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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 영화 ‘세자매’
“내 부모에게서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
2021년 02월 06일 (토) 01:42:55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파격적인 연출이 돋보였던 영화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로 각각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및 홍콩 국제영화제 FIPRESCI 상을 받으며 국내외 영화제를 사로잡은 이승원 감독이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세자매>로 돌아왔다. 작품은 완벽한 척하는 둘째 ‘미연’, 괜찮은 척하는 첫째 ‘희숙’, 안 취한 척하는 셋째 ‘미옥’의 서로 너무 다른 성격을 가진 독특한 자매들을 내세워 이승원 감독 특유의 강렬하고도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신세영 기자 syshin@

영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매 작품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여 온 배우 문소리가 둘째 ‘미연’ 역을 맡았다. 티끌 하나 없는 인생을 그리며 살아가는 ‘미연’의 이중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문소리는 ‘미연’을 통해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 갱신을 예고한다. 장르와 캐릭터를 막론하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극에 생동감을 더해 관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김선영이 첫째 ‘희숙’을 연기한다. ‘희숙’은 항상 “미안하다”, “괜찮다”라는 말로 아픔을 속으로 삼키며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김선영은 버릇없는 딸과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에게도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하고 괜찮은 척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희숙’을 섬세하게 열연하며 작품을 이끌어간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사랑받는 장윤주가 <세자매>에서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 셋째 ‘미옥’ 역으로 분한다. 날마다 술과 함께하며 365일 취해있는 ‘미옥’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주변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다. 장윤주는 민낯, 샛노란 탈색 머리 등 파격적인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눈빛부터 표정, 몸짓까지 완벽하게 ‘미옥’ 역을 소화해 극의 활력을 더할 전망이다. 장윤주는 “실제 세 자매 중 막내로, 조금씩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문소리, 김선영 배우와 함께해 영광이었다”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국내 최고 ‘전주·부산국제영화제’ 선택작
<세자매>는 2020년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선택을 받으며 뛰어난 작품성을 입증받았다. 사실 <세자매>와 영화제 간의 연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문소리가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선정과 시상까지 진행하며 작품을 눈여겨 봤고, 폐막식에서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써오면 보실 의향이 있냐는 제안을 받아 처음 작품을 함께 할 뜻을 모은 것이다. <세자매>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0’ 선정에 이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섹션까지 초청됐다.

직업·공간부터 의상까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같이 자랐지만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자매의 캐릭터 설정이다. 사는 곳도 입는 옷도 너무나 다른 자매들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설정은 “인물과 직업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반영한다”는 이승원 감독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승원 감독은 아픔을 속에 삼킨 채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첫째 ‘희숙’에게 꽃집 사장의 직업을 부여했다. ‘희숙’이 운영하는 꽃집은 화사한 꽃을 파는 꽃집의 특성과는 달리 숨 막히게 좁고 기다란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조명은 어둡게 사용해 피폐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희숙’이 입고 있는 의상도 초라함을 부각해 형편이 어려운 ‘희숙’의 상황을 반영했다. 김선영은 “인물을 만났을 때 비주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희숙’도 어떻게 입고 다닐까 어떤 머리를 하고 있을까 어떤 신발을 신고 있을까, 비주얼을 먼저 잡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둘째 ‘미연’은 신도시의 45평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성가대 지휘자로 설정해 대외적으로 완벽하게 보이는 삶을 사는 인물의 모습을 완성했다. ‘미연’이 사는 아파트는 사방이 새하얀 벽지에 소품 컬러도 화이트로 배치해 무결점으로 보이고 싶은 ‘미연’과 그렇지 못한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대비시키는 데 성공했다. 직업이 극작가인 셋째 ‘미옥’은 복잡하게 화려한 패턴들이 돋보이는 집 안 인테리어와 의상을 통해 자유분방한 개성을 그려냈다. 한눈에 들어오는 ‘미옥’의 제멋대로 헝클어진 금발 탈색 머리 또한 거침없는 그녀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낸다. 장윤주는 “작품을 고민하고 있을 때 친한 친구가 ‘차라리 탈색한 머리면 윤주가 연기를 할 수 있겠다, 더 쉽게 이 캐릭터에 접근할 수 있겠다’고 제안을 해줬다. 나에게 가면이 필요하다면 머리를 탈색함으로써 얻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문소리, <세자매> 공동 제작자로 참여
신도시 자가 아파트, 잘나가는 교수 남편에 말 잘 듣는 아이들까지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는 둘째 ‘미연’. 그녀는 독실한 믿음을 가진 성가대 지휘자로 성심껏 임하며 나무랄 데 없는 가정주부의 면모를 뽐내지만 언제나 가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뛰어난 연출과 공감가는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감독이자 배우 문소리가 영화 <세자매>의 공동 제작자로 나섰다. 배우 데뷔 후 21년 동안 수많은 배역을 맡을 때마다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온 문소리는 주연은 물론 공동 제작자로 심혈을 기울인 <세자매>를 통해 다재다능한 모습을 뽐낸다. 영화 전반 프로듀싱에도 참여한 문소리는 “시나리오를 읽고 관객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었고, 작품에 더 큰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제작자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현 사회상을 비춰 호평을 받았던 영화 <양자물리학>을 프로듀싱 했고, 이승원 감독과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에 이어 이번 <세자매> 제작까지 맡은 김상수 프로듀서와 함께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문소리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았다. 정말 이 작품이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고 더 잘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누다가 공동 프로듀서를 하게 됐다. 도움이 된다면 뭐든 같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선영은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문소리 배우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유였던 건 말할 것도 없다”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Q. 각본과 연출을 맡았는데, 작품 탄생의 배경은?
- 연기의 끝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자매라는 콘셉트가 떠올랐고 이 자매들의 이야기로 뭔가 화력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오로지 연기만 생각하고 썼다. 여자 배우들이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쓰는 데 집중했다.

Q. 기획의도가 궁금하다.
- ‘아버지가 사과를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특히 가족 간에 관계에서 진정한 사과는 많을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린 결말인데, 아버지의 사과보단 이 세 자매가 마지막에 같이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는지?
- 폭력은 영화에서 표현되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가족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가족은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지만, 현실에서 그렇지 않은 모습이 많다.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화목해 보여도 곪아있는 문제가 있다. 친구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를 가족에게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자매, 형제 등 가족끼리 진심 어린 대화를 할 수만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Q. 세 배우의 조합이 신선한데…
- ‘문소리, 김선영 배우와 영화를 촬영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처음에는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글을 썼고,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시나리오를 고쳤다. 이후 장윤주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더 맞는 인물로 다가가기 위해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사실 바로 장윤주 배우를 떠올리진 못했다. 미옥에게는 무겁고 심오한 것이 아닌 신선하고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김상수 피디가 추천했고, 모두를 만족시켜준 것 같다.

Q. 배우 김선영의 실제 남편으로서 아내와의 작업은 어땠나?
- 저를 남편으로서 보다는 감독, 연출가로서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서로 작업 얘기하고 영화 얘기하고 작품 캐릭터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좋은 영화 보고 나면 밤새 같이 토론도 할 정도로 제일 즐겁다. 오래 극단을 같이 운영하면서 서로 눈빛만 봐도 잘 안다. 매체가 연극에서 영화로 간 게 다를 뿐, 연출과 배우로서는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Q.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공간들은 각 캐릭터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던데…
- 나름 신경을 썼다. 영화 전반을 살펴보면 각자의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절반 이상이다. 그래서 집에서 보이는 이들의 성격이 중요했다. 공간을 상세하게 설정했던 것이 캐릭터를 구현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임순례 감독이 영화를 보고 배우와 캐릭터, 미장센의 조화가 절묘했다고 말해줘서 뿌듯했다.

Q.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 결국 모든 걸 관통하는 한 가지는 정작 자신은 그 안에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보는 이들이 저마다의 공감과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양한 담론들이 생성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Q.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 영화의 기본이자 기초는 가족 문제다. 가정 폭력이나 외도 문제가 다소 쉽게 소모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누구나 공감하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 의식을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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