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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이란 그 안에 ‘이야기’가 담긴 사진”
2020년 12월 06일 (일) 01:11:00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사진은 찰나에 대한 기억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사진 셔터를 수없이 누르며 훗날 이 시간을 추억하기를 기약한다. 이 시간은 다시 못 올 것이기에, 그 사진을 다시 꺼내 볼 때면 가버린 시간에 대한 그리움도 사진 어딘가에 숨어있다. 어느새 우리의 감성에 노크를 한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영상이 시간의 흐름을 찍는다면 사진작가들은 흘러가버릴 그 순간, 찰나를 담아낸다. 그 기억의 조각들을 사진작가는 항상 마음에 담고 있다. 또한 사진 속에서의 그 순간은 영원으로 남아 있다.

육체의 고통을 사진의 예술로 승화
사진작가 범진석은 “좋은 사진이란 그 안에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다”면서 “오직 본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무리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보았자 상대방에게 와 닿지 않으면 의미 없는 것처럼, 사진도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공감되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진을 통한 ‘소통’이자 좋은 사진의 조건이다”고 말한다. 수많은 기다림의 시간 끝에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미세한 색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셔터 안에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 범진석 작가. 그는 지난 2018년 제36회 대한민국사진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 15kg에 달하는 카메라 장비를 갖춰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로든 향한다.

▲ 범진석 작가

일반 사진작가들이라면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는 20여 년 넘게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마디가 점점 굳어 결국 변형되는 질환으로, 평지를 걸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시간 걷거나 높은 곳을 오를 때면 눈앞이 아찔해지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가 산을 오를 내릴 때마다, 긴 시간 강행군을 할 때마다 온몸을 엄습해오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범진석 작가는 “제가 사진을 찍는 것에는 거창한 이유가 없다.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사진이 좋아서일 것”이라며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늦은 나이에라도 깨닫게 된 것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때로는 몇날 며칠을 지새우고, 영하 20도에서 최고의 장면을 찍으려고 추위에 몸을 떨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과 열정은 2015년 호남미술대전 종합대상, 광주시 사진대전 우수상, 2016년 5.18전국사진대전 특선, 광주시 사진대전 특선, 대한민국 사진대전 입선 및 특선, 2017년 광주시 사진대전 특선, 대한민국 사진대전 특선, 그리고 전국사진회원전 10걸상 등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베트남에서 한 노인의 모습과 불상을 함께 담아 세월과 인간의 번뇌 등을 상징화한 작품 <환희>로 그는 마침내 제36회 대한민국사진대전에서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전에도 스님과 불상의 사진을 작품화하려고 노력했지만 표정이 어울리지 않아 매번 작품 도전에 실패했다는 그는 “베트남의 오래된 불교 사원 ’탑장‘을 방문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너무나 밝은 표정의 노인을 나도 모르게 클로즈업 하게 됐다”면서 “분명 활짝 웃고 있는데 마음은 너무 평화로웠다. 불법을 듣고 심신을 얻은 흡족한 환희에 찬 마음이라면 이런 표정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옆에 아미타불상을 배치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고도의 인내 통해 빛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
“보기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당연하고 또 필연적인 욕구입니다. 저는 주로 풍경을 많이 담습니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풍경을 렌즈 속에 담아 보았지만, 한국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은 없었습니다.” 1982년 동양상사와 자동차정비공장, 2002년 법인 전환 등을 거쳐 현재 ㈜동양통상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범진석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이기도 하다. 1977년 택시사업을 하고 있을 당시 집안 형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다는 그는 1996년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자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사진에 눈을 떴다고.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를 납품하는 일을 하다 보니 색에 대해 남다른 감각도 가지게 됐다. 그의 작품 속 피사체는 대부분 인물이 아닌 풍경이다. 사람은 표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풍경은 빛에 영향을 받아 다른 작품이 나오기 때문.

범 작가는 “풍경은 빛의 영향을 90% 이상 받는다.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빛이 맞지 않으면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며 “빛이 너무 강하거나 약하면 색을 죽인다. 그래서 해가 뜨고 난 후 2~3시간이나 해가 질 때 사진을 찍는다. 그 시간에 빛이 부드러워서 아름다운 색이 표현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남들은 제가 아무 노력도 없이 그저 사진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영하 20도에서 견디고 몇 날 밤을 지새우며 고도의 인내를 가지고 최고의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여 만들어진 사진이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좋은 카메라로 찍는다고 잘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발로 찍는 것이다. 풍경 사진은 하늘이 도와줘야 촬영이 가능하다. 직접 발로 뛰고 고도의 인내를 갖고 기다리다 보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북한에 머물 수 있다면 풍경들과 북한 주민들 그리고 백두산, 금강산의 사계절도 사진으로 담아내고, 한민족의 아리랑얼과 아름다운 금수강산도 널리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범진석 작가. 그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떠한 작품들을 선보이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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