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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그림은 계승, 발전을 위한 문화이자 자존심이다”
2020년 11월 05일 (목) 00:26:24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수많은 인류학자들은 “미래에는 물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던 시대가 가고 정신적 풍요가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 예술이 중요한 국가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문화예술의 경제적 가치가 날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창조하는 주체인 예술인들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특히 예술인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민화’는 일제가 한국 전통문화를 폄훼하는 표현
한독미술교류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우청 김생수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40여 년간 전통채색화의 외길을 걸어온 김생수 화백은 아름다운 색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 채색화를 21세기 우리 문화에 맞게 변형시켜 새로운 현대적 채색화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다. 전통 채색화는 우리들에게 ‘민화’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지만 사실 ‘민화’는 일제 강점기의 산물이다.

▲ 김생수 협회장

우청 김생수 화백은 “일제 강점기 때 야나기 무네요시가 ‘민화’라 명칭 붙인 것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평론가들에게도, 작가에게도 외쳐보지만 아직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듯 하다”며 “민화라는 용어는 일제가 한국전통문화를 폄훼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이 점을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한다. 멸시, 천대의 의미가 담긴 이름을 아름다운 우리 전통 문화를 칭하게 놔 둘 수는 없기 때문에 빨리 바로잡아서 우리 고유의 훌륭한 작품들의 명성과 의미를 격상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김생수 화백은 끊임없이 문화예술계에 화두를 던지면서 하루 빨리 민화라는 말이 아닌 ‘채색화’라는 용어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6년부터 전통채색화 교육을 시작한 그는 호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백화점 문화센터, 개인화실 등에서 꾸준히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2008년 민화협회(한국전통채색화협회)를 창립하고 현대 한국채색화 작가를 양성하는 한편, 다양한 공모전과 전시회, 특강을 통해 한국채색화에 대한 인식과 수준을 제고했다. 애국심의 발상, 민족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자신의 그림 50여 점도 방송국에 기증했다. 고향인 전남 광주에는 우청미술관을 개관하고 한국채색화를 전파하고 있는 그는 국내 전시 뿐 아니라 해외 교류전 등을 통해 전통채색화를 서구에 알리고 확산시키는 활동도 이어가는 한편, 그동안 채색화에 몰입하고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채색화’와 관련된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김생수 화백은 “일본강점기의 민화는 ‘일본 천황의 백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때는 일본인 세상이었으니 그랬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그 망령에서 벗어날 때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민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 치욕적인 단어다.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붓을 놓지 못하는 천상 화가
1970년대 청광 김용대 선생에게 사사하며 전통채색화에 입문한 김생수 화백은 특정 재료와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을 화폭에 녹여내는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독미술교류협회장으로서 2009년부터 독일 마르부르크시의 초대로 한국 작가들이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목포 시민예술회관, 인사동 호남대학교, 영월 민화박물관 등에서도 3번에 걸쳐 독일 작가들을 초청하는 등 정기적으로 교류전을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 영화관과 공연장, 전시장들이 문을 닫은 것은 물론, 각종 축제마저 취소되면서 문화예술계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도 마찬가지다. 김생수 화백은 “현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작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올해는 독일 작가들도 항공료가 없어 한국에 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노장탈춤

한국 작가들은 끼니만 겨우 때울 정도로, 독일 작가들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붓을 놓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예술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천상 예술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이는 40여 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한국채색화의 외길을 걸어온 김생수 화백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그는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엔 또다시 붓을 잡는다. 김 화백은 “유럽과 한국의 문화차이가 있지만 유럽에 비해 한국이 작가들의 여건은 더 좋지 않다”며 “그래도 아내를 고생시켜가며 고집스럽게 붓을 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팔자구나’하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로 70세를 맞이한 김생수 화백은 지난 10월, 문하생 14명과 함께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사제동행전을 개최했다.

김 화백은 “우리의 전통채색화는 깊은 역사와 더불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채색과 화려함을 자랑해 왔다”며 “그 양식이나 전개방법 등이 우수해 근래에 와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재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가치는 실상은 외국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에게 있어 그림이란 계승, 발전을 위한 문화이고 자존심이다”며 “저의 숙원이라면 ‘민화’라는 용어를 ‘한국전통채색화’로 대체하여 민족애를 고취하고 단결된 애국의 마음을 후대에 바르게 전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독미술교류전과 국내외 전시를 통해 꾸준히 대중들과 교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시대의 감성에 공감되는 채색화로 재해석하여 또 다른 색채로 새로운 채색화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김생수 화백은 현재 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지회 민화분과위원장, 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운영이사, 한국미술협회 현대민화활성화 위원장, 광주·전남 전통채색화협회 고문, 광주 우청갤러리 관장을 역임하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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