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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생을 일년 사시에 비한다면
2020년 10월 05일 (월) 15:58:14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한의학의 고전 중에 으뜸으로 치는 책은 <황제내경>이다. 현존하는 의학이론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으로, 9권 162편의 방대한 종합의서다. 동양의학의 중심사상인 음양오행의 원리에 맞추어 인간의 몸과 질병에 대한 이론과 치료법 등을 논하고 있다. 이전까지 질병이나 사고가 하늘의 진노라든가 귀신의 장난에 의한 것이라고 여기던 원시적 질병관을 벗어나 식생활이나 습관, 감정, 주거환경 등에 의해 생겨난다는 과학적(자연철학적) 관점을 적용한 체계적 의서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로부터 인간을 ‘작은 우주’로 보는 관점이 확립되었는데, 이것은 현대의 생태주의적 관점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지구에 사계가 있듯 인간의 몸에도 사계의 변화가 있으며, 지상에 특성이 각기 다른 지방들이 존재하듯 인간의 몸에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오장육부가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여름이 더운 것과 가을이 건조하고 겨울이 추운 것은 이상 기후가 아니듯 사람의 몸이 젊어서 열이 많고 중년에 건조해지고 노년에 위축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일 여름에 눈이 내리거나 겨울에 홍수가 난다면 자연의 질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처럼 인체가 자기 계절에 걸맞지 않은 증상을 나타낼 때는 몸의 질서와 균형이 깨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학은 인체가 자기 절기(나이와 환경)에 맞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을 예방하고 감정의 기운이 어긋나는 것을 바로잡아주는 것을 목표로 발달되었다.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온다. 해와 달이 서로를 밀어내며 밝은 빛이 된다.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온다. 더위와 추위가 서로 밀어내며 한 해를 이룬다.’ (<주역> 계사전)
지극히 상식적인 자연현상이지만, 이것을 문장으로 만들면서 자연에 대한 이론이 이루어지고, 인간의 몸에 대한 이론으로 확장된다. 지극히 상식적인 자연현상이 도(道)의 한 측면이며, 그 도를 문장으로 풀어낸 것이 역(易)이며, 역 이론을 바탕으로 각론을 확장해나간 것이 각종 학문이라 할 것이다. 철학과 의학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황제내경>은 밤과 낮이 교대하고 여름과 겨울이 교대하는 이치를 ‘순기일일분위사시(順氣一日分爲四時)’라 다음과 같이 인간의 몸에 적용할 것을 비유로 설명한다.
“봄에는 싹을 틔워 여름에 기르고 가을에 거둬 겨울에 저장합니다. 이것이 사시의 자연스런 일인데, 사람도 여기에 상응하는 것입니다. 하루를 사계로 나누면 아침이 봄이 되고 대낮은 여름이며 저녁은 가을이 되고 밤을 겨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아침은 사람의 기운이 잉태되고 태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병이 들더라도 일찍 회복되어 고통이 적으며, 한낮에는 기운이 강해 병을 잘 이겨내므로 안심할 수 있고, 저녁이 되면 기운이 시들기 시작하므로 병이 생기면 커질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몸의 정기가 위축이 되므로 나쁜 기운이 들어오면 몸을 멋대로 지배하여 병이 심해지는 것입니다.” (영추 44편)

가을도 무르익었다. 자연의 절기로 보면 가장 풍족할 때이지만, 겨울을 눈앞에 두고 겨울을 위하여 저장도 해야 하는 시기다. 동물들은 생리적으로 가을에 식욕이 높아져서 많은 음식을 먹고 일부를 땅 속에 저장하면서 겨울을 준비한다. 식물의 결실이 풍족해지고 동물들은 겨울준비를 하는 시기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 자연 생태의 조화는 빈틈이 없이 조화롭다. 인생의 가을 겨울을 맞은 사람들에게 절기의 가을 겨울은 더욱 단단한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한 가지, 이 자연스런 절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면 다른 문제도 커진다. 인간은 그동안 절기의 한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기술을 발전시켜왔는데, 인간이 그렇게 능력을 키우는 동안 자연 시스템은 기존의 질서가 흐트러지며 잦은 천재지변으로 인간의 능력에 새로운 도전을 해오고 있다.
인간에게 수명이 있듯이, 지구 자연에도 수명이 있는 것일까. 인간의 사계, 지구의 사계처럼 우주에도 사계의 순환이 있는 것일까. 있다면 지금 우주의 절기는 어디쯤일까, 지구의 나이는 어느쯤에 이르고 있는 것일까. 어느 때보다 가혹해진 지구 생태의 변화를 보면서 이러한 걱정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NM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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