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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로잡은 최고 흥행작
“이 작품을 만든 마음이 많은 관객들에게 와닿았으면”
2020년 11월 05일 (목) 01:53:08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불행은 마치 요즘의 가을처럼 순식간에 일상을 잠식한다. 하지만 결국 겨울이 지나 봄을 만나게 하는 의지는 사랑과 자신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다. <담쟁이>를 보고 한참을 울었다. 사랑에 황홀하고 또한 사랑에 버티는 우리의 이야기.” - 변영주 감독

“영화를 감상한 뒤로 은수와 예원 그리고 수민 가족이 종종 떠오르곤 했다. 모래사장을 함께 걷고, 한 침대에 똑같이 모로 누워있고, 긴 소파의 모서리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누워있는 이미지 등이 떠올랐다. 그런 순간들이 인상으로 남은 것을 보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고 싶었던 가족의 형태가 이를테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엇보다 세 배우들의 호흡이 정말 좋았는데, 그래서 팬이 됐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이 가족을 응원하게 되었다.” - 임대형 감독

신세영 기자 shshin@

<담쟁이>는 누구보다 행복한 은수, 예원 커플이 은수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시작으로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되는 정통 퀴어 멜로 드라마. 올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으로 초청되어 온·오프 동시 상영이라는 관람 시스템을 첫 도입한 가운데, OTT 연합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 온라인 상영 당시 영화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누구보다 행복한 은수와 예원 커플이 은수의 뜻밖의 사고 후 이들 앞에 닥친 현실의 벽을 실감하며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이로 인해 더욱 깊어지는 사랑, 단순한 퀴어 멜로가 아닌 그들이 가진 현실적인 고민까지 더해져 사랑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나,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퀴어 영화는 많았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담쟁이>는 그동안의 퀴어 영화에서 한계라고 지적됐던, 벗어나지 못했던 부분을 용감하게 돌파, 사랑 그 이상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주며 차별점을 분명히 했다.

소수 인권에 대한 새로운 시선
한제이 감독은 응급실에 찾아온 예원이 직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회가 거절당하고,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든 시위자를 포함해 성소수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영화 속에 등장시키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다양한 대안 가족 형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부부는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헌법 때문에 누군가는 동반자로서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법이라는 제도가 각 개인의 행복을 차단하는 주체가 돼서 안된다는 생각을 영화 속에 투영하고자 한 것.

<담쟁이>는 퀴어 멜로의 그 이상을 담고 있는데 은수, 예원 동성 커플과 갑작스런 사고로 함께 살게 된 은수의 조카 수민이 가족이 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으며 사회적 제도의 모순을 보여준다. 평범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가족으로 살고 싶었던 은수, 예원, 수민 앞에 벽처럼 선 사회가 이들을 가로막을지라도 하나의 담쟁이 잎이 수천 개의 담쟁이 잎을 이끌고 벽을 넘듯 다 함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제이 감독은 “언젠가는 <담쟁이>가 퀴어 영화로 분류되지 않고 그냥 가족영화로 분류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하나의 바람이다”고 전했다. 또 <담쟁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장애인을 향한 시선이다. 극중 우미화가 맡은 은수는 선천적인 장애가 아닌 교통사고로 인해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다. 항상 드나들던 집 문턱조차 넘을 수 없는 상황, 화장실에 제대로 못 가고 넘어지는 상황 등 일상이었던 공간이 낯설어졌을 때, 집 밖을 나서는 순간 펼쳐지는 수많은 불편을 보여주며 은수가 느꼈을 감정을 관객들과 공유하며 함께 문제점을 생각하게 한다.

첫 장편 데뷔작, 2020 충무로 신인 감독 활약 잇는다
올해에도 한국 영화계는 다양성과 스펙트럼을 넓히는 신인 감독들의 작품들이 관객들과 만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 3월 5일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김초희 감독의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의 복스러운 데뷔작이라는 평을 얻었고, 6월 18일 개봉한 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는 꿈을 던지는 주수인의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유의미한 성장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8월 20일 개봉한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은 웰메이드 데뷔작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관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영화적인 순간을 선사했다. 임선애 감독의 <69세>는 살아있기에 용기를 낸 69세 여성의 이야기로 편견과 사회문제를 다루며 침체된 극장가에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과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담쟁이>는 단편 <말 할 수 없어>(2017), <달콤한 선물>(2013)로 존재감을 드러낸 한제이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소수 인권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함께 현실적인 고민을 그려낸다. 영화는 남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하던 은수와 예원 커플이 어느 날 뜻밖의 사고 후 사회적, 제도적 어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으며 현재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보게 만든다.

Q. 10월 28일 개봉을 앞둔 심정이 어떤가?
- <담쟁이>를 통해 드디어 관객분들과 본다는 생각에 떨리고 두렵기도 하다. 처음 제가 이 영화를 만든 마음이 많은 관객들에게 와닿아서 은수, 예원, 수민을 응원하는 영화가 되기 발란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고 어떤 질문 혹은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Q. 영화 <담쟁이>의 시작이 궁금하다.
- 대학원 졸업 시나리오 마감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지금의 마지막 장면의 원형인 아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는데, ‘이 아이가 누굴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상하게 어떤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나 시스템의 희생으로 버림받은 아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영화 <담쟁이>는 거기서부터 시작하게 됐다.

Q. <담쟁이> 제작에 앞서 사전에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
- <담쟁이>는 두 배우의 케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배우 캐스팅에 가장 공을 들였다. 우미화, 이연 배우가 캐스팅된 이후에는 배우들이 촬영 전에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데이트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담쟁이>는 둘이 친해지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다룬 게 아니라, 이미 3~4년을 사귄 커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두 배우가 서먹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제일 중점에 두고 준비를 했다. 촬영에 앞서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Q. 제목 <담쟁이>에 담긴 의미가 뭔가?
- ‘담쟁이’의 시 구절처럼 하나의 담쟁이 잎이 수천 개의 담쟁이 잎을 이끌고 벽을 넘는다는 뜻이다. 은수와 예원, 수민이 담쟁이 잎들과 같이 서로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또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서로 연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겼다. 벽처럼 선 사회가 이들 앞을 가로막을 지라도, 언젠가 다 함께 그 벽을 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Q.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는지, 신경을 쓴 부분이 있나?
- 이 영화가 퀴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 혹은 무관심한 사람들이 우연히 보게 됐을 때 한 번이라도 은수, 예원, 수민이 가족으로 인정받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려고 했고, 언젠가는 이 영화가 퀴어 영화로 분류되지 않고 그냥 가족 영화로 분류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또 하나의 바람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우미화 배우의 열연이 빛나는 장면으로 교통사고로 인해 친언니가 죽고 은수가 염을 하는 것을 보며 우는 장면이다. 로케이션 헌팅 때부터 공들인 장면 중 하나로 로케이션 사정상 촬영이 불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제작진의 노력으로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의 다리를 못 쓰게 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감정 표현을 드러내지 않은 은수가 언니의 염을 하는 공간에서만큼은 죄책감과 본인의 감정을 모두 쏟아내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 공간이 주는 느낌이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진들에게도 컸고 촬영감독조차 카메라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장면 중 하나다. 두 테이크만에 완성된 이 장면은 배우들의 감정이 깨질수도 있어 모든 소음을 차단한 상태로 우미화의 감정이 잡힌 후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잠시 야외에서 휴식을 취해야 할 만큼 깊게 몰입해서 찍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장면과 가장 비슷하게 나와서 가장 만족스럽다.

Q.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이 있다면?
-  은수와 예원의 배드신 장면으로 사전에 우미화, 이연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를 했다. 배드신이 대화신의 일종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은수, 예원 두 커플의 관계의 클라이맥스이자 위기가 보이길 원했다. 유일하게 콘티가 따로 없던 장면으로 서로 이야기 한 것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2~3번 정도의 리허설을 진행한 후 촬영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모든 제작진들이 빠지고 저와 배우들만이 남아 촬영했다.

 Q.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 제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영원한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살고, 기쁜 일이 있을 때 내 일처럼 기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나누려고 하는 그 어떤 끈적한 거로 엮어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말이다. 때로는 서로 밉고 싸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인연이 계속될 거라는 그런 든든한 믿음이 있는 관계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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