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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증오의 싹을 몸 안에 기르지 말라
2021년 04월 05일 (월) 16:22:05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전에 내가 벼농사를 하면서 쟁기질을 대충 하니 벼이삭도 보답을 대충대충 하고, 김매기도 소홀히 하니, 벼이삭 또한 소홀히 돌아왔습니다. 이듬해에는 방침을 바꾸어 논을 깊게 갈고 써레질을 잘해주었더니 벼가 잘 자라 많은 이삭을 맺어, 일 년 내내 실컷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장자(莊子)>에 전해오는 일화인데, 옛날 장오(長梧)라는 고을의 지주(封人)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치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군주가 정치를 할 때에도 대충 멋대로 해서는 안 되고, 백성을 돌보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장자(莊子)가 얘기를 전해 듣고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몸을 다스리고 마음을 씀에 있어서 대부분 이 사람이 말한 것과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본성을 떠나 타고난 성정을 없애고, 그의 신명을 잃고서 여러 세상일에 종사한다(遁其天 離其性 滅其情 亡其神 以衆爲). 자기 본성을 거칠게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욕망과 증오의 싹이 자라 본성을 대신하게 된다. 이것은 삼베나 갈대 같은 잡목/잡초들이 건물에 뿌리내리고 자라나는 것과 같다. 처음에 싹 터 자라기 시작할 때는 건물을 지탱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결국 위로는 균열을 만들고 아래로는 뿌리가 뚫고 나와 건물을 망가뜨리는 것처럼 우리 몸도 본성이 변함으로써 망가지게 된다. 인체의 종기와 부스럼, 열병, 당뇨병 등이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장자> 칙양편).”

장자보다 한 세대(30년)쯤 나이가 많았던 신비로운 은둔자 귀곡자(鬼谷子)는 ‘맹아희하’라는 말을 가르쳤다. 맹아희하는 ‘작고 비좁은 틈새에서 자라는 싹(맹아)’이라는 뜻으로, 역시 작게 시작한 싹을 방치해두면 장차 크게 자라 건물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경고한 말이다. “천하가 혼란하여 위로 군주의 지혜가 없고 제후들이 도와 덕을 모르면 백성들은 도적이 되고, 현인들이 등용되지 않고 성인들은 숨어버리고 탐욕스러운 사기꾼들만 득실거리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나라의 근본이 와해되어 서로 공격하고 가족 사이조차 갈라져 서로 원수가 되니, 이것을 맹아희하라고 한다.”(<귀곡자> 맹아희하 편)

본래 천하의 이치는 한 가지다. 하나의 도에서 나와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가 되기도 하고, 한 가정을 건사하는 이치가 되기도 하며, 농사짓는 이치가 되기도 한다. 장자가 이를 사람의 몸과 마음에 적용하여 같은 이치로 말한 것은 일종의 ‘생태적 관점에서 보는 건강관’이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인체는 여기저기 고장의 신호를 보낸다. 오래된 건물이나 오래 쓴 자동차에서 일어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신중하고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은 몸일수록 더 잦은 오류와 큰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같은 자동차라도 10년을 못가 망가뜨리는 사람이 있고 20년 이상을 깨끗하게 잘 쓰는 사람이 있다. 인체도 마찬가지다. 진단을 해보면 나이가 60대를 넘었지만 30,40대 못지않게 깨끗하고 근력도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30대지만 50,60대처럼 상태가 심각해진 사람도 있다. 이런 개인차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신약(身弱)하였지만 양생의 기본을 잘 지켜 오래 건강한 사람도 있고, 태어날 때 건강하였지만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몸을 함부로 써 일찍 쇠약해지는 사람도 있다. 자라나는 환경, 섭생의 습관, 정신적 경험의 과정들에 따라 변화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사회적 환경, 예를 들어 정신을 위축시키거나 긴장 공포가 일상화되는 권위적 환경이나 놀랄 일이 많은 전쟁의 시기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성장이 보장되는 환경보다 이로울 수가 없고, 경쟁과 목표달성 생계해결의 압박을 각박하게 받아야 하는 도시환경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너그러움 가운데서 살아가는 환경과 같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는 자기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하여 대충대충 거칠게(鹵莽) 생각하지 말라는 것과 욕망과 증오의 싹(欲惡之孼)이 자라나는 것을 방치하지 말라는 말이 중요하다. 욕망과 증오심이 때때로 머리를 아프게 하고 속을 쓰리게 하는 것은 작은 증상이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누적되면 몸에 독이 쌓이고 열이 생겨 오장육부의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면 중병으로 자라난다. 상대적으로 노화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면역력과 저항력도 약화되므로 유행성 질병에도 취약해진다.
평소 운동을 자주 하고 독이 없는 물과 음식을 가려 먹고 영양을 보완하고 감동이 있는 음악을 듣거나 명상하거나 자연의 위로를 받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심신을 관리하는 것은 몸에서 잡목의 싹이 자라나지 않도록 밭을 잘 관리하는 일에 비할 수 있다. 작은 문제점을 방치하고 내버려두면 큰 문제로 자라난다는 원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NM
[대화당한의원 원장,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 이은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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