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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 논란
정부의 아동 학대 근절 대책은 여전히 미봉책
2015년 03월 04일 (수) 22:47:32 안상호 기자 press83@newsmaker.or.kr

지난 2월, 주먹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부평의 어린이집에 성난 어머니들이 몰려들었다. 한 어머니가 학대 장면을 담은 CCTV 영상을 공개하자,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경찰은 이 어린이집의 CCTV 한 달 치를 분석해 보육교사 25살 김 모 씨가 아이 10명을 학대한 정황 63건을 확인했다.

“우리 아이도 맞았다.” 부모들의 이런 호소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어린이집뿐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보육교사들의 폭행과 학대가 있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 서구의 한 유치원에서는 변기 물을 넘치게 한 여섯 살 아이가 폭행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대전에서는 장난을 친다고 해서 아이를 잡아끌거나 밥을 뱉는다고 턱을 치는 등 네 살배기들을 학대한 혐의로 24살 보육교사가 검찰에 송치됐다. 울산에서는 22개월 된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고 입에 휴지와 물티슈 등을 넣어 학대한 혐의로 어린이집 원장이 경찰에 긴급체포되는 등 전국에서 아동 학대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 잇달아 접수
경기도 남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바늘로 아동을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보육교사가 잠적 일주일 만에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2월10일 변호사를 대동해 출석한 40대 보육교사 한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아동 학대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 2월3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자리에서 아동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후 경찰의 연락을 피해 잠적했다 이날 오후 자진 출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어린이집 원생들의 팔과 다리에서 예리한 물체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동들이 메모지 꽂이용 핀에 찔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 아동은 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생 11명이 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 안산 상록경찰서는 어린이집 원생의 목덜미를 때리는 등 상습 폭행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보육교사 A(26·여)씨와 해당 어린이집 원장 B(40·여)씨를 아동복지법상 관리감독 소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월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A교사는 원생 11명을 지속적으로 폭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집 CCTV 영상을 살펴보면 A교사는 원생들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겨 바닥에 쓰러지게 하고, 등짝을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은 앞서 오줌을 가리지 못한다고 아이를 빈 방에 가둬 공포감을 주는 등 정서적 학대로 문제가 된 바 있다. 경찰은 어린이집 CCTV 조사를 하던 중 추가로 원생 폭행 사실을 확인하고 보강 수사에 돌입했다. 대구에서도 어린이집에 다녀온 9개월 여자 아기가 두개골에 금이 가는 상처를 입어 경찰이 학대 여부 조사에 나섰다. 2월11일 대구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김모(41)씨가 최근 “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녀온 뒤 구토를 해 병원에 가 보니 두개골에 금이 가고 뇌진탕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씨의 딸은 지난 1월27일 어린이집을 다녀온 뒤 이상 증세를 보였고 2월 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해당 어린이집 원장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폐쇄회로 TV 등을 확보해 사고나 학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학대 등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의 증상 및 대처법
최근 일부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영상이 공개되면서 ‘우리 아이도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불안감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이 같은 부모들을 위해 학대 등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이 보이는 증상과 대처법을 발표했다. 보육기관에서 학대 등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배나 머리가 아프다고 떼를 쓰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만약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봐야 한다. 어릴 때 행동이 다시 나타나는 퇴행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소변 실수를 하거나 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다시 나타나고 말을 잘 하던 아이가 말을 잘 못하게 된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지금보다 어린 나이 때 보이던 모습을 보일 경우 즉각적으로 관심을 갖고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야 한다. 정서적으로 다양한 변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어붙는다거나 별 것 아닌 일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우, 잘 놀지 못하고 엄마에게 매달리는 증상이 이에 해당한다. 표정이 없어지고 의욕이 없으며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자꾸 깬다면 학대를 포함한 정신적 외상 수준의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아이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대상인 보육교사가 공포심을 주는 모순적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의 대인관계, 감정조절, 인성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징후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징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어린이집 등에서 돌아온 후 5분 이상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하면 아이에게 생긴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애착을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매일 10분 이상 집중해 놀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놀이 중 보이는 행동을 통해 낮 동안의 경험을 엿볼 수 있다. 별 것 아닌 일에 아이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비는 행동을 보여 어린이 집에서 일어난 폭력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육교사와 주기적으로 면담해 아이의 상태를 묻고 몸에 난 작은 상처나 소지품 변화 등에 대해 교사와 대화하고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교사 1인당 돌봐야 하는 아이의 수가 많으면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유치원을 선택할 때는 보육교사 대 아이의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학대 등의 외상을 경험했다면 대화할 때 안정된 목소리 톤으로 몸을 낮추고 아이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됐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대화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겨 아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하도록 하고 아이에게 안전할거라고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만 좀 해라. 울음 그쳐'라고 말하며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아이가 안기기를 원하거나 떨어지지 않고 매달리려 하면 그렇게 하도록 두는 것이 좋다.

‘도돌이표 정책’으로 근본적 처방 힘들어
최근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아동 학대 근절 대책은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1월27일 보건복지부는 ▲아동 학대 행위 처벌 강화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부모 참여 활성화 ▲보육교사 자격 관리 강화 및 근로 조건 개선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2010년, 2013년 등 기존에 나왔던 대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도돌이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CCTV 설치 의무화,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 등은 이번에 새로 추가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 1월22일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 학대 방지 대책’에 따르면 학부모와 보육교사, 어린이집 원장 등이 동의한 경우 CCTV 설치에 최대 240만원까지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서울 어린이집의 80%가 민간어린이집인 가운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재연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CCTV 설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어린이집이 전체적으로 개방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도 지나가면서 아동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발표한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 역시 변별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보육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인성검사를 받은 경우에 한해 보육교사 응시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지만 최소한의 자격 부여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보육교사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교원 양성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민 경인교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인성검사 이전에 인성교육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무엇보다 보육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교사 양성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 학대 근절 대책에 편승해 어린이집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도 나왔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3월 어린이집 개원을 앞두고 특별활동비 상한액을 국공립어린이집은 5만원, 민간·가정어린이집은 8만원으로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 민간어린이집에서는 이런저런 편법으로 돈을 받아 왔는데 이걸 제한할 경우 결국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육교사의 국가시험제도 도입
정부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의 하나로 보육교사의 전문지식과 소양을 검증하는 국가시험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수한 보육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자질과 인성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새로운 국가시험을 도입하는 만큼 구체적인 자격과 양성체계 모형을 도출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또 기존 교사와의 형평성과 보육교사의 수요와 공급 조정 등 자격기준을 강화한 후에도 해결해야 할 후속 과제 해결 등 첩첩산중이다. 정부가 아동학대 대책의 하나로 보육교사 자격관리 강화를 내놓은 이유는 보육교사에 대한 질 관리가 소홀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무상보육 시행으로 어린이집 확충 등 양적인 팽창에만 집중하다보니 서비스 수준은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보육교사의 인·적성 검사를 의무화하고 유치원과 같이 오프라인 중심의 실습 위주로 교육과정을 손질하는데서 나아가 국가시험 도입을 신설하기로 했다. 시험에 응시하려면 인성교육과 안전교육 등을 포함한 보육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인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현행 3단계 자격을 2단계로 개편하고 장기적으로는 해당 학과에 자격을 부여하는 학과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유아보육 전문가들은 보육교사가 되는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는 학점은행제와 사이버대학 자격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보육 교사는 고등학교 학력만 있으면 1년 속성(사이버대학 등)으로 교육을 받아 51학점만 이수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자격증 시험은 고사하고 실무 교육은 3학점짜리 현장실습 과목 하나가 전부다. 정부는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에서는 대면교육 및 현장실습을 대폭 강화하고 2급 교사의 1급 승급시 교육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보육교사에게 필요한 민감성, 반응성,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이버교육과 학점은행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국가고시와 관련해서는 보육교사 취득 과정을 위한 충분조건으로 할 것인지, 필요조건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쟁점이 남아 있다. 국가고시를 통과해야만 보육교사 자격증을 줄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취득 과정을 강화해 두 가지 시스템으로 운영할지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시험제인 만큼 자격 기준과 시험 항목, 배점 비율 등 기본적인 평가체계도 갖춰야 한다. 정부는 전문가와 이해 관계자의 여론을 수렴해 적어도 올해 안에는 국가고시 등 양성체계의 모형을 만들어 내년에는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격기준 강화로 인한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도 문제다. 재정 부담뿐 아니라 기존 교사와의 형평성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보육교사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부담임(보조) 교사를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고시 이후 교사간 처우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국가고시 도입 후 현장에서 보육교사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교사를 대상으로 재교육 기회를 확대해 업무 능력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이 너무 쉬운 탓에 자질 검증이 안 되고 급여까지 열악한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국가고시를 도입할 때에는 질 관리를 위해서라도 수급 조절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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