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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살리는 패러다임 찾아야 한다”
2020년 11월 04일 (수) 01:32:36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행보가 화제다. 양혜숙 이사장은 현재 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 명예회장, ITI/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협회’창립 초대회장, 한국 예술평론가협회 고문, 국제공연예술교류협회 공동회장, 국제공연예술연구회 공동대표, 과천문화재단 이사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황태일 기자 hti@

우리의 전통과 현대 이론과 실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한국 공연의 큰 줄기를 만들어 온 양혜숙 이사장은 인간의 의식 세계가 언어의 포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언어의 올가미 속에 갇혀있는 의식의 해방을 통하여 사회변화를 한 단계 크게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대 최고의 유럽문학과 연극사조를 국내에 소개
1960년대 독일 튀빙겐대에서 릴케의 시와 표현주의 연극을 전공한 양혜숙 이사장은 귀국 후 이화여대 독어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및 연극평론가로 활동했다. 특히 1969년, 페터 한트케의 파격적인 언어로 현실의 위선과 부조리를 드러낸 최고의 문제작 <관객모독>을 국내에 소개했던 양 이사장은 지난해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 예술적 심미안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페터 한트케가 1966년 처음 집필해 발표한 희곡 <관객모독>은 연극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 양혜숙 이사장

국내에 소개될 당시 <1971년 <세계현대희곡선집>에 실린 관객모독>은 1976년에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했으며 <극단 76>에 의해 초연된 이후, 사실주의 연극에만 침몰되어 있던 한국 연극계의 커다란 새로운 물결을 몰고 왔다. 이후로도 양 이사장은 <미성년은 성년이 되고자 한다>, <카스파>, 소설 <낯선자>, <왼손잡이 여인> 등을 다수 번역하며 한트케의 문학과 서구문화 의식세계의 변화를 한국에 전했다. 아울러 헤르만 헤세의 <향수>와 <데미안>, 후고 폰 호프만슈탈의 <찬도스 경의 편지>, 프란츠 그릴파르처의 <가련한 악사>,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 칸딘스키의 <누런 울림> 등을 비롯하여 <볼프랑메링의 실험연기론>,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구제된 혀 : 청춘의 이야기>, <연극과 사회>, <세상의 중력>, <크라바트> <아침부터 자정까지>, <수사> 등을 번역하며 국내 문학계의 지평을 넓혔다. 특히 독일 연극을 국내에 수용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양 이사장은 브레히트의 영향을 받은 후대작가인 프리쉬와 뒤렌마트의 작품을 먼저 수용했다. 이는 우리의 분단 상황 때문에 빚어진 문화예술계의 과도한 경직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독일 문화원에서 독일 원어 연극이나 대학에서 브레히트 희곡 번역이 해금 전에 이뤄진 적이 있지만, 우리말로 만든 무대가 아니어서 검열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서사극 이론만큼은 브레히트 연극공연에 앞서 들어와 터전을 마련했다. 더 나아가 셰익스피어, 입센, 브레히트가 사조와 상관없이 국내에 소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세계사적 흐름을 쉽게 읽을 수 있는 통로가 없었던 국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양혜숙 이사장은 번역가로서, 연극평론가로서 대학연극 발전에 초석을 놓았다

한극의 정립과 우리 문화 뿌리찾기에 심혈
양혜숙 이사장의 예술적 업적 중 하나는 바로 예술계에서 문화예술계에서 여성 평론가의 위상을 제고했다는 점이다. 1973년에 발족한 한극회를 모체로 1970년대 말 형성된 서울극평가그룹을 통해 양혜숙 이사장은 본격적인 연극평론의 서막을 열었다. 또한 남성 필진 일색이었던 연극 평론 분야에서 여성 평론가의 영역을 개척하며 문화예술계 장르별, 역할별 골고루 여성의 비중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수행했다. 아울러 1970년대 대학연극과 기성극단의 수준 차이가 점차 벌어지는 상황에서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문리대 영문과에 뒤이어 독문과도 양혜숙 이사장의 주도로 상업성에 대항하면서도 신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실험적인 무대를 마련하게 됐다.

당시 번역극의 홍수 속에서 전통의 맥락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80년대의 국내 연극은 다양한 실험의 연속이었다. 이에 1991년 한국공연예술학회를, 1996년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을 창립한 양혜숙 이사장은 한국공연예술원 초대원장을 거쳐 2008년부터 이사장을 맡아 오면서 1997년부터 최근까지 샤마니카 페스티벌, 샤마니카 심포지움, 샤마니카 프로젝트 등 연구와 실천을 통해 ‘한극(韓劇)의 정립과 우리 문화 뿌리 찾기’에 매진해왔다. 특히 한국공연예술원이 설립된 1996년을 전후로 전통문화에 큰 관심을 기울였고,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굿의 외연인 다양한 형식과 공통분모를 아시아적 샤먼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연극의 장르적 확장을 꾀해 ‘공연예술’로 묶고자 했다. 몸에 집중한 배우수업 강좌로 시작해 전통의 공통분모로 선택한 ‘굿’을 소재로 환태평양 샤먼로드를 염두에 된 샤마니카 프로젝트를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이어갔다. 이 외에도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 시리즈, <샤만문화>, <불교의례>, <궁중의례>, <전통과 응용>, <표현주의 희곡에 나타난 현대성>, <연극의 이해>, <Korean Performing Arts: Danse, Drama, Music, Theater>, <15인의 거장들> 등의 등을 출간했다. 이처럼 한극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왔으며,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의 발전을 선도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양혜숙 이사장은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살리는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면서 “예술 활동으로 갈등과 이념을 넘어서고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 역시 전문영역과 세대 차이를 초월한 상대를 인정하며 칭찬하는 예술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면서 “혼이 담긴 한국공연예술원도 학문 간의 융합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설계해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양혜숙 이사장은 번역가로서, 연극평론가로서 대학연극 발전에 초석을 놓으며 한국연극계의 지평과 관객의 질과 양의 증폭을 넓혔다. 이 모든 폭넓은 작업을 통해 한극, 다시 말해 한복, 한글, 한옥 등에서 그 특징과 보편성을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찾았다. 한국 공연예술의 특징과 본성을 찾아 세계 속에 우뚝 세우고자, 전통적인 예술의 뿌리와 정신 속에서 한극의 특징과 세계성의 바탕을 마련하여 한국 문화 속에 자리매김하고자 애쓴 양혜숙 이사장은 한국공연예술의 창시자이며 실천가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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