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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2008년 12월 30일 (화) 15:15:45 뉴스메이커 webmaster@newsmaker.or.kr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여인으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간택되었다. 12월 1일(현지시각) 오바마 당선자가 힐러리 상원의원을 차기 국무장관으로 내정한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와 힐러리 차기 국무장관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치열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인 당사자들이다.
   
▲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역할론’과 친박계 인사 중용론에 대해 “어차피 권력의 모든 인사나 정책 결정의 주도권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 그룹에게 있다. 그쪽에서 먼저 허심탄회하게 환경을 조성해 주면서 협력해 달라고 하는 중간의 노력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여인 힐러리 상원의원
이 같은 ‘어제의 정적(政敵)’마저도 끌어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파격적인 인재 등용이 한국 정치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이념적 차별은 별개로 치더라도 오바마 당선자와 이명박 대통령은 각각 당내 기반이 확고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라는 큰 나무를 꺾고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도 압승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자의 이번 행보로 정치적으로는 큰 차이점이 생겼다.
우선 오바마 당선자의 인재 등용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과는 다른 극명한 모습이 보인다. 정적을 바로 옆자리에 둔 정치적 포석이 그것이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의 오바마와 힐러리의 관계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렀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바로 그 모습이다. 하지만 경선 이후 이 ‘판박이’는 점차 다른 모습으로 벗겨져 이제는 완전히 다르다. 물론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했던 스탠턴을 전시국방장관으로 기용해 찬사를 받았던 교훈을 따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오바마는 대선 승리를 거두자마자 기꺼이 힐러리라는 정적과의 동행을 선택했다.
우리는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직후 ‘포용의 정치’를 실천하지 못해 초기 인선 실패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틈만 나면 개각설이 불거지는 등 지금까지도 국정 운영에 차질을 겪고 있다. 따라서 취임 초기 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소통’이었다면 지금은 오바마 당선인과 같은 ‘포용’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포용’을 바탕으로 한 탕평인사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과 이 대통령은 야당 비주류로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여성을 상대로 치열한 경선을 거쳤고 여당 후보와 본선에서 대결해 압도적인 표차로 대권을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은 ‘포용의 정치’를 실천에 옮기고 있고 이 대통령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 정치에 ‘아름다운 동행’은 없는 것일까?
오바마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의했다. 측근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존 케리 상원의원을 발탁할 수도 있었으나 오바마는 정적을 선택했다. 공화당 인사 중에는 부시 현 대통령 측근인 게이츠 국방장관을 사실상 유임시키기로 했다. 본선에서 경쟁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에게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매케인에게 감사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공동성명까지 내놓으며 초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경선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표를 ‘내 편’으로 끌어안지 못했다. 인수위 시절 국무총리 기용을 검토하고 당 대표직을 제안하는 시도는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로 연결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내 경쟁자는 물론 공화당 출신 인사들까지 끌어안고 있는 오바마 당선자와 극명하게 대조된다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4·9총선 공천과정에서 같은 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친이(親李)’와 ‘친박(親朴)’ 갈려 그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노무현 전 정부 인사 중 신임한 사례도 거의 없다. 능력과 무관하게 오직 참여정부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한 사례가 더 많다.
이처럼 오바마 당선인의 포용 행보와 대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보였던 모습이 대비되면서 새로운 비상거국 내각 구성과 탕평인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위기 확산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각을 통해 초기 인사 실패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개각에 있어서는 정치적·지역적 구분을 넘어 각 분야 전문가들을 과감하게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이 힐러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하면서 다음 개각을 겨냥해 박근혜 의원 중용설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모락모락~ 박근혜 의원 중용설
실제 최근 친이 직계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의 모임에서조차 “힐러리가 국무장관이 되면 박 전 대표를 못 껴안은 이 대통령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 그 전에 친박계를 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 역할론’과 친박계 인사 중용론에 대해 “현재 국민의 지지도를 가장 많이 얻고 있는 박 전 대표를 따르는 분들이 한나라당 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분들이 흔쾌히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어차피 권력의 모든 인사나 정책 결정의 주도권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 그룹에게 있다. 그쪽에서 먼저 허심탄회하게 환경을 조성해 주면서 협력해 달라고 하는 중간의 노력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또 “청와대의 정무팀이나 정부는 뭐하러 있는 것이냐. 여당, 야당과 대화하고 시민 사회와도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인데 여당과 의사소통의 양이 절대적으로 너무 적다”며 “우리가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퍼부어야 하듯이, 집권여당을 둘러싼 개개의 국회의원과 그룹들, 정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얘기하고 토론할 수 있게끔 의사소통의 양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오바마와 힐러리도 어제 어깨동무를 하면서 라이벌들 간의 드림팀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우선 여당과 야당, 여당과 정부에서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정부의 주무장관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부분도 있다. 어디가 먼저 꼬여있는지 포괄적으로 모두가 결단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를 은퇴한 김용갑 전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이명박 정부는 자기만 지지한 사람, 한나라당 안에서도 경선 때 자기 지지한 사람만 넣고 남의 사람은 조그마한 자리도 하나 등용하지 않는다”면서 “친박 중에서도 유능한 인사가 있으면 등용하면 그 사람이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이지, 지금 오바마한테 배울 게 많다. 박희태 대표는 그런 말도 못 하고 뭐하는 건가”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각 보수 언론에서도 이 같은 문제제기에 힘을 싣고 나서자 친이 진영은 당혹한 표정이 역력하다.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서울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원칙적으로는 그런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면서도 “죽자 살자 경선을 펼쳤던 우리와 미국의 정치문화를 단순히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오바마가 그런다고 따라 하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거니와, 무엇보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속으로만 삭이고 있는 박 전 대표나 그의 주변 인물들이 쉽게 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지난 12월 21일 부산 부경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정치란 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고, 그동안 내 정치철학에 박근혜는 없었다”면서 “나를 위해서 사심을 갖거나 내 주위의 이익을 도모한다면 그런 정치는 이미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정치란 잠시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며 “나를 버릴 때 원칙과 약속도 지킬 수 있고,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사람이 정치를 권력투쟁이라고 하지만 나를 버릴 때 정치는 권력투쟁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되고, 비워진 바로 그곳에 국가와 국민을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말처럼 들린다는 평이다.
이 자리에서 축사를 한 친박계의 좌장 김무성 의원은 고공행진을 하던 이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고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박 전 대표와의 화합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지금같이 어려운 시점에서 아름다운 동행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아야 현 위기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여권 주류 내부에서도 ‘어차피 언젠가 박 전 대표 측을 안고 가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손을 내미는 것이 낫다. 더 힘든 상황에서 손을 내밀게 되면 우리가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 대통령의 선택은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와의 포용력 차이에 대한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기존 스타일을 갑자기 바꾸고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실제 청와대에선 ‘박근혜 역할론’이나 ‘친박 중용론’ 등에 대해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이 오갔고, 여권 일각의 건의도 있긴 했지만, 정무수석실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는 등 논의 자체를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12월 2일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 문제를 두고 따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사전 조율이 되고, 두 사람이 만나 의견을 교환한 뒤 마지막 수순으로 박 전 대표 혹은 박 전 대표 측의 국정참여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 누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갑자기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청와대나 여권 인사들은 이 대통령의 ‘묵언’을 일단 박 전 대표 ‘중용론’에 대한 ‘간접 부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분명히 여기저기서 듣는 게 있을 텐데 말이 없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며 “경제위기 해법으로 박 전 대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탕평책’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는 것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주류 핵심의 귀환 등 친정체제 강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최고로 잘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라면 전 정부 인사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며 탕평인사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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