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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시대 열린다
2020년 11월 03일 (화) 01:44:24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 10월14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현대차그룹 3세 경영이 시작됐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이늘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황태희 기자 hth@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총수 교체를 맞게 된 현대자동차그룹은 20년간의 정몽구 체제를 끝내고 정의선 체제를 맞이했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정주영 선대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속 자동차업계서 가장 피해 최소화시켜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0년 9월 그룹 회장에 선임된 후 20년간 그룹 경영을 총괄해 왔다. 하지만 건강 문제 등으로 지난 2016년 12월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 2월19일 열린 현대차 정기이사회에서 정몽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하지 않은 것은 상징적인 일로 여겨진다. 사실상 세대교체의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지금을 총수 변경의 시기로 잡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보다 책임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내외적인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장가동 중단과 판매 부진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현대차 역시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7.4%, 영업이익 29.5%, 당기순이익이 52.4% 감소하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지속으로 인한 경영환경 불확실성 역시 상존하고 있어 미래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 확실한 그룹 총수가 책임지고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의 경우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그룹의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과 함께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사상 첫 매출 100조원 돌파와 함께 ‘V’자 반등을 이뤄내기도 했다. 또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생산관리와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위기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인 모빌리티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에도 박차를 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 상황과 미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총수 변경을 예상보다 서둘러 추진한 것 같다”며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보다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이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래 산업 생태계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 집중
새로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코로나19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한다는 그룹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핵심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서 경영 행보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친환경 및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장을 강조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시스템 판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추진 등의 미래 청사진 실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의선 회장은 10월14일 전 세계 그룹 임직원들에게 밝힌 영상 취임 메시지에서 그룹 핵심 성장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회장의 경영 능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다.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취임한 이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면서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전기차 및 수소경제 시대의 기반을 닦은 것은 물론 제네시스 라인업 강화를 통한 고급차 브랜드로서 위상 강화에도 기여했다.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재편에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켰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차 부문의 연간 투자 금액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의선 회장은 세계 최고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합작 기업 ‘모셔널’을 설립하는 한편, 다양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과 협업,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차량은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을 통한 수소 생태계 확장도 견인해 왔다. 수소차 부문 역시 단순 완성차 판매를 넘어 연료전지시스템을 다른 기업에 공급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9월 유럽의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비 시스템을 수출한 바 있다. 재계는 물론 정부와의 협력 역시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 신임 회장은 올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속한 그룹 총수와 연이은 회동으로 미래 배터리 기술을 논의하는 등 전기차 시대 주도권 선점에 나선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청와대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업계를 대표해 수소 및 전동화 시대의 청사진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재계의 세대교체는 현재 진행형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 한국 재계 1~4위 총수들이 모두 40~50대로 바뀌게 됐다. 아버지 세대와 달리 친분이 두터운 ‘젊은’ 총수들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월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51)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59) SK그룹 회장, 구광모(42)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나이는 4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이다.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창업 3세대, 최 회장은 2세대, 구 회장은 4세대 경영인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재계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초에도 비공식 회동을 했다.

정 회장은 이미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식 ‘회장’ 직함을 달고 난 후 더욱 활발한 대외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총수들은 어릴 때부터 호형호제하며 친밀하게 자라왔다는 점에서 경쟁 관계였던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분위기라고 알려져 있다”며 “지금도 각자의 사업 분야에서 경쟁을 하고 있지만,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선 적극 협력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6월에는 LG 구광모 회장, 7월 SK 최태원 회장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총수를 잇달아 만나며 전기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로부터 신청을 받으면, 내년 정의선 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일인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을 뜻한다. 공정위가 매년 5월에 지정한다. 재계의 세대교체는 현재진행형이다. 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2019년 4월부터 한진그룹의 경영을 맡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경영권 분쟁이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했으나 KCGI와 반도그룹 등 외부세력과 손잡은 누나 조현아 씨의 거센 공세에 맞서 전략적 파트너인 델타항공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수성에 성공했다. 생존을 위해 알짜 사업부인 기내식·기내면세 사업부를 과감히 매각하는 등 과감한 재무구조개선도 진행 중이다. 다만 서울시의 문화공원화 결정으로 지연되고 있는 송현동 부지 매각을 무리 없이 해결하는 것이 주어진 과제다.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손자이자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1월 공식 취임하며 3세 경영의 막을 열었다. 지난해 탄소섬유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조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올 4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건설을 결정하며 미래 수소경제 시장 선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지난 달 인사에서 사장 승진과 함께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3세 경영의 전면에 섰다. ㈜한화의 전략부문장까지 겸하며 그룹의 주요 사업전략과 글로벌 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하고 있다. 이수영 전 OCI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부회장은 그동안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에 의존했던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고삐를 조이고 있다. 올해 2월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이후 전북 군산공장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기지로 변모시키며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DB그룹은 지난 7월 창업자인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회장이 취임하면서 2세 경영 시대로 전환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9월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CJ그룹은 최근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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