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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무슨 빛깔일까
2020년 09월 06일 (일) 02:29:10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커튼을 젖히면 태양 빛은 오직 한 가지 빛깔이지만/ 그대가 좋아하든 않든 상관없이/ 그것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의 총체.
자연스런 감정 자체에는 죄가 없으나/ 감정은 색안경처럼/ 세상 사물을 나누어 보게 한다네. / 기쁨 아니면 슬픔으로 물들이거나/ 왜곡된 모습으로. 그런데도 당신은 무심코 손가락을 내밀어/ “이건 밉고 저건 아름답다”고 말하지.이성과 지혜를 절대 놓치지 말라/ 감정을 안개라 한다면/ 그 안개가 진리의 경지를 가린다는 걸 잊지 마라./ 감정을 달빛이라 한다면/ 그 빛은 태양 빛의 반영일 뿐/ 그 스스로의 빛이 아님을 잊지 마라.
감정이 늘 속인다는 말이 아니라/ 느낌에는 항상 진실하지 않은 일면이 있다는 것을. (시 吳斌, ‘拉開窓簾 陽光只有一種顔色’ 부분)

10여년 전에 중국대륙을 놀래킨 18세 소년의 시를 일부 번역해봤다. 당시 중국 전역에서 일제히 치러진 대입수능 논술시험에서 소년 우빈은 글자 수의 제한을 무시한 채 이 시 한 편을 써서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전제와 그러므로 그 이면에 있는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이성과 지혜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자기 나름의 메시지를 갖추고 있으니 수작(秀作)이다. 
논술고사에 제시된 문제는 <한비자>의 세난 편에 나오는 ‘지자의린(智子疑隣)’이란 고사다. 춘추시대 송나라에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큰 비가 내려 담장이 무너졌다. 그의 아들이 말했다. “서둘러 담을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까 걱정됩니다.” 마침 이웃 사람도 지나가다 담이 무너진 것을 보고는 똑같은 말을 하고 갔다. 그런데 미처 담을 고치지 못한 사이에 정말로 밤도둑이 들어 많은 재물을 훔쳐갔다. 부자는 아들이 정말 지혜로운 말을 했는데 서둘러 따르지 않았다고 후회하면서, 혹시 그 이웃사람이 도둑질을 해간 것은 아닐까 의심하였다. 같은 말을 했을 뿐인데도 아들의 말에는 한 점 의심 없이 미더운 마음이 일었고, 이웃사람의 말에는 의심이 먼저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의 감정, 희비(喜悲)의 반응도 바로 이 같은 감정의 착시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거나 한번 믿은 사람의 말이면 무엇이든 옳게 여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에는 쉽사리 의심을 품는다. 마음에 품은 감정이 색안경으로 작동하여 대상의 본질과 상관없이 ‘이것은 아름답고 저것은 추하다’고 지적하는 일이 다반사다. 인종차별, 성차별, 편견과 속단, 도식적인 분파와 흑백논리, 모두가 색안경에 속아 일어나는 일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같은 개념으로 서로 편을 가르고 적대하여 ‘피 튀기게’ 다투는 현상이 치열하다. 인간인 이상 누구에게나 지혜로운 면과 모자라는 면이 있을 것이고, 누구에게나 존경할 점과 혐오스러운 점이 동시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 편을 갈라놓으면,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옳고,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잘못이라는 식의 예단을 공공연히 앞세운다. 이것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파괴적인 기회의 소모를 가져오니 안타까운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그것을 정치적 음모라든가, 과장이라든가 하는 관념들과 연결시키며 논란하는 것을 보면, 지금이 과연 21세기 과학의 시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렇게까지 인간은 ‘감정’과 그것이 일으키는 ‘관념’에 취약한 존재인 것이다.

물론 이처럼 관념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운 현상은 요즘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거대국가 미국이나 중국도 그렇고, 아예 종족간의 편 가르기로 일 년 사철 테러와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들도 지구상에 수두룩하다. 이 시기는 가히 세계가 겪고 있는 시련의 절정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자연생태계조차 이상기후와 괴질로 이 소동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착시로부터 벗어나는 길’. 18세 신동 소년 우빈의 권유인즉, ‘그러므로 이성과 지혜를 놓치지 말라(別總給理智放假)!’ 개인이나 집단의 사리사욕에 집착하지 않는, 합리적 이성을 잘 따르자는 요구가 합당하다.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신봉 또한 새로운 ‘관념’이 될 수 있겠지만, 문명인이라면 최소한 자기가 듣거나 본 것에 대한 확정편향의 맹종을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 이성은 마땅히 자아성찰과 자기수정을 병행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안전과 평화를 지향한다. 몸의 건강도 안전과 평화의 일부분이고, 정신적 건강도 안전과 평화의 일부분이다. 그것은 어떤 특정 빛깔로 완성되거나 보정할 수 없다. 빨주노초파남보 그 모든 색이 공존하며 한데 어울려 하모니를 이루는, 이 진정한 균형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이다. 이런 균형이 없이는 우리 사회도, 세계 인류도, 나아가 지구 생태계도 결코 평화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NM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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