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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결정
아프간 재파병이 미국을 얼마나 만족시킬지는 미지수
2009년 12월 04일 (금) 11:29:21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정부는 지난 10월 30일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요원을 확대하고 이들을 경비할 ‘보호병력’ 파견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파견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PRT 요원을 기존의 25명에서 130~150명으로 늘리고 이들을 경비하기 위해 300여명의 특전사와 경찰을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아프간의 안정화와 재건을 위한 노력에 보다 적극 동참하기 위해 아프간 PRT를 확대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PRT는 현재 바그람 미군 공군기지 내에서 운영중인 의료·직업훈련 팀과는 별도로 아프간 내의 1개 주에서 주 정부의 행정역량 강화와 경제재건, 인프라 구축, 인도적 지원 등 제반 지방재건사업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전 이래 8년 만에 최악의 국면 맞아
아프가니스탄의 최근 전황과 치안 상황은 개전 이래 8년여 만에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과 싱크탱크들의 평가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국토의 70% 이상을 다시 수중에 넣었다. 탈레반 정권을 이끌었던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는 지난 9월 9·11 테러 8주년을 맞아 미군 철군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미군은 개전 이후 3년 동안 공습 위주로 ‘성공적인’ 작전을 벌여왔으나, 2005년을 지나면서 ‘손쉬운 승리’는 허상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2006년 탈레반은 ‘춘계 대공세’를 벌여 미군을 몰아붙였다. 파키스탄에 인접한 남·동부의 헤라트, 칸다하르, 팍티카 주 등지에서 탈레반의 북진이 계속되면서 카불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미군과 다국적 치안유지군(ISAF)의 사상자는 급증했다. 2004년 60명에 그쳤던 외국군 사망자는 지난해 295명, 올들어서는 10개월 동안 452명으로 늘었다. 이라크전 미군·다국적군 사망자가 2003년 개전 이래 460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지만, 평지에서 본격 전투를 벌였던 이라크와 아프간의 상황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아프간 반군은 산악지대에 숨어 급조폭발물이나 매설폭탄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소탕을 하기도, 피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민심이 이반돼 있다. 최근에는 수도 카불의 치안까지 불안해졌다. 또 유엔 숙소가 피습당해 직원 9명이 숨지기도 했다. 미군은 이라크에 최대 15만명을 파병했지만 아프간의 경우 무작정 증파를 할 수도 없다. 미국이 각국에 파병을 요구하는 이유는 △승전 전망이 보이지 않고 △미군 증파가 어려운 데다 △아프간 군·경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정부의 아프간 재파병 발표는 동의·다산 부대를 철수한 지 약 2년만이다

동의·다산 부대 철수한지 2년만에 재파병
정부의 아프간 재파병 발표는 동의·다산 부대를 철수한 지 약 2년만이다. 정부가 이러한 발표를 한 뒷배경은 무엇일까? 정부는 아프간 재파병의 논리로 이명박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글로벌 코리아’를 내세우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0월 30일 민주당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G20(주요 20개국)의 의무”라며 “국제적인 이슈에 (경제력에 맞는)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라고 밝혀 왔다. 정부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한·미동맹 차원에서 아프간 재파병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국은 아프간 파병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군의 재파병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런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프간 지원을 처음으로 공식 요청했다. 파병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꺼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과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2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동의·다산 부대가 아프간에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파병, 평화작전을 지원했다. 동의·다산 부대는 아프간의 바그람 미 공군 기지에 주둔하며 각각 의료지원과 건설공병지원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2007년 2월 바그람 기지를 극비 방문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노린 이슬람 테러조직의 폭탄 테러로 동의부대 윤장호 하사가 희생되면서 이들 부대의 철군 여론이 불거졌다. 게다가 그해 7월 아프간의 탈레반 무장세력이 선교 목적의 단기 자원봉사 활동을 갔던 한국인 23명을 납치, 2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국민 보호차원에서 동의·다산 부대 병력을 철수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심해졌다. 당시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 석방 조건으로 한국군의 연내 철군을 내세웠고, 정부는 동의·다산 부대의 철군시한이 2007년 말로 예정된 점을 들어 이들의 요구를 우회적으로 수용했다. 정부는 그해 12월 중순 전원 철수시켰다. 유 장관은 아프간 재파견과 관련, “현지에 나가 있는 국민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프간 파병에 따라 현지에 있는 국민들뿐 아니라 제3국에 있는 한국인, 한국의 주요시설에 대한 테러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선교단체들의 자제도 필수적이다. 정부가 지난 30일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경호를 위해 군(軍) 병력을 파견키로 공식화함에 따라 병력 규모와 무장 수준에 주목된다. 일단 군 병력은 경비를 주임무로 하는 ‘보호병력’으로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대외적으로는 ‘비(非) 전투병’ 파병의 모양새를 취하되 실질적으로는 방어 능력을 가진 전투병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투병 파병에 따른 논란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탈레반 무장세력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군 내부적으로는 ‘현재 전투가 진행 중인 전장(戰場)’이라는 아프간 상황을 고려할 때 안전을 위해서도 중화기로 무장한 병력이 파견되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의 아프간 지원이 민사재건에 있는 만큼 탈레반의 공격에 대비하는 자위적 수단으로 군 임무는 한정된다는 원칙이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지난 10월 29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보호병력은) 한국의 PRT를 보호하고 경우에 따라 경호하는 임무를 해야 한다.”면서 “불가피한 교전이 있을 수 있고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투를 회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교전에 대비한 ‘방어적 전투력’은 갖춰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김 장관은 또 “전투병이나 비전투병을 구별할 수 없다.”며 “공격적 임무를 수행하느냐, 경호·경비 같은 방어적 임무를 수행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 병력(구성)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 이번 아프간 ‘재파병’ 결정이 끝이 보이지 않는 아프간 전쟁의 수렁으로 한국이 끌려들어가는 ‘시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추가파병에 대한 각국의 고민도 깊어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전황이 계속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추가파병에 대한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군은 10월 55명이 숨지는 등 2001년 개전 이후 최대 전사자가 나왔다. 탈레반 반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4만 명 이상의 추가파병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2의 베트남전이 될 수 있다는 반전 여론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은 미뤄지고 있다. 미국은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달 23일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해 전투병력 증파 및 다른 경제적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500명 추가파병 계획을 발표한 영국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지원 약속을 밝힌 회원국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4365명의 병력을 파병한 독일의 프란츠 요제프 융 국방장관은 “철군 계획도, 추가파병 계획도 없다”고 밝혔고, 2795명의 군인을 파병한 이탈리아의 이그나치오 라 루사 국방장관은 “추가 파병은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프간에 계속 프랑스군을 주둔시키겠지만 단 한 명의 프랑스군도 추가로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파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AFP통신은 “추가파병을 원하는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아프간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1350명의 병력을 아프간에 주둔시키고 있다. 한편 현재 아프간에는 3만4800명을 파병한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42개국이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지휘를 받는 병력 7만1030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은 ISAF 소속 병력과는 별도로 3만3000명을 아프간 동부에 추가 배치하고 있다. 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는 현재 43개국의 안보지원군(ISAF) 7만 1030명이 파병돼 주둔하고 있다. 민간 지역재건팀(PRT)은 아프간 전역에 총 26개팀이 활동 중이다. 한국은 PRT가 없는 곳이나 현재 PRT가 있는 지역 중 다른 나라가 맡고 있는 곳 중 한 곳을 맡아 독자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미군은 아프간 수도 카불뿐 아니라 남부 칸다하르, 헬만드 등 중·남부 지역에 파병돼 있다. 영국은 남서부 라슈카르 가흐 등에 주둔하고 있다. 탈레반 세력이 커지면서 아프간 주둔 미군 희생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사망한 미군은 55명으로 월간 전사자 수로는 가장 많았다.
   
▲ 아프가니스탄의 최근 전황과 치안 상황은 개전 이래 8년여 만에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아프간 전쟁의 목적은 탈레반 정권의 전복
2001년 10월 부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그 목적은 분명했다. 9·11 테러의 주동자로 의심되는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고 탈레반의 알카에다 지원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미국과 나토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10만 이상의 병력을 파견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 이제 아프간 전쟁의 목적은 탈레반 정권의 전복으로 바뀌었다. 지난 5월 아프가니스탄으로 부임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매키어넌 장군을 사임시키고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이 새로운 미군 사령관으로 전격 교체돼 이슈가 됐었다. 신임 사령관 매크리스털 장군은 미 행정부에 4만여명의 추가 병력을 요구, 동맹국의 추가 파병으로 이어졌다. 최근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주한미군 병력의 일부를 이라크와 아프간으로 이동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한미군의 중동차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아프간에 파견돼 있는 민간 재건팀 30명을 최소한 130명 정도로 늘릴 생각이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병력을 300명 안팎으로 파병하는 방안을 확정했다”며 파병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이번 파병은 제41차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통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우회적으로 한국 기여를 강조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아프간에는 42개국이 파병 중이며 유럽 정상들은 사상자가 늘어나고 국내외 여론이 나빠짐에 따라 아프간에서 발을 빼고 싶어 하는 상황이어서 국내에서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아프간 파병에 찬성하는 측은 주한미군의 이동보다 한국군의 파병이 대북관계 등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파병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한다. 또 한국군의 국제 사회 기여 및 동맹국인 미국의 어려움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만 해도 세계 경제 상황이 좋았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아프간 재건기금과 전쟁비용을 기꺼이 부담했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전쟁비용이 부담스러워졌다. 아프간 정부는 500억달러 원조를 요구했고 미국은 이 중 약 100억달러를 약속했으며, 나머지 400억달러는 동맹국의 몫이 됐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인건비를 포함한 한국의 지원액수는 대략 1억3000만달러 정도다. 이는 국제사회 총 지원액인 500억 달러의 0.2%에 해당한다. 파병에 반대하는 측에선 “탈레반에게 한국군은 ‘미군에 협조하고 있는 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모한 선택이라 비판했다. 참여정부 역시 아프간과 이라크에 비전투부대를 파병한 바 있지만 아프간 파병부대는 6년여간 임무를 수행하고 2007년 12월 철수했다. 파병의 영향으로 2004년 김선일씨 참수사건을 시작으로 2007년 8월 아프간에서 23명의 한국인이 납치돼 2명이 희생당한 끝에 연내 한국군 철군을 탈레반에게 약속하고 21명을 데려올 수 있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셸 비비오르카(Michel Wieviorka)는 폭력의 양상은 경제적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하위정치적인 폭력’과 종교 이념 등에 의해 자행되는 ‘상위정치적인 폭력’으로 나누고 있는데 미국 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은 양측 모두 이 두 폭력의 양상을 피해 갈 수 없는 실정이다.
   
▲ 이제 아프간 전쟁의 목적은 탈레반 정권의 전복으로 바뀌었다

거듭된 미국의 우회적 압박 끝에 파병 결정
한편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요원을 확대하고 이들을 경비할 보호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아프간 추가지원안이 미국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추가지원안은 아직 세부사항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PRT를 최소 130명으로 늘리고 이에 대한 보호병력을 280명 정도 보낸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미국은 이번 한국 정부의 결정에 즉각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이를 적극 홍보해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0월 30일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와 국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키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도 “이번 발표는 한국의 국제문제 해결 노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아프간 추가지원 결정이 정부 차원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아프간 문제를 미국이라는 존재와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동맹이라는 측면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뜨거운 감자’와 같은 아프간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거듭된 미국의 우회적 압박 끝에 파병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발표에 앞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아프간 지원을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로 규정했다.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주한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이 아프간 파병을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을 재배치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한 바 있다. 더욱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11월 18일로 결정되어 이 문제를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의 아프간 추가지원안에 대해 만족할 수 있을지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아프간에 대한 각국의 기여는 국가의 부와 경제에 걸맞은 것이어야 한다”면서 “일본은 세계 2위, 한국은 세계 15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아프간 전쟁 이후 지금까지 20억달러 이상을 아프간에 지원했으며 앞으로도 연간 10억달러 정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추가지원 계획은 미국의 성에 차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PRT 130명과 보호병력 280여명 파견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일단 아프간 문제에 발을 담근 것이고, 향후 아프간 상황과 미국의 태도에 따라 병력이든 경제적 지원이든 아프간 문제에 더욱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재파병’ 결정이 끝이 보이지 않는 아프간 전쟁의 수렁으로 한국이 끌려들어가는 ‘시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전황이 계속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추가파병에 대한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국의 또 다른 핵으로 떠오른 아프간 재파병
이번 ‘아프간 재파병’ 문제는 정국의 또 다른 핵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국제적 기여를 해야 한다며 아프감 재파병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에 이어 국회 처리 과정에서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당은 민간 재건팀(PRT) 보호와 국제 평화 기여를 명분삼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야당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아프간 지방재건팀(PRT) 요원 확대와 보호병력 파견 방침을 발표하자 “국익과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의견은 조건부 반대다. 선행적으로 조건이 되지 않으면 반대한다”며 “유엔평화 유지일 때만 긍정적인 검토를 하는 것이 큰 틀로 이 문제를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할 것은 아니라 당내 의견수렴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조건부 반대 내지는 부정적”이라며 “정부안이 나왔으니 빠른 시간내에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30일 이 사무총장은 “파병을 하려면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재파병에는 아무런 해명이 없다”고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총장은 “군인들의 목숨과 직결되고 외교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국론을 모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국회 안에서도 토론할 과정이 필요한데 선거기간이라는 때를 틈타 정부가 급격히 밀어붙였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국회와 국민에게 정보를 준 뒤 결정해야 한다는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을 다 안다면 국민으로부터 분명히 반대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며 “아프간 재파병에 대한 정부의 과정은 대단히 잘못됐다.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모아나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찬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내부 입장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파병 문제는 여야 관계 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파병 문제의 경우 민주당이 내건 균형적 한미관계와 민주평화 등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인지라 일방적인 쪽으로 결론을 쉽게 낼 수 없는 민감한 이슈다. 지난 열린우리당 시절 이라크 파병문제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및 진보 정당 분열의 핵으로 작용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하는 일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진보 성향의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중도 성향의 의원들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감안해 응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파병을 주장하고 있는 것. 참여정부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던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프간 재건, 어떻게 참여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아프간 재파병 당위성을 제기하면서 파병을 위한 6대 조건을 제시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감안할 때 아프간 지원을 위해 우리도 응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파병문제는 민주당 내부에서의 논란과 함께 진보 정당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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