축가는 블루벨즈의 ‘내 인생 후회는 없지만’, 그리고 신부 측 축가가 바로 이 노래 ‘알고 싶어요’였다. 축가는 이선희가 직접 불렀다.
“이선희를 염두에 둔 노랫말과 멜로디... 이선희는 내가 바라던 내 모습의 완성이었어요. 노래가 좋은 만큼 생각도 반듯하고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은 가수죠.” 양인자씨의 이선희에 대한 평가가 그렇듯 결론적으로 이 노래는 노랫말과 멜로디로 주고받은 ‘세기의 러브레터’이자 둘의 결혼식장에서 축가로 불리어진 ‘사랑의 세레나데’가 된 셈이다. 그런가 하면 뒷면 타이틀곡 ‘늦었어요’는 양인자씨가 집필한 라디오 드라마 ‘아침안개’의 주제가다.
파워풀한 록 스타일 창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노래 ‘이제는 떠나야지’와 ‘어둠은 거치고’ 역시 이선희의 또 다른 매력이 한껏 돋보이는 곡이다.
“가창력과 필, 그리고 색깔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가수죠. 특히 이선희의 파워풀한 가창력을 살리기 위해 소울가수 알리사 프랭클린의 노래를 집중해서 들었어요. 물론 이선희는 당시에도 훌륭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가수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납니다.” -‘이제는 떠나야지’의 작곡가 김홍탁(He5, He6의 리더)씨의 말이다.
또한 ‘그 표정의 의미’와 ‘이별은 정말로 어려워요’는 1980년도 대학가요제에 ‘푸닥거리’로 참가한 ‘집시들’의 멤버 양시춘이 만든 곡이다. 그렇듯 이 음반을 통해 당시 최고 히트 메이커들과 순수 대학생 작곡가들이 함께 참여, 이선희의 숨겨진 매력을 다양하게 표출시키고 있다.
최고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 음반이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원음 그대로 소리들이 되살아난 것도 의미가 크다. 마치 돋보기로 보듯 소리가, 그리고 노래하는 현장이 세월의 두께를 젖히고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고스란히 재현한, 30년 전의 이 노래들은 엄마와 딸 세대를 가르는 경계선이 아니라 함께 들어도 좋을 노래로 거듭날 것이다.
데뷔 30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소녀’같은 모습에 맑고 투명한 음색, 그리고 한층 깊어진 감성...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불가사의한 매력의 소유자, 이선희.
‘추억은 전부를 기억할 수 있지만 기억은 전부 추억해낼 수 없다...’던가. 그러나 오랜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깊은 울림, 생생한 현장 음을 통해 단지 기억되는 노래가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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