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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역사상 임기 중 2차례 탄핵당한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美 하원 통과
2021년 02월 02일 (화) 23:49:53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종료 일주일을 남기고 역사상 처음 임기 중 두 번째 탄핵 소추된 미 대통령이 됐다. 미국 의회 하원은 1월13일(이하 현지시간) 의사당 난입 선동 책임을 묻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찬성 232명, 반대 197명으로 가결했다. 민주당 의원 222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10명이 탄핵 찬성 대열에 섰다.

이종서 기자 jslee@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처리는 2019년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두 번째다. 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 앞 연설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맹렬히 싸우지 않으면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선동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점을 들어 탄핵에 나섰다. 스턴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아직 옳은 일을 하기에 늦지 않았다”며 탄핵 동참을 호소했다.

친트럼프 대통령 시위대 미 의사당 난입, 점거
지난 1월 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막기 위해 시위대가 미 의사당에 난입하는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민주당 하원의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월6일 친트럼프 대통령 시위대가 미 의사당을 난입, 점거하는 등 폭력 사태를 저지른 것과 관련해 일한 오마르 미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주장했다. 오마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원과 하원에 의해 탄핵되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를 더 이상 현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의 공화국을 지키고, 우리가 한 선서를 지키기 위한 문제”라고 말했다. 오마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드 리우 민주당 하원의원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리우 의원은 “펜스 부통령은 미 헌법 25조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현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헌법 25조는 부통령이 대통령을 승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아나 프레슬리 미 하원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의회가 소집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미 하원에 의해 탄핵을 당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시실리니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이 상황은 무법천지로, 대통령이 자초했다. 하원은 탄핵하고 내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시사잡지 더애틀란틱은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탄핵해야 한다’는 기사를 통해 “의회가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는 “트럼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어느 누구도 이런 일을 감행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탄핵을 주도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하원이 통과시킨 탄핵소추안에 서명하기 전 취재진들을 만나 “오늘 하원은 초당적 방식으로 누구도, 미국의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나라에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라면서 “나는 슬프고 비통한 마음으로 서명한다”고 덧붙였다.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뒤에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이 이날 사용한 연설대는 의회 난입 사태 당시 탈취당했다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소추안 처리에 대해 공격하는 대신 폭력 사태를 비판하는 데 그쳤다.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펠로시 의장이 탄핵안을 상원으로 송부하면, 상원은 탄핵 심리 절차에 들어간다. 공화당의 비협조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상원에서 탄핵이 다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탄핵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상원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연방 하원에서 통과돼 공이 상원으로 넘어간 가운데, 지난 1월13일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상원의원 20여명이 탄핵에 찬성할 수 있어 유죄 평결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공화당 지도부의 보좌진들은 20여 명의 소속 상원의원이 탄핵 찬성으로 기울고 있다고 증언했다.

현재 유죄 평결을 위해선 상원 재적 의원 100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6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민주당 의원 전체(50명)의 찬성표에 공화당 의원 최소 17명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앞서, 이날 연방하원에서 진행된 탄핵 표결안에서는 10명의 공화당 이탈표가 나와 찬성 232표로 가결됐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자 공화당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하원 의원을 중심으로 10명의 하원의원이 이에 찬성했다. 공화당 지도부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강력히 반대하지 않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현재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찬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황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탄핵을 무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표결 마무리될 때까지 길게는 몇 달간 길어질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은 그의 임기를 딱 1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통과됐다. 이제 상원의 관문을 넘으면 되는데 하원과 달리 이 관문은 철벽과 같다. 하원에서는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상원에서는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총 100명의 의원 중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의석수가 같다. 공화당에서 최소 17표의 반란표가 나와야 트럼프가 탄핵될 수 있다. 빠듯한 일정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 하루 전인 1월19일 관련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부터 일정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표결이 마무리될 때까지 수일에서 길게는 몇 달간 길어질 수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탄핵 정국이 계속돼 바이든 정부의 어젠다가 묻힌다면 민주당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 카드를 내려놓지 않는 건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을 꺾으려는 목적이 크다.

탄핵은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재출마 기회를 차단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재출마를 막기 위해서라면 꼭 탄핵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다. 이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미국 수정헌법 14조 3절은 폭동·반란에 가담했거나 원조를 제공한 자는 연방의회의 상·하원 의원이나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인, 연방 및 주정부의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의 적용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를 실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 밖에 탄핵은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한다는 의미도 있다. 트럼프가 탄핵되면 22만 달러(약 2억4000만원) 정도인 연금을 받을 수 없다. 또 퇴임 후 수 개월간 제공되는 사무실 이전 등 각종 이주 비용도 제공받을 수 없고, 개인 사무실 직원 인건비(연간 9만6000∼15만 달러), 개인 경호 서비스 같은 혜택도 누릴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의회 난입 사태와 거리 두기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초로 ‘임기 중 2차례 탄핵당한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지만 여전히 남은 임기를 완수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13일 NBC 방송은 백악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자신이 작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이겼다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일부 공화당 인사 등의 하야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 측근은 “그는 사임할 바엔 나가서 싸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원의 탄핵안 표결과정을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말 하원의 첫 번째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엔 자신의 주요 홍보수단이었던 개인 트위터 계정이 사라진 데다, 참모들마저 하나둘 곁을 떠나 그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1월12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호프 힉스 공보 담당 선임고문마저 백악관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원의 탄핵안 가결 뒤 백악관 공식 트위터 계정(@WhiteHouse)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 메시지에서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를 규탄했으나 탄핵에 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당국자는 “의회의 탄핵 절차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바람에 법률이나 공보면에서 명확한 대응 전략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백악관이 탄핵 변호인단도 꾸리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사면’ 문제와 함께 자신의 재임 중 업적을 선전하기 위해 직접 연설에 나서는 방안 등을 계속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정지시킨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비난하는 내용의 연설도 검토해왔다고 한다. 앞서 트위터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재차 ‘폭력을 선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1월8일 그의 개인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을 영구 정지시켰다. 그러나 NBC는 “연설팀이 초안 작성을 시작하긴 했으나, 실제 연설을 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이 백악관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NBC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 ‘내란 선동 혐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의회 난입 사태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 지난 1월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튜브 우파 채널 ‘라이트사이드 브로드캐스팅 네트워크’에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매우 명확히 하고자 한다. 나는 우리가 지난주 목도한 폭력을 명백하게 비난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폭력과 반달리즘은 우리 국가, 그리고 우리의 활동에 절대로 설 자리가 없다”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활동’이란 그의 대표적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일컫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MAGA는 언제나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법을 집행하는 이들을 지지하며, 우리 국가의 성스러운 전통과 가치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라고 했다. 자신 슬로건과 지지자들이 난입 사태와 별개라는 것이다. 그는 “집단적인 폭력은 내가 믿는 모든 것, 그리고 우리의 활동이 지지하는 모든 것과 반대된다”라고 했다. 또 “미 의회 급습은 공화국의 심장을 때렸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로질러 수백만 미국인을 분노하게 했다”라고 강조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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