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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물의 소통과 화합을 화폭에 펼치다
2020년 10월 05일 (월) 00:37:07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왜 사람은 예술을 즐기는 것일까. 예술이 탄생하고 시대가 변하고 인간의 의식이 바뀌면서 예술 소비의 이유도 바뀌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즐거움’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즐거움’만큼 예술을 즐기게 하는 이유는 없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가의 작품에서 그 예술가만의 창조적인 주제의식과 표현방법, 그리고 그만의 정신세계를 발견하고 공감할 때 그 속에서 우리는 예술적 ‘즐거움’을 느낀다. 이러한 다양한 개성 있는 창조성을 즐기는 예술소비자의 ‘즐거움’이 커질 때 예술은 더욱 발전할 수 있고 순수예술은 다시 힘차게 살아날 수 있다.

▲ 이정연 작가

재료와 기법에서 실험적이며 도전적인 화가
이정연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정연 화백은 우리나라 화단을 대표하는 중진 여류 작가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우주와 신(神)에 이르기까지 소통과 화합을 화폭에 펼쳐온 인물이다. 지난 2014년 한국작가 최초로 도쿄 우에노 ‘모리미술관(森美術館)전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그는 ‘신창세기(Re-Genesis)’시리즈로 현지에서 극찬을 받았으며, 이후 이탈리아 팔라조 타글리아페로 뮤지엄, 롱아일랜드대학미술관 슈타인버그 뮤지엄 오브 아트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났다. 불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다양한 종교적 체험을 했던 이정연 화백은 화폭 안에 근원에 닿으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이에 대해 이정연 화백은 “한국에서 동양 미술이론과 화풍 그리고 미국 유학생활에서 받아들인 자유로운 색의 감각, 과감한 재료와 기법, 새로운 표현력은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했다”면서 “이러한 동·서양 경험들은 작품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나의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시선을 새로이 넘어서게 한 계기가 됐다.

▲ Re-Genesis, 259x194cm, 나무에 옻칠, 자개 및 혼합재료, 2009

내면세계와 자아발견에 대한 관심을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고 화가 이정연 잠재의식세계를 형이상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진원지가 되었다”고 부연했다. 재료와 기법에서 실험적이고도 도전적인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 화백의 작품 세계에서 ‘대나무’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그에게 있어 대나무는 나와 타인, 안과 바깥,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관계의 메신저다. 이 화백은 “비어있는 대나무 통은 교류의 은밀한 웜홀(wormhole)같은 것으로 이 관(管)은 시·공을 뛰어넘는 초월적 세계와 연결해준다”면서 “욕망을 내려놓은 마음의 울림처럼 다채로운 모양의 나팔들은 다양한 해석의 관점으로 울려 퍼진다. 그 공명엔 나와 너, 동·서양의 정신을 하나로 조화시키고자 하는 소통의 방식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정연 화백은 붓이나 나이프를 쓰지 않고, 조물주가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듯이 맨손으로 흙을 만진다. 캔버스 대신 삼베에 옻칠을 하고 고운 황토와 찹쌀가루를 섞어 바탕색을 칠한다. 그 위에 전복에서 채취한 자개나 철, 구리 가루를 입힌다. 그는 “이런 재료들은 주로 대지의 여러 층위에서 생산된 것이거나 토양에 뿌리를 두고 오랜 시간 성장한 것들이다. 자연에서 채집한 원료들이 갖고 있는 정제된 톤과 시간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동양적 느낌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이는 선악과를 따 먹기 전,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주며 받아들이는 관계처럼 대지에 물, 불, 바람, 공기와 시간이 녹아 ‘돌아가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작가 최초로 이탈리아 시립미술관서 초대전 개최
지난해 11월, 이정연 화백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40번째 개인전 <이정연 회화 40년>展을 열었다. <이정연 회화 40년>展에서는 1970년도부터 서울대 미대졸업전, 75~76년 연속 국전(國展)입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대학원과 콜롬비아대학원 유학시절판화, 서양화작업(84~93), 디자인명문 SADI(사디)교수로 재직 시절 작업한 ‘바람’시리즈(93~94), ‘만남’시리즈(96~99)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창세기(Re-Genesis)시리즈(2000~2019) 등 총150여점을 선보였으며, 100~300호 이상 대작 중심의 유화, 판화, 장지에 먹추상화, 삼베에 옻칠한 건칠기법, 칠화자개화 등을 총망라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 오는 10월 8일부터 11월15일까지 이정연 화백은 이탈리아 시립미술관의 주관과 후원으로 <RINASCITA>를 진행한다.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번 초대전에서 이 화백은 작품설치 준비를 위해 골든타임인 10월1일부터 11월17일까지 미술관 전체를 제공받기로 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정연 화백은 “이번 초대전에서는 예술의 전당 전시회 후 작업한 신작 18점을 포함해 총 72점을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언젠가 한번은 그동안 그린 것을 총정리해보면 미래의 새로운 작품을 설계하는데 큰 에너지가 전기(轉機)가 될 것이라는 소망이 있었다”며 “앞으로 수묵드로잉을 자유롭게 펼쳐보고 싶다”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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