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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구조 해체 통해 또 다른 조형요소 드러나는 작업에 천착하다
2021년 04월 05일 (월) 15:05:17 김정은 기자 kje@newsmaker.or.kr

예술작품에는 힘이 있다. 사람들을 감동에 몸을 떨게 할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픔을 치유해주기도 한다. 예술작품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김정은 기자 kje@

박종태 작가는 파쇄한 종이를 이용한 다양한 입체작업으로 인지도가 높은 작가다. 파괴로부터의 창조, ‘심연(深淵)에서 유(遊)’ 테마의 박종태 작가는 지난 3월 9일부터 21일까지 개인 초대전을 가졌다. 박종태 작가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박종태 작가

확산과 응집 통한 창조 과정을 선보이다
청년작가 시절부터 남다른 시선으로 사물들을 관찰해온 박종태 작가는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사물들의 구조를 해체하여 또 다른 조형적 요소를 드러내는 일에 천착해왔다. 그의 종이 파쇄 행위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기존의 종이라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파쇄함으로써 종이가 가지는 기능과 형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에게 있어 만든다는 행위는 부수는 행위 이후의 재창조라는 문맥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종태 작가는 “수많은 작은 종이조각은 물질의 확산을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한 공간에 존재하는 물질을 물리적으로 파괴하여 형을 없애버린다”면서 “이것은 파괴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위한 변화의 과정이다. 즉 새로운 창조를 위한 능동적인 창작행위이다. 이것은 데리다의 긍정적 해체주의와 동일 선상에 있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박종태 작가의 작품은 얼핏 보면 단색조의 미니멀한 작품들처럼 보이지만, 실은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고, 그 의미연관도 깊어진다. 평면에 가까운 색면의 톤과 요철의 질량감, 촉각적인 매스와 매체의 형태적 환원 등의 조형적인 변용을 넘어 파쇄종이들의 집적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숫자나 기호와 글씨의 파편들이 텍스트의 일부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작품들은 현실의 삶과 관계된 다양한 암호들의 파편으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파쇄된 종이들을 먹과 수성물감, 수성접착제를 이용해 패널 위에 일일이 쌓아올린다. 직접 손으로만 작업하기 때문에 손자국이 드러나기도 하고 그 두께와 요철이 고르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 또한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다. 말하자면, 손의 사유(思惟)를 통한 마음의 흔적들을 그대로 드러나게 함으로써, 감상자들로 하여금 종이의 지층(地層)에 쌓인 작가의 노동과 정신의 질량(質量)을 음미케 함으로써 선적(禪的) 평정심(平靜心)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도 내재해 있다.

작가가 종이(글자)를 잘게 부수고 조합과 조율의 과정을 거쳐 순수한 색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자기 정화작용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손은 변화무쌍한 새 생명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시도하는 일련의 확산과 응집의 과정은 새로운 창조의 과정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박종태 작가는 “작은 종이 조각에는 각각의 다른 형태와 글씨가 있고 그것 하나하나에는 작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것을 창작과정에서 엮음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통일된 메시지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응집 과정이 작품이라는 결과로 보여지게 된다”면서 “수많이 흩어져있는 문자는 끊임없이 확산과 응집한다. 이렇게 자기운동을 반복하여 조합과 조율의 과정을 거처 변화무쌍한 생명을 만들게 된다. 즉 확산과 응집을 통해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동·서양 예술 사유의 조화 이룬 작품으로 해외서도 주목
박종태 작가의 작품들은 오늘날의 문화체계와 지식 정보사회의 허상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정신적 대안을 모색하는 선적 수행 및 명상의 태도에서 진행된 결과물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양의 전통매체인 먹을 주로 사용하여 우주의 현색(玄色)이 품고 있는 정신적인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아우르고 있다. 이에 박종태 작가는 최근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의 동양작가 중 유일하게 3회 초청 경력을 가지고 있다.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는 스위스 내 2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는 명성 있는 아트페어로, 특히 ‘쿤스트 19 취리히’에서 박 작가는 스위스의 미술잡지사 INEWS 의 대표인 ANTONIO CAMPANILE 의 극찬을 받으며 스위스를 시작하여 유럽전역에서 전시를 하자는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동·서양 예술사유의 조화로 빚어낸 박종태 작가의 작품들로 많은 이들이 감응(感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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